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성의 2025 시즌 세부 지표와 2026 시범경기 흐름을 함께 보면, 다저스 구단의 결정이 왜 그렇게 나왔는지 납득이 된다. 표면적 수치가 아니라 타격의 구조를 들여다봤을 때, 이 결정은 예정된 수순에 가까웠다.
메이저리그에서 현장 감독은 경기 중 라인업과 투수 교체를 결정하는 지휘관이다. 선수의 승강격, 계약, 로스터 구성은 감독 권한 밖이다.
다저스도 야구운영 총괄 사장 앤드루 프리드먼이 최종 결정권을 쥐고, GM 브랜든 고메스가 실무를 담당하는 구조다.
로버츠가 "스프링 트레이닝 최고의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말하며 김혜성의 트리플 A행을 설명했을 때, 그건 감독 개인의 판단이 아니었다.
로버츠 스스로 "프런트와 논의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고, 고메스 단장이 직접 나서 "프리랜드는 스프링 내내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공개 발언한 것이 그 방증이다. 결정은 프런트에서 이미 내려진 상태였다.
그 결정의 근거가 바로 스탯에 있다. 존 안 컨택률(Z-Contact%) 78.4%라는 숫자, 얼핏 보면 평균 언저리 같다. 그런데 이게 컨택 중심으로 살아가야 하는 선수에게는 마지노선에 가깝다.
타구 속도가 하위권이고 강타 비율(Hard-Hit%)도 바닥권인 선수가 그나마 기댈 데가 '일단 맞히는 능력'인데, 그조차 리그 평균에 미달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2025 시즌 170타석에서 타율 .280, OPS 0.699. 수치만 놓고 보면 벤치 요원으로서 기능은 했다. 문제는 기대 가중 출루율(xwOBA) 0.257, 평균 타구 속도 하위 13 퍼센타일, 상위 10% 타구 속도(90th% EV)는 리그 최하위권인 하위 1 퍼센타일.
스윗스팟 비율(Sweet-Spot%)이 상위 6 퍼센타일(94 퍼센타일)로 치솟은 게 오히려 아이러니다. 맞히는 위치는 잘 찾는데, 맞혀도 타구에 무게가 없다. 스윗스팟에서 나오는 공이 뜬 공이나 약한 땅볼로 마무리되는 구조다.
선구안도 마찬가지다. 존 밖 스윙 비율(O-Swing%) 35.3%에 존 안 스윙 비율(Z-Swing%) 65.9%. 존 안에 들어오는 공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컨택 결과가 이 모양이면 '존 안 공을 잘 치는 타자'가 아니라 '갖다 대는 타자'다.
존 밖을 조금 덜 쫓아가는 것과 존 안을 잘 처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다.
2026 시범경기 숫자만 보면 얘기가 달라 보인다. WBC 출국 전 4경기에서 타율. 462, OPS 1.154. 그러나 WBC에서 12타수 1안타, 타율. 083에 그쳤다. 다저스 복귀 후 다시 불방망이를 휘둘러 최종 9경기 타율. 407을 기록했다. 경쟁자 프리랜드가 43타수 5안타, 타율. 116을 찍는 동안이었다. 그런데도 프런트는 프리랜드를 택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시범경기 27타석에서 삼진 8개, 볼넷 단 1개. 타율은 4할이었지만 삼진율은 정규시즌 수준 그대로였다. 안타는 나왔지만 타격의 구조 자체가 바뀌지 않았다는 판단이었다. 구단은 타석의 질을 봤고, 그 질은 스탯시트 이면의 스윙 메카닉에서 이미 드러나 있었다.
김혜성은 지난 시즌 중견수로 17경기(9 선발)에 나서 실책 없이 소화했지만 초과 아웃 기여(OAA·Outs Above Average)는 -2를 기록했다. 수비 실책은 없었어도 경기를 만들어내는 수비는 못 했다는 뜻이다.
다저스 같은 팀에서 벤치 자원이 살아남으려면, 타격이든 수비든 하나는 확실해야 한다. 발 하나만큼은 리그 수준이었다. 2025 시즌 13 도루, 도루 성공률 92.9%. 스피드는 실재한다. 그러나 속도는 타자로서의 생산성을 대체하지 못한다. 출루를 해야 뛸 수 있고, 출루를 하려면 타격이 받쳐줘야 한다. 어차피 토미 에드먼이 복귀하면 프리랜드도 마이너로 갈 것이다. 이때까지 트리플 A에서 중견수 수비 지표가 구단 눈에 들어오면 그때 콜업의 기회는 다시 올 것이다.
타격은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걸 알면서도 현 수준을 유지한 채 1군을 기다리는 전략은 결국 부상자 발생을 기다리는 것 이상이 되기 어렵다.
중견수 수비를 진짜 리그 수준으로 끌어올려서, 타격이 부족해도 외야 수비 하나로 로스터 정당성을 만드는 선수가 되는 게 현실적인 길이다. 멀티 유틸의 가치는 포지션 숫자가 아니라 각 포지션에서의 수비 기여도로 측정된다.
김혜성이 메이저 로스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2루수와 중견수에서 경쟁력 있는 수비지표가 나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