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왜 싸우느냐.
그리고 언제 멈추느냐.
미국과 이스라엘이 2026년 2월 28일 이란을 공동 타격하면서 세계는 첫 번째 질문에 몰렸다.
그런데 진짜 위험한 건 두 번째다.
이스라엘의 목표는 명확하다.
이란 신정체제의 소멸.
핵 시설 몇 개를 부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체제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네타냐후 본인이 공격 후 이렇게 말했다. "이 동맹의 힘이 내가 40년간 해내고 싶었던 것을 할 수 있게 해줬다." 수십 년 동안 이란을 존재적 위협으로 규정해온 사람의 발언이다.
미국의 셈법은 다르다.
트럼프에게 이란은 핵을 포기하고 친미 노선을 택하면 끝나는 문제다.
체제가 바뀌든 유지되든, 말 잘 듣는 정권이면 된다.
실제로 트럼프는 공격 이후에도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았다. 반면 네타냐후는 수개월에 걸쳐 트럼프를 설득해 이 전쟁을 끌어냈고, 협상 여지를 계속 좁혔다는 게 NYT 등 복수 매체의 취재 결과다.
이 차이는 온도 차가 아니다. 출구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이번 공격이 단행된 타이밍이 이걸 가장 잘 보여준다.
오만의 중재 아래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란은 농축 우라늄 하향 조정과 전면 사찰 수용 의사를 내비쳤고, 오만 외무장관은 공격 하루 전 공개적으로 "평화가 손에 잡히는 거리에 있다"고 밝혔다. 그 시점에 공격이 시작됐다. 2025년 6월에도 미-이란 핵협상이 진행 중일 때 이스라엘이 먼저 타격했다. 협상의 공간이 열릴 때마다 전쟁이 먼저 들어섰다.
반복은 더 길게 이어진다. 2024년 4월 이란 타격, 국제사회 중재로 봉합. 같은 해 10월 재타격. 2025년 6월 12일 전쟁, 봉합. 그리고 8개월 만인 2026년 2월 28일, 이번엔 미국과 합동으로 다시 공습.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이번 공격으로 사망했다. 패턴이 누적됐고, 이번엔 규모가 달라졌다.
그런데 이란은 그냥 맞고 쓰러질 나라가 아니다.
이란 체제는 외부 충격에 맞서 버티도록 설계돼 있다.
IRGC와 국가 행정 조직이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한, 지도자 한 명의 죽음이 체제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전문가들도 강경파가 권력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스라엘이 원하는 '완전한 붕괴'는 폭격으로 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 전쟁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가 협상으로 선회하는 순간, 이스라엘은 단독으로 남겨진다.
이스라엘 정치 분석가 미첼 바라크는 공격 개시 전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는 거래적이다. 그게 그의 방식이다. 가자처럼 될 것이다. 이스라엘이 최후의 승리를 확보한 뒤 미국에 통제권을 잃게 될 것이고, 트럼프의 이익은 늘 우리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
트럼프가 빠진 뒤에도 이스라엘의 공격은 계속될 것이다.
이스라엘에게 적당한 봉합은 없다. 이란이 숨 쉬고 있는 한 위협이라는 판단이 바뀌지 않으니까.
그 싸움을 가장 조용히, 가장 비싸게 치르고 있는 나라가 UAE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두바이 마리나와 알바샤 지역에 파편이 떨어졌다.
두바이 국제공항이 일시 멈췄다.
이란의 보복 타격은 UAE뿐 아니라 바레인,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광범위하게 이어졌다. 수년간 쌓아온 '안전한 중립 금융 허브'의 이미지가 한 주 만에 흔들렸다.
혁명수비대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서 세계 석유 무역의 4분의 1 이상이 영향을 받았다.
하루 50척 이상 통과하던 유조선은 전쟁 발발 후 0~3척 수준으로 떨어졌다.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봉쇄가 이어지면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는 이미 100달러를 넘겼다.
UAE는 이 전쟁을 선택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을 도운 것도, 이란을 적대한 것도 아니다. 그저 호르무즈 옆에 있었고, 글로벌 자본과 에너지의 교차점에 있었다. 이 전쟁에서 중립은 처음부터 선택지가 아니었다. 지리가 운명을 결정했다.
그래서 총력전이라는 단어가 자꾸 입 밖으로 나온다.
이스라엘은 체제 소멸 전까지 멈출 생각이 없고, 이란은 체제 생존을 위해 버텨야 한다.
미국은 그 사이에서 트럼프식 딜을 원하지만, 네타냐후는 그 딜의 공간을 계속 좁혀왔다.
협상이 무르익을 때마다 전쟁이 먼저 들어서는 건 우연이 아니라 반복된 패턴이다.
어떤 식으로 봉합되든, 그건 진짜 끝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기면 멈출 수 있다. 이스라엘은 상대가 숨 쉬는 한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목표가 다른 두 나라가 같은 전쟁을 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오늘도 공항이 멈추고 주가가 빠지는 나라, UAE.
가장 억울한 구경꾼이 가장 비싼 값을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