팀원을 지키는 힘은, 따뜻함이 아니라 영향력이다

착한 팀장이 좋은 팀장이 아닌 이유에 대하여

팀장이 되고 나서 자주 곱씹는 생각이 하나 있다.

팀원을 끌어주고, 밀어줄 수 있으려면 — 최소한의 영향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


여기서 말하는 영향력이란 카리스마 같은 추상적 덕목이 아니다. 성과급을 따올 수 있는 힘, 승진 대상에 내 팀원 이름을 올릴 수 있는 위치, 윗선의 의사결정 테이블에서 발언권을 가지는 것. 그런 종류의 힘이다.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사내 정치라는 게임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룰은 알아야 하고, 필요할 때 플레이할 줄은 알아야 한다.


개인적으로 잘 챙겨주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밥을 사주고, 퇴근 후 고민을 들어주고, 실수했을 때 등을 두드려주는 것. 다 중요하다. 부정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팀이 오래 강해지기는 어렵다.


갤럽(Gallup)이 2025년 4월 발표한 〈State of the Global Workplace: 2025 Report〉를 보면, 2024년 전 세계 직원 몰입도가 23%에서 21%로 하락했다. 이 2% 포인트 하락이 세계 경제에 끼친 손실은 약 4,380억 달러(US$438 billion). 그리고 이 하락의 핵심 원인은 관리자, 즉 팀장급의 몰입도 하락이었다.


관리자 몰입도가 30%에서 27%로 떨어지는 동안, 일반 직원의 몰입도는 18%에서 변동이 없었다. 팀장이 무너지면 팀이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데이터로 증명된 셈이다.


같은 연구에서 갤럽은 한 가지 사실을 거듭 강조한다.


"Managers account for at least 70% of the variance in employee engagement scores across business units." — Gallup, State of the American Manager: Analytics and Advice for Leaders_ "관리자는 사업부 간 직원 몰입도 차이의 최소 70%를 설명한다."


70%. 보상 체계도, 복지 프로그램도, 사무실 인테리어도 아니다. 같은 회사, 같은 제도 안에서 팀 간 몰입도의 차이를 만드는 가장 큰 변수는 — 팀장이다.


이 문제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4월 LG경영연구원은 22년 만에 중간관리자를 주제로 보고서를 냈다. 제목이 「강한 중간관리자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보고서를 작성한 강승훈 연구위원의 진단은 직설적이다.


"그간 많은 조직이 중간관리자의 어려움을 성장통으로 여기며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는 방임적 자세를 취해왔다. 이런 무관심 속에 상당수 중간관리자가 소리 없이 멍들어갔다."— 강승훈, LG경영연구원, 「강한 중간관리자가 조직의 미래를 결정한다」 (2024.4)


중간관리자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고, 구성원 사이에선 관리자 되길 꺼리는 '리더 포비아(Leader Phobia)' 현상까지 확산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잡코리아가 MZ세대 직장인 1,114명을 조사한 결과, 54.8%가 '임원까지 승진할 생각이 없다'라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는 '책임져야 하는 위치가 부담스러워서'(43.6%). 승진이 보상이 아니라 벌칙처럼 느껴지는 시대가 된 것이다. 팀장 자리에 앉고 싶어 하는 사람이 줄어드는데, 앉은 사람에 대한 지원은 그대로라면 — 조직은 허리부터 무너진다.


그런데 여기서 한 발 더 나가야 한다. 팀장이 팀원의 몰입도를 결정한다는 건, 단순히 따뜻하게 대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구조적 보상을 확보해 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은 당장의 위로보다 미래의 보상에 반응한다. 아무리 존경받는 팀장 밑에 있어도, 2년 연속 승진이 밀리면 고개가 꺾인다. "우리 팀장님은 좋은 분이야. 그런데…"로 시작하는 문장이 팀 안에 돌기 시작하면, 그건 이미 후반전이다.


