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한반도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2026년 3월, 중동이 불타고 있다.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합동 공습을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에픽 퓨리 작전'으로 명명하며 이란의 핵 개발 완전 무력화와 정권 교체를 목표로 선언했다.
이란은 즉각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UAE, 사우디 등 중동 내 미군 기지와 이스라엘을 향해 탄도미사일과 드론으로 보복했다. 카타르 알 우데이드 기지의 핵심 조기경보 레이더가 타격을 받았고, 이란 드론은 이스라엘 하이파 정유시설을 공격해 현장 직원 3명이 숨졌다.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공습 당일 사망이 공식 확인됐다.
3월 4일에는 사우디와 UAE가 미국·이스라엘 편에 서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하면서 전선이 확대됐다.
UAE는 실전에 투입된 한국산 천궁-Ⅱ가 이란 탄도미사일을 96%의 요격률로 막아냈다며 한국 정부에 조기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한국 방산의 이름이 중동 하늘에서 증명됐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정반대의 일이 경북 성주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3월 9일, 워싱턴포스트는 미 국방부가 한국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일부를 중동 지역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복수의 미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비축분도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함께 끌어내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대형 수송기들이 줄줄이 한국을 떠난 것이 이미 포착돼 있었고, 이제 그 수송기들이 무엇을 싣고 갔는지가 분명해진 셈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 이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주한미군이 자국의 군사적 필요에 따라 일부 방공무기를 반출하는 것에 대해 우리는 반대 의견을 내고는 있지만, 우리 의견대로 전적으로 관철할 수 없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반대는 했다. 하지만 막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국에 사드는 성주 1개 포대가 전부다. 주한미군이 보유한 단 하나의 고고도 방어체계다. 그것이 지금 중동으로 향하고 있다.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국산 방공무기 L-SAM은 내년부터 배치가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 한반도 방공망에 고도 공백이 존재한다.
2003년 이라크전쟁 때도 주한미군 전투부대가 차출됐다. 그 부대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한국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미국은 그 경험을 바탕으로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발전시켰다.
한국에 배치된 미군 전력은 언제든 다른 전선으로 재배치될 수 있다. 한국의 동의나 반대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이것이 NDS가 말하는 '전략 재배치'의 실제 모습이다.
올해 1월 23일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2026 국가방위전략(NDS)은 노골적이었다. 34쪽 분량의 이 문서는 "한국이 북한 억지에 대한 주도적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라고 명시하고, 미국의 역할을 "중요하지만 더 제한적인 지원"으로 규정했다.
2022년 NDS에서 중국·러시아 다음 3위였던 북한의 위협 순위는 이란 아래로 내려갔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었다.
한국이 북한 억지의 주도적 책임을 지라는 말은 단순한 비용 분담 요구가 아니다. 미국의 방공 전력이 언제든 다른 전선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구조 속에서, 한국이 스스로 하늘을 지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 주한미군은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하나는 북한 억지. 또 하나는, 솔직히 더 중요한 것인데, 대중국 견제의 전진 기지다.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말 주한미군 교육 문서에서 이렇게 썼다. "한국은 러시아의 북방 위협에 대응하면서, 동시에 한중 간 해역에서 중국의 활동에 대응할 수 있는 서측 접근성을 제공한다."
북한 억지는 명분이고, 대중 견제가 실질에 훨씬 가깝다는 뜻이다.
올해 2월 주한미군 F-16 편대가 한국 측과 사전 조율도 없이 서해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 상황을 만들어냈다. 사드 이전배치도 같은 논리 안에 있다.
미국에 한국 방공망의 빈자리보다 중동 방어선이 더 급했다는 것이다. 2026 NDS는 제1도련선 방어선 구축을 명시했다. 주한미군의 역할은 한반도 고정 전력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전반을 커버하는 유연 운용 전력으로 이미 재규정돼 있다.
북한도 이 구도를 정확히 읽고 있다.
올해 초 백악관이 "전제조건 없이 김정은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라고 발표했을 때, 북한은 남측에 아무 신호도 보내지 않았다.
미국과만 대화하고, 한국은 배경으로 두는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의 공식 입장은 '선 북미대화, 후 남북대화'다. 북한의 한국 패싱 전략을 사실상 수용한 셈이다. 남북관계 단절은 7년째다.
비핵화 테이블도 사실상 치워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올해 1월 "한반도 비핵화는 더 이상 현실적 선택지가 아니다"라는 사설을 실었다.
트럼프 2기 NSS에서 북한 관련 언급은 완전히 삭제됐다. 중국이 2025년 11월 발표한 군비통제 백서에서도 '한반도 비핵화 지지' 문구가 빠졌다.
북한은 현재 최대 5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 40기 생산이 가능한 핵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세 주체가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것이 방향 전환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경제 구조도 이미 바뀌었다. 2023년 12월, 대미 수출이 처음으로 대중 수출을 역전했다. 2024년 대미 무역흑자는 556억 달러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대중 무역수지는 2023년 적자로 돌아선 뒤 회복되지 않고 있다.
안미경중(安美經中)의 시대가 끝나고 안미경미(安美經美)의 시대가 왔다.
군사와 경제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2023년 8월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공동성명은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 지지"를 명문화했다. 조용히 묻혀 있지만, 이것은 중요한 변수다. 미국이 공식 문서에 통일을 지지한다고 적은 것은 통일을 전략적 구도 안에 넣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비핵화 포기, 안보 책임 이전, 경제 구조 재편, 그리고 통일 지지. 네 흐름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여기서 통일이 왜 전략인지가 분명해진다.
통일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다. 협상 테이블에서 핵을 포기시키려는 시도가 30년째 실패하고 있는 동안, 통일은 그 테이블 자체를 바꾸는 방법이다. 동시에 한국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면서도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방법이고, 대중 경제 의존에서 벗어난 구조를 정착시킬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사드가 중동으로 떠났다. 우리 정부는 반대 의견을 냈지만 막지 못했다고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이 문장이 지금 한국의 안보 현실을 가장 정직하게 요약한다.
미국이 전략을 바꾸고 있는 동안, 북한이 한국을 배경으로 밀어내고 있는 동안, 비핵화 논의가 조용히 사라지고 있는 동안,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눈앞의 공백을 관리하는 데 급급한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의제를 만들고 있는 것인지.
역사의 흐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통일을 전략으로 말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것은 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