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좀 하다 보면 알게 된다.
회사에서의 나와 회사 밖에서의 내가 다르다는 걸.
나는 회사에서 팀장이다.
팀원들이랑 일하고, 위에서 내려오는 과제 처리하고, 아래서 올라오는 이야기 듣는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조직 안에서의 한 자리.
그런데 회사를 나서면 풍경이 좀 달라진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이다.
헌법 제92조에 근거한 대통령 직속 기관이고, 상임위원은 전국 자문위원 2만여 명 중 의장이 직접 임명하는 300~500명의 간부위원이다.
지자체 행사에 가면 부이사관급 의전을 받는다. 평통 자체 행사에서도 그에 맞는 예우가 따른다. 종교인으로서 정치인이나 종교 지도자들이 모이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다.
솔직히, 이런 게 사람을 흔들 수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그 말에는 양면이 있다. 책임감으로 성장하게 된다는 뜻도 있지만, 자리가 주는 권위에 취해서 자기를 과대평가하게 된다는 뜻도 있다. 나는 후자를 경계한다.
의전은 나한테 붙는 게 아니다. 직위에 붙는 거다. 회사의 위상이 나의 위상이 아닌 것처럼,
행사장에서 받는 대우가 나라는 사람의 크기는 아니다. 자리를 벗으면 나는 그냥 나다. 가장이고, 아버지이고, 누군가의 동료일 뿐이다.
이걸 깨닫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좀 더 젊었을 때는 명함 한 장에 자존심이 왔다 갔다 했다. 누군가 나를 높여주면 우쭐했고, 무시당하면 억울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게 덜해졌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어려운 시절을 지나면서 명함보다 밥상 앞에 앉은 가족이 더 무겁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됐다는 것이다.
균형 잡히게 사는 것.
올해 목표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한가.
그런데 막상 해보면 이게 제일 어렵다.
회사에서 팀장답게,
사회에서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집에 오면 가장으로서 조용하게.
어느 한쪽이 비대해지면 다른 쪽이 쪼그라든다. 그 균형점을 매일 찾아야 한다. 멈춰 서서 유지되는 균형 같은 건 없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올 것이다. 내가 원하든 아니든. 그래도 괜찮다. 중심만 잃지 않으면 된다. 어디서 무슨 의전을 받든, 결국 돌아올 자리는 같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