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가 일본·대만에 지는 건 실력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 야구가 일본·대만에 지는 건 실력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이 일본이나 대만에 야구로 지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요즘 선수들이 근성이 없다"거나 "감독 전술이 문제"라는 식의 얘기들.

근데 그건 나무만 보는 거다. 뿌리부터 다르다.


2024년 기준으로 한국 고교야구팀은 106개다. 일본은 같은 시점에 약 3,800개 학교, 선수만 12만 7천 명이 야구를 하고 있다.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한국 고교에서 야구팀을 운영하는 학교 비율은 4%에 불과하고, 일본은 76%다. 같은 국제대회에서 경쟁하는데 선수 파이프라인 규모 자체가 다른 거다. 여기에 저출생까지 겹쳤다. 선수 풀은 줄어드는데 드래프트 구조는 그대로다.


선수 수급 문제만이 아니다.

2026 KBO 신인 드래프트(2025년 9월 시행) 공식 결과 기준으로, 지명된 110명 중 고졸이 92명, 대졸은 16명이었다. 대졸 비율 15%. 10년 전인 2012년엔 46%였다. 반 토막도 아니고 3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번 드래프트에서 대학 선수가 예측보다 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과는 같았고,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중 지명을 받은 선수도 단 1명이었다.


구단들이 대졸을 기피하는 논리는 단순하다.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는 거다.

고졸로 뽑아서 즉전감으로 써보고, 안 되면 군대 다녀온 23~24세에 방출한다. 이 패턴이 반복된다. 육성이라기보다 소모에 가깝다. 고졸 상태에서 방출되면 대학도 못 간다. 프로 입단 경력이 있으면 아마추어 팀 등록 자체가 안 되는 협회 규정 때문이다. 아직 20대 초반인데 야구를 완전히 접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일본은 반대다. 드래프트에서 고졸 선수만 집중 지명했다가는 엄청난 비판을 받는 나라다. 2011년 요코하마 DeNA가 지명자 9명 중 8명을 고졸로 뽑자 '고졸 자포자기 지명'이라는 말이 쏟아졌고, 2019년 한신 타이거스도 6명 중 5명을 고졸로 뽑자 '스카우터가 고시엔 구장에서 다른 데 안 가고 눌러앉았냐'는 비판이 나왔다. 일본의 기본 기조는 대학리그나 독립리그를 거친 검증된 선수 중심이고, 고졸을 뽑더라도 첫 해는 재활과 체력 구축, 2년차부터 실전 훈련으로 들어가는 중장기 육성이 당연한 수순이다.


대만도 무시하면 안 된다. 2024 프리미어12에서 일본까지 꺾고 우승한 게 우연이 아니다. 과거 승부조작 파문으로 리그가 4개 구단까지 쪼그라든 적 있었는데, 거기서 다시 6구단 체제로 키웠다. 2024 프리미어12 우승을 기점으로 대만 프로야구는 역대급 호황기에 접어들었고, 2024시즌 평균 관중은 전년 대비 28.2% 상승했다. 대기업 3곳이 추가 구단 창단 의사를 타진할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면 한국은 지금 구조적 딜레마 속에 있다. 고졸 편중 드래프트, 단기 소모, 조기 방출의 사이클이 반복되고, 그렇게 사라진 선수 중 상당수는 다른 길을 찾기도 어렵다. 물론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쌓은 인프라를 금방 따라잡겠다는 건 무리다. 그런데 그것과 별개로 대졸·독립리그 경로 확대, 고졸 방출 선수에 대한 재등록 규정 완화, 육성 연한 보장 같은 제도 개선은 돈과 시간과 무관하게 지금 당장 손볼 수 있는 것들이다.


야구에서 지는 게 창피한 게 아니다. 지는 이유를 제대로 보지 않는 게 문제다.

작가의 이전글성실한데 왜 제자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