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이라는 단어가 10달러를 움직였다

트럼프가 발언하고, 이란이 후계자를 선출한 날

한국시간 오늘 새벽, 장중 배럴당 119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 유가가 수 시간 만에 84달러대로 내려왔다.

이유는 트럼프의 전화 한 통이었다.


트럼프는 CBS 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쟁이 "거의 끝난 상태"라고 말했다. 당초 4~5주를 예상했는데 열흘 만에 종결 단계에 진입했다는 것이었다. 이 발언 하나에 유가는 30달러 넘게 빠졌다. 900포인트 가까이 폭락했던 다우 지수도 반등 마감했다. 개전 이후 브렌트유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고, 코스피는 -15.89% 하락하며 서킷브레이커까지 발동됐던 터였다. 시장은 그 단 한 마디에 숨을 고쳤다.


그런데 오늘 트럼프가 꺼낸 숫자들을 다시 들여다보면, 그 안도가 조금 이르다는 느낌이 든다. 이란 내 5,000개 이상의 목표물을 타격했고, 미사일 기지와 발사대의 약 80%를 제거했으며, 탄도미사일 공격은 개전 첫날 대비 90% 이상 줄었다. 이스라엘군 참모총장도 발사기지 60%, 방공 시스템 80%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전황만 보면 일방적이다. 그런데 기자가 물었다. "이번 주 안에 끝나는 거냐?" 트럼프의 대답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주 곧"이었다. 이 한 마디에 브렌트유는 88달러대, WTI는 84달러대로 추가 급락했다. 유가는 전날 종가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발언이 시장을 만들었다.


바로 그 시각, 이란에서는 조용히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8일, 이란 전문가회의는 공습으로 폭사한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56)를 3대 최고지도자로 공식 선출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즉각 "완전한 복종"을 맹세했다. 트럼프는 "나의 승인을 받지 않은 새 지도자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측근들에게 참수작전 승인 가능성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전쟁이 곧 끝난다"는 말을 한 날, 다음 전쟁의 씨앗이 심어진 셈이다.


모즈타바 선출이 중요한 이유는 후계 구도 때문만이 아니다. 이란이 항복 의사가 없다는 것을 체제 수준에서 공식화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전쟁 개시 하루 만에 CIA에 비밀 접촉을 시도했던 이란이, 트럼프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못 박은 인물을 굳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올렸다.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 차이는 작지 않다.


시장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전쟁의 끝이 어디인지 아직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열흘 동안 전쟁 목표를 수차례 바꿨다. 처음엔 핵시설 타격, 다음엔 무조건 항복 요구, 그다음엔 정권 교체 가능성 시사, 이제는 후계자 인선 개입까지. 백악관 대변인은 "무조건 항복의 정의는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달려있다"라고 했다. 종전 조건이 주관적이면 종전 시점도 주관적이다. 발언이 먼저고, 현실은 그 뒤를 따라가는 구조다.


이란의 공격 패턴도 액면 그대로 보기 어렵다. 두 가지 독해가 가능하다. 하나는 자원 배분의 논리다. 이란은 2,000발 이상의 탄도미사일 재고를 보유하고 있지만, 쏠 수 있는 발사대가 빠르게 줄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이동식 발사대가 갱도 밖으로 나오는 즉시 타격한다. 발사 기회가 줄어들수록, 남은 기회마다 파괴력이 더 큰 미사일을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이란은 탄두 중량 1,500킬로그램급 중거리 탄도미사일 코람샤르-4에 집속탄 탄두를 장착해 텔아비브 공격에 실전 투입했다. 이스라엘군은 개전 이후 이란이 집속탄 탑재 미사일을 최소 6발 이상 발사했다고 밝혔다. 적게 쏘되, 한 발의 파괴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전술이 이동하고 있다.


다른 독해는 더 냉정하다. 이란이 탄도미사일과 드론을 목적에 따라 나눠 쓰고 있다는 분석이다. 드론으로 미군 기지와 걸프 동맹국의 민간 인프라를 두드리는 것이 무차별 공격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의 방공망 자산을 소모시키는 작전이라는 관측이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요격 미사일은 비싸고, 드론은 싸다. 이란은 월 1만 대의 드론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샤헤드 드론 1만 대 이상을 현재 운용 중이다. 드론에는 전용 발사대가 필요 없다.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이 줄어든 자리를, 드론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채울 수 있다. 이란은 이미 5일에 해협에서 9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해역에서 유조선을 드론으로 타격했다. 사우디의 담수화 시설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본토를 직접 칠 수 없다면, 미국이 지켜야 할 것들을 하나씩 건드리면 된다.


트럼프는 오늘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원유 공급을 차단하면 더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유가를 낮게 유지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자신감과 조바심이 동시에 읽히는 발언이다. 연방대법원의 관세 위법 판결로 재정 압박이 커진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까지 더해지면 금리 하락 기대마저 흔들린다. 트럼프에게 조기 종전은 군사적 판단인 동시에 경제적 필요다.


종전 조건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트럼프는 종전을 네타냐후와 "공동으로 결정"하겠다고 했는데, 이스라엘은 최소 수 주간 작전을 더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늘 트럼프-푸틴 통화에서 신속 종전 방안이 논의됐다는 크렘린궁 발표도 나왔다. 이 전쟁의 출구가 단순한 군사 승리로 열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지금 시장이 진짜 읽어야 할 것은 트럼프의 발언 온도가 아니다.

발사대는 줄고 있지만 드론 생산은 멈추지 않고, 새 최고지도자는 항전을 선언했으며, 종전 조건은 아직 아무도 정의하지 않았다. 유가 84달러에 시장은 안도했다. 그 안도가 얼마나 갈지는,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다음에 무슨 말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쟁은 곧 끝날 것이다. 그런데 그 "곧"이 언제인지는, 트럼프 본인도 아직 정하지 않은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팀원을 지키는 힘은, 따뜻함이 아니라 영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