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2026년 2월 25일, 이란 외무장관 아라그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는다. 사거리를 2,000킬로미터 이하로 제한해왔다."


세계 어디에도 위협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발언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3월 20일, 이란은 약 4,000킬로미터 거리의 목표물을 향해 탄도미사일 두 발을 쐈다.


디에고 가르시아. 인도양 한가운데 자리한 미국·영국 합동 군사기지다.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곳에서 이라크를, 아프가니스탄을, 20년간 테러와의 전쟁 전선 곳곳을 두드렸다.


기지가 운용된 이래 어느 나라도 이곳을 건드리지 않았다. 처음부터 "어떤 적의 사거리도 닿지 않는 곳"에 세워진 기지였기 때문이다.


이란이 그 기지를 향해 미사일을 쐈다.

두 발 모두 기지에 닿지 않았다. 한 발은 비행 중 고장났고, 나머지 한 발은 미 해군 이지스함이 SM-3 요격미사일로 격추했다.


그런데 이게 정말 '실패'의 이야기인가.


이란이 공식적으로 인정해온 최대 사거리는 2,000킬로미터였다. 디에고 가르시아까지의 거리는 약 4,000킬로미터. 그 두 배 거리를 향해 미사일이 날아갔다. 명중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날아갔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이란의 반관영 통신 메흐르 스스로 이 발사를 "이란 미사일의 사거리가 적이 상상했던 것을 훨씬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계"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 방위군 참모총장 에얄 자미르는 "이란은 사거리 4,000킬로미터의 2단계 탄도미사일을 디에고 가르시아의 미국 기지를 향해 발사했다. 이 미사일들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게 아니다. 그 사거리는 유럽 수도들에 닿는다. 베를린, 파리, 로마가 모두 직접 위협 사거리 안에 있다."고 말했다. 유럽이 불편해지는 지점은 바로 여기서부터다.


이란이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힘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드러난 것은 판단 착오라고 본다.


전략적으로 보면, 이 발사는 이란이 아직 공개하지 않았어야 할 패를 스스로 꺼낸 순간이다. 억지력은 모호함 위에 서 있다. 적이 "네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억지의 핵심이다.


이란은 그 불확실성을 스스로 걷어냈다. 그것도 두 발 모두 빗나간 채로 말이다.


왕립합동군사연구소 선임연구원 저스틴 브롱크는 이 발사가 이란의 우주발사체를 탄도미사일 용도로 전용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거리는 늘었지만, 정확도를 희생한 방식이었다는 것이다. 이란은 자신의 한계를 감추는 대신 드러냈다.

타이밍도 치명적이었다. 전쟁 직전까지, 유럽 대부분은 미국·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세에 직접 동참하지 않았다.


영국은 디에고 가르시아 기지 사용을 허가하면서도 공세적 작전 참여는 선을 그었다. 프랑스와 독일은 외교적 해결을 촉구했다. 전쟁의 무게를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는 구도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란이 직접 발사했다. 그것이 판을 바꿨다.

디에고 가르시아 발사 다음 날인 3월 21일, 영국·프랑스·독일·일본·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이란의 상선 공격과 호르무즈 봉쇄를 강력 규탄하는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항행 안전을 위한 공동 행동 준비를 선언했다.


G7 외무장관들은 이란의 공격을 "정당화될 수 없고 무모하다"고 집단 비난했다. 영국 국방부는 디에고 가르시아 공격을 "무모한 도발"이라고 공개 규탄하며 미국의 기지 사용 허가를 재확인했다.


이란의 전략적 구상은 '수평적 확전'이었다. 더 많은 전선을 열어 미국의 부담을 늘리고, 동맹을 분열시키겠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반대였다. 분열이 아니라 결집이었다. 전쟁에 거리를 두고 있던 나라들이 이란의 행동을 계기로 대오를 굳혔다.


아라그치는 2월 25일 "사거리를 2,000킬로미터 이하로 제한했다"고 말했다. 23일 뒤, 이란은 그 두 배 거리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기지는 멀쩡했다. 국제 여론은 굳었다. 숨겨왔던 능력을 공개하는 대신 돌아온 것이 없었다.


거리는 더 이상 방어선이 아니라는 것, 이란이 세계에 선언했다. 문제는 그 선언이 이란 자신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제는 상대방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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