승진이 반복적으로 지연되면 직원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이 불만은 결국 이직으로 이어진다. 역설적인 데이터가 있다. 급여서비스 기업 ADP가 2019~2022년 120만 명 이상의 직장인을 분석한 결과, 첫 승진을 받은 직원의 29%가 한 달 이내에 회사를 떠났다. 승진하지 않았을 경우의 이직률(18%)보다 67%나 높은 수치다.


승진이 너무 늦게 왔거나, 승진에 수반되어야 할 보상과 지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즉, 승진이라는 보상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적시에,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팀장이 한 명 있다. 팀원들에게는 누구보다 잘하는 사람. 밥도 잘 사고, 이야기도 잘 들어주고, 야근하면 먼저 택시비를 건넨다. 그런데 윗 리더들에게는 차갑다. 사내 정치는 질색이고, 보고 자리에서 자기 팀 성과를 어필하는 데 서투르다. 아니, 어필 자체를 꺼린다. 그게 체질이 아니라서.


결과가 어떻게 되었을까.

그 팀에서 승진이 계속 밀렸다. 올해도, 작년에도. 처음엔 "내년엔 되겠지" 하던 팀원들이 어느 순간부터 신세 한탄을 시작했다. 점심 자리에서 "여기 있어봤자"라는 말이 슬쩍 나오기 시작하더니, 팀의 에너지가 눈에 띄게 시들해졌다. 좋은 사람 밑에서 일하는데도 팀이 가라앉는, 아이러니한 장면이다.


한국 조직에서 이 문제가 특히 날카로운 이유가 있다. 연공서열 문화가 여전히 강한 한국에서는 승진의 '적시성'이 체감 보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LG경영연구원이 2024년 11월 발표한 밀레니얼 정신건강 보고서가 이 메커니즘을 정확히 짚었다.


"저성장 시대 인사적체와 고 직급화에 따른 승진과 성장의 기회 제한, 연공서열 중심의 HR 체계에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불만이 30대 직장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이다." — LG경영연구원, 「밀레니얼 직장인의 정신건강 위기」 (2024.11)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직장인 중 번아웃 심각군 비율은 56.4%로, 50대(약 25%)의 두 배를 넘는다.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의 제프리 페퍼(Jeffrey Pfeffer) 교수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조직행동론의 권위자인 그는 저서 《Managing With Power》(1992)에서 이렇게 지적한다.


"The big problem facing managers and their organizations today is one of implementation — how to get things done in a timely and effective way." — Jeffrey Pfeffer, Managing With Power: Politics and Influence in Organizations _"오늘날 관리자와 조직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실행이다 — 일을 제때, 효과적으로 해내는 것."


페퍼가 말하는 '실행'이란, 좋은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결정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필연적으로 저항이 있고,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으며, 권력의 문제가 있다. 아무리 옳은 방향을 알고 있어도, 그것을 관철할 힘이 없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로자베스 모스 캔터(Rosabeth Moss Kanter) 교수도 같은 맥락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Power is America's last dirty word. It is easier to talk about money — and much easier to talk about sex — than it is to talk about power." — Rosabeth Moss Kanter, Ernest L. Arbuckle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 Harvard Business School _ "권력은 미국에서 마지막 남은 금기어다. 돈 이야기가 더 쉽고, 성 이야기는 훨씬 더 쉽다. 권력 이야기만큼 꺼려지는 건 없다."


권력이라는 단어를 불편해하는 건 동서양이 마찬가지다. 한국 조직에서는 더할 수 있다. "정치하는 사람"이라는 평가는 곧 인격적 결함의 암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직 안에서 영향력 없이 선의만으로 팀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건, 일종의 착각이다.


잡코리아 조사에서 직장인의 34.5%가 '연봉이 높아도 부도덕한 관리자가 있는 회사는 다니기 싫다'라고 답한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깨끗한 리더를 원한다. 하지만 그 깨끗함이 무력함과 동의어가 되는 순간, 팀원들의 기대는 실망으로 바뀐다.


