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제국, 석유의 저주 - 2편

-위안화로 해협을 연다

미국은 페트로달러에 도전하는 것을 핵심 이익 침해로 간주해 왔다. 그리고 그 판단에 따라 행동해 왔다. 2000년 사담 후세인이 원유 결제를 유로로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2003년 이라크 전쟁이 시작됐다. 사담은 교수형에 처해졌다.

2018년, 이 구도에 새 변수가 등장했다. 중국이 상하이 선물시장에서 위안화 표시 원유 선물거래를 시작한 것이다. 이후 러시아, 베네수엘라, 이란 등 미국의 제재를 받는 산유국들이 위안화 결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국제 원유 거래의 8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에서, 제재망 밖의 나라들이 중국을 축으로 별도의 결제 채널을 만들어가는 방식이었다. 개별 국가의 저항이 아니라, 대안적 결제망을 조용히 구축하는 시도였다.

2026년 3월, 그 전선이 호르무즈 해협 위에서 폭발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 2주 넘게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는 가운데, CNN은 이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이란이 위안화 결제를 조건으로 특정 유조선의 통항을 허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해상 통제 완화가 아니라, 결제 통화 질서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다.


국제 원유 거래의 8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된다.


이란의 계획이 현실화하면, 에너지가 급한 나라들이 통화 원칙을 접고 위안화 결제를 선택하는 선례가 만들어진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국들이 자국 상선의 해협 통과를 위해 이란과 협상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국은 이란 원유 수출의 90%가 거쳐 가는 하르그섬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미 중부사령부는 기뢰 저장시설과 미사일 벙커를 포함해 90개 이상의 군사 목표물을 정밀 타격했다고 밝혔다. 다만 석유 인프라는 공격 대상에서 제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덕적 이유로 석유 시설은 파괴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고, "이란이나 그 누구라도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행을 방해하면 즉시 이 결정을 재고하겠다"라고 위협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을 통해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에 호르무즈 해협으로 군함을 파견하라고 요구했다. 이란의 호르무즈 봉쇄로 석유 수입에 차질을 빚는 국가들이 상선 호위 임무를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 이외의 제3 국에 대이란 군사작전 동참을 명시적으로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요구는 표면상 해상안보 협력이지만 내부에 복잡한 계산이 깔려 있다. 미군의 인명 피해 부담이 큰 호르무즈 호위 작전을 다른 나라들에 넘기는 동시에, 이란에 위안화 결제를 허용한 중국을 이 전선에 끌어들여 압박하는 구도다.


한국의 원유 수입 중 65%가 중동산이다.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하면 에너지 위기가 경제 위기로 직결된다. 트럼프의 군함 파견 요구는 한국에 (1) 한미동맹의 의무, (2) 이란을 포함한 중동 산유국과의 관계, 그리고 (3) 작전 자체의 위험성이라는 세 가지 딜레마를 동시에 던진다.


청해부대를 아덴만에서 호르무즈로 전환 배치하는 것은 법적으로 국회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미국으로부터의 공식 파병 요청도 아직 없는 상태다. 정부는 현재 원론적 검토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짚어야 할 것이 있다.


하르그섬 타격에서 미국이 석유 인프라를 건드리지 않은 선택은, 역설적으로 이란의 협상 레버리지를 살려두는 결과를 낳는다. 봉쇄를 유지할 역량이 이란에 남아 있는 한, 위안화 조건은 계속 테이블 위에 있다. 그 테이블에 한국이 어떤 자격으로 앉을 것인지는, 군함 파견 여부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이다.


이란의 위안화 카드가 달러 체제를 즉각 무너뜨릴 무기는 아니다.

이란의 석유 수출 자체가 제재로 크게 위축돼 있어 페트로달러 체제에 대한 직접 위협은 제한적이다. 달러의 위상은 단순한 통화 문제가 아니라 미국 국채시장의 규모, 금융 인프라, 군사력이 결합된 결과이기 때문에 위안화가 단기간에 이를 대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란이 노리는 것은 달러 체제의 즉각적 붕괴가 아닐 것이다. 목표는 더 좁고 실용적이다. 에너지가 급한 나라들이 (1) 미국 편에 서는 비용을 높이는 것, (2) 중국을 이 분쟁에 경제적 이해당사자로 깊이 묶어두는 것, 그리고 (3) 위안화 결제의 선례를 만들어 달러 패권의 구조에 균열을 내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달성하면, 이란은 군사적 패배 속에서도 전략적 성과를 거두는 셈이다.

호르무즈 해협 위에서 지금 벌어지는 일은 에너지 위기가 아니다. 50년을 유지해 온 달러-석유 동맹이 새로운 도전자를 만났다. 그 도전자는 총도 아니고 핵도 아니다. 위안화 결제라는, 조용하고 정밀한 무기다.

1편에서 말했듯, 1953년 아작스 작전의 결말은 1979년 이슬람 혁명이었다. 단기 전술이 장기 전략을 망가뜨렸다. 지금 호르무즈에서 미국이 석유 인프라를 남겨둔 채 군사시설만 타격하는 선택도, 같은 질문을 다시 불러온다. 이 전술이 어떤 미래를 만들지, 역사는 아직 답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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