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가 막힌 날-투자의 이면

전쟁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주가 앱을 켰다. 당연한 반응이다. 그런데 정작 무엇을 봐야 하는지 몰라 스크롤만 내리다 창을 닫는다. 시장은 항상 그렇게 작동한다. 소음은 넘치고, 신호는 적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시설·미사일 기지·지휘부를 동시 타격했다.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했고,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와 걸프 지역 미군 기지들을 향해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대응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됐다. 유조선을 포함한 150척의 화물선이 해협 안에 발이 묶였고, IRGC는 "해협을 통과하려는 모든 선박을 불태우겠다"라고 공언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숫자부터 짚자.

브렌트유는 공습 직후 장중 13%까지 치솟으며 배럴당 85달러를 넘겼다. 전쟁 직전인 2월 27일 WTI는 배럴당 67달러 수준이었다. 불과 며칠 만에 30% 가까이 올랐다.


에너지 충격은 천연가스 쪽이 더 극적이었다. 유럽 기준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공습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세계 LNG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카타르가 드론 공격으로 주요 LNG 시설 생산을 중단한 탓이다.


한국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3월 4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7.49% 하락해 5,358포인트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7.83% 내렸다.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돌파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같은 대형 수출주가 집중적으로 무너졌다.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니다. 한국이 수입하는 LNG의 약 2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 전쟁의 핵심 변수는 하나다.

기간이다.


골드만삭스 오일 리서치 헤드 '스트루이 벤'은 현재 브렌트유 가격을 역산하면 시장이 정확히 4주짜리 분쟁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정가치 65달러에서 13달러의 리스크 프리미엄이 붙어 78달러가 됐다는 설명이다.


4주를 넘기는 순간, 가격 충격은 선형이 아니라 지수적으로 커진다. 걸프 국가들의 저장 용량이 포화되고 생산 자체를 강제로 멈춰야 하는 수요 붕괴 국면이 오면, 그때 필요한 가격은 세 자릿수다.


JP모건은 해협 통항 중단이 25일 이상 이어질 경우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봤다. Bank of America는 브렌트유 100달러, 일부 전문가는 120달러에서 150달러까지 내다봤다. 이란이 기뢰와 대함미사일로 해협을 완전히 틀어막는 최악의 경우, 도이체방크는 200달러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유가 충격의 경로는 주유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유가 10달러 상승은 CPI를 약 0.2% p 끌어올리고 가처분소득을 같은 비율로 깎는다.


주유소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항공료가 오르고, 화물비가 오르고, 화학·플라스틱 원가가 오른다. 결국 마트 진열대 가격이 바뀐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환율 취약성이 있는 나라는 이 충격이 증폭된다.


Fitch 산하 BMI는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태국·싱가포르가 인플레 충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 가중치가 높기 때문이다.


중앙은행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불과 몇 주 전 시장은 2026년 3월 Fed 금리인하 가능성을 80%로 봤다. ISM 제조업 물가지수가 70.5로 치솟고 유가가 급등하자 그 확률은 사실상 0으로 떨어졌다.


전직 재무장관 재닛 옐런은 "이란 사태로 Fed는 이전보다 훨씬 더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상황이 됐다"라고 직접 말했다. Bloomberg Economics는 미국이 "인플레를 높이는 전쟁과 금리인하를 요구하는 대통령 사이에서 불가능한 처지"에 놓였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케빈 워시를 차기 Fed 의장으로 밀어도, 12인 위원회에서 과반을 설득해야 한다. 대통령이 시장을 운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악재 앞에서는 더욱.


여기서 솔직하게 말해야 할 게 있다. '금리인상'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는데, 지금 당장의 현실적 시나리오는 인상보다 '동결 장기화'에 가깝다.


Oxford Economics는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생산성 둔화와 재정 부양이 맞물리고, 에너지 충격이 코어 인플레이션까지 번지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팬데믹 공급망 충격, 바이든 재정부양, 트럼프 관세에 이어지는 또 하나의 일회성 충격이 반복되면서 물가 기대 심리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게 진짜 위험이다. 방향은 분명히 금리인하에서 멀어지고 있다.


시나리오는 세 갈래다. 4주 안에 분쟁이 종결되면 브렌트유는 60~70달러로 복귀하고, 환율은 안정되며 증시는 반등한다.


분쟁이 4주에서 12주 사이로 길어지면 브렌트유는 100달러를 돌파하고, 한국은 인플레가 재점화되며 환율이 1,500원 이상에 고착될 가능성이 생긴다.


해협이 완전히 봉쇄되는 최악의 국면에서는 12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열려 있고, 에너지 공급 위기와 스태그플레이션이 현실이 된다. 그런데 역설이 있다. 분쟁이 빨리 끝나면 담아두었던 자산 70%가 조용히 돈을 번다.


길어지면 비축해 둔 현금 30%로 남들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두 시나리오 모두에서 살아남는 구조를 미리 갖춰놓은 사람만 어느 쪽이든 이긴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5,000 초반선이 밸류에이션 매력이 생기는 구간"이라고 봤다.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회복 탄력성이 있는 만큼 패닉셀링은 자제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조언보다 구조가 먼저다. 분할 매수를 10등분으로 나눠 천천히 집행하는 원칙이 있는 사람은 패닉을 느껴도 행동이 흔들리지 않는다. 원칙이 없는 사람은 공포에 지배받는다.


한 가지 맹점은 짚어야 한다. 이 모든 시나리오는 '이란이 실질적으로 해협을 봉쇄한다'는 전제에 기댄다. 우회 송유관의 수송 능력은 하루 물동량 2,000만 배럴의 7분의 1에 불과하고, 우회 루트로 가도 수송 비용이 50~80% 상승한다. 해협이 막힌 채로 시간이 흐를수록 충격은 커진다.


반대로 미군이 해협을 강제 개방하거나, 하메네이 사후 이란 내부에서 친미 성향의 새 지도부가 빠르게 안착하면 유가는 급락하고 시나리오 전체가 달라진다. 트럼프가 '5주 안에 끝낼 수 있다'라고 했고, 시장은 4주를 보고 있지만, 이란 측은 협상 자체를 거부했다. 확신보다 유연함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투자는 기계적으로 해야 한다. 돈 벌려고 하는 거지, 도파민 느끼려 하는 게 아니다. 현금 30%는 손해가 아니라 옵션이다. 시장이 패닉을 줄 때 싸게 살 수 있는 권리다. 10 등분해서 천천히, 오래 사는 것이다.


빠른 종전이 나쁜 소식인 유일한 사람은, 겁먹고 팔고 나간 투자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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