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넷플릭스로 BTS 공연을 봤다. 아내는 정국 팬인데, 요즘 그 팬심이 식은것 같았다. 아내 표현에 "정국은 사춘기가 늦게 온 것 같아."라고
마침 집에 한창 사춘기 아들이 있어서 그런지, 스크린 속 감성이 더 낯설게 보였던 모양이다. 팬심도 맥락을 타는것 같다.
나는 BTS의 영향력을 부정하지 않는다.
블룸버그는 이번 광화문 공연 한 차례만으로 서울에 약 2660억 원 규모의 경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넷플릭스는 190개국에 생중계했고, 창사 이래 단일 아티스트 컴백 공연을 생중계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BTS 정도면 더한 것도 해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은 이해한다.
그러나 이해와 공감은 다르다. 자유, 저항, 역사 같은 단어가 가사 안에 놓일 때, 그 언어가 진심으로 들리려면 최소한의 맥락이 필요하다.
초거대 기획사 소속이고, 그 수장이 경제 사범으로 수사를 받는 시점에 그 단어들은 진정성보다 포지셔닝에 가깝게 들린다. 광화문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하이브 측은 "방탄소년단의 정체성과 연결된다"고 했고, 방시혁 의장이 직접 "한국의 가장 상징적인 공간이어야 한다"고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회사가 광화문에 있어서 점심마다 광장을 지나다닌다. 작은 버스킹이 있고, 아무도 모르는 사람들이 뭔가를 연주하고, 지나가던 직장인이 잠깐 발걸음을 멈추는 풍경.
BTS 공연 준비가 시작되면서 그것들이 통째로 사라졌다. 하이브는 1만㎡가 넘는 광화문 광장을 7일간 사용하면서 대관료로 약 3천만 원을 냈다. 그 기간 광장을 쓸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돌아온 것은 없다.
세종문화회관은 공연 당일 예정된 공연을 취소했고,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임시 휴관했다. 국가적 행사라는 명분 아래 이미 잡혀 있던 일상들이 밀려났다.
구조를 보면 더 선명해진다. 하이브와 넷플릭스는 중계·IP·브랜드 홍보에서 상업적 이익을 얻는 반면, 교통 통제와 인파 관리, 공공 인력 동원 비용은 대부분 서울시와 경찰·소방 등 공공 부문이 부담했다.
넷플릭스는 한국 기업이 아니다.
한국의 세금과 공공 자원이 해외 플랫폼의 콘텐츠 자산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지적은 감정적 반발이 아니라 꽤 정확한 진단이다.
국무총리조차 공연 당일 현장을 찾아 "근본적으로는 BTS와 하이브가 하는 행사를 국가와 공동체가 지원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기업의 책임감을 강조했다. 정부 스스로가 그 경계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결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남겼다. 공연 당일 현장을 찾은 실제 관객 수는 약 4만 2천 명으로, 당초 예상치 26만 명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도심 전체를 일주일 가까이 묶어두고 경찰 수천 명을 동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입된 공공 자원의 규모가 더 두드러진다.
오랜만에 돌아온 BTS를 보며 그냥 잘한다고 응원하면 되지, 뭘 그리 따지냐는 말도 듣는다. 틀리지 않다.
근데 나는 아재다. 점심마다 광장을 걷고, 버스킹 소리에 잠깐 멈추고, 그게 사라진 걸 몸으로 느끼는 사람. 꼰대 소리 들을 각오는 되어 있다. 그래도 광장이 상징으로만 소비될 때, 가장 먼저 밀려나는 건 그 안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것. 그것만큼은 짚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