리더십 연구의 거장 워런 베니스(Warren Bennis)는 권력의 본질을 이렇게 정리했다.


"Power is the basic energy needed to initiate and sustain action or, to put it another way, the capacity to translate intention into reality and sustain it." — Warren Bennis & Burt Nanus, Leaders: The Strategies for Taking Charge (초판 1985, Harper & Row / 재출간 2012, Harper Collins, p.16) _"권력은 행동을 시작하고 지속하는 데 필요한 근본적 에너지다. 다시 말해, 의도를 현실로 바꾸고 그것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의도를 현실로 바꾸는 능력. 팀장의 맥락에서 이 말을 번역하면 이렇다. '이 친구 승진시켜야 합니다'라고 생각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것이 실현되도록 만드는 것. 그게 권력이고, 그게 영향력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정치판에 뛰어들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몇 가지는 인식해야 한다.


첫째, 성과를 내는 것과 성과를 보이는 것은 다른 기술이다. 팀이 좋은 결과를 냈다면, 그것이 의사결정권자에게 인지되어야 한다. 보고 자리를 피하거나, 윗선과의 소통을 최소화하는 것은 겸손이 아니라 방치다.
둘째, 보상 체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승진은 어떤 기준으로 결정되는가. 성과급 배분에 팀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되는가. 이 구조를 모르면서 팀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는 건, 지도 없이 길을 찾겠다는 것과 같다.
셋째, 동맹이 필요하다. 혼자 고군분투하는 팀장보다, 다른 팀장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상위 리더와 정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팀장이 결과적으로 팀원을 더 잘 지킨다. 네트워킹이라는 말이 부담스러우면, '관계의 인프라를 쌓는다'라고 생각하면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반론을 짚어보자. "그래도 사람 사이의 신뢰가 먼저 아닌가?" 맞다. 틀린 말이 아니다. 따뜻함 없이 영향력만 있는 팀장은 정치꾼이 되고, 팀원들은 도구가 된다. 그 반대의 위험도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이건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와 비중의 문제다.


초기에는 신뢰를 쌓는 것이 먼저다. 그런데 그 신뢰 위에 구조적 보상이 쌓이지 않으면, 신뢰는 서서히 마모된다. "우리 팀장님은 좋은 분인데, 여기서는 성장이 안 돼"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관계의 온도는 유지되더라도 팀의 체력은 빠진다.


2024년 갤럽의 같은 조사에서 전 세계 직원의 50%가 새 직장을 물색하거나 적극적으로 구직 중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에서는 이 수치가 51%까지 올라갔다. 사람들이 떠나는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그 중심에는 거의 언제나 '성장 정체'가 있다. 밥을 사준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2024년 전국 20~40대 정규직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로자 이직 트렌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9.5%가 이직을 고려 중이라고 답했다. 20대는 무려 83.2%다. 이직 사유 1위는 '금전 보상 불만족'(61.5%)이었지만, 그 뒤를 바짝 따른 것은 '기대보다 낮은 평가'(27.4%)와 '개인적 성장을 위해'(25.7%)였다. 돈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가받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한다는 감각이 사람을 떠나게 만든다. 그리고 그 평가와 성장의 경험을 가장 가까이에서 좌우하는 사람이 바로 팀장이다.


사회초년생에게, 또는 갓 팀장이 된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런데 기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팀원을 진짜 지키고 싶다면, 그 마음을 실현할 수 있는 위치에 서야 한다. 위치라는 건 직급이 아니다. 발언권이고, 신뢰자본이고, 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자리다.


정치를 싫어해도 된다. 하지만 정치를 모르면 안 된다. 게임이 싫어도, 규칙은 알아야 한다. 내 팀원이 억울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손이 묶인 채 서 있는 것만큼, 팀장으로서 무력한 순간은 없다.

따뜻함은 사람을 머물게 하지만, 영향력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둘 다 가지려고 애쓰는 게, 팀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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