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밥상, 미국의 무기

콩 한 알의 지정학 - 베센트는 왜 파리로 갔는가

3월 15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파리로 갔다.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이틀짜리 회담을 위해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3월 31일~4월 2일)을 앞두고 의제를 조율하는 자리였다. 베센트는 회담 전 미국 재무부 공식 성명에서 이렇게 밝혔다.


"Under the guidance of President Trump, our team will continue to deliver results that put America's farmers, workers, and businesses first."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 아래 우리 팀은 미국의 농부, 노동자, 기업을 최우선으로 하는 결과를 계속 도출해낼 것입니다."

농부가 노동자보다 앞에 나왔다.


협상 테이블에 올라온 의제 중 하나가 미국산 대두 구매 확대였다. 보잉 항공기, 미국산 에너지,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와 함께 묶인 종합 협상안이었다. 로이터가 취재한 소식통에 따르면 파리 회담에서 중국 측은 미국산 농산물 추가 구매에 실제로 열린 태도를 보였다. 대두는 무역협상에서 늘 등장하는 품목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맥락이 다르다. 이란 전쟁이 진행 중이고, 유가가 올랐고, 브라질의 물류 비용이 흔들리고 있다. 콩 한 알의 가격이 미중 협상판을 바꾸는 구조가 지금 작동하고 있다.


그 구조를 이해하려면 브라질부터 봐야 한다.


무역 구조부터 보면 답이 나온다. 브라질은 대두를 팔고 비료를 사온다. 원유를 팔고 정제유를 다시 수입한다. 세계 최대 농업국가이면서 가공 능력이 없다. 팔 수 있는 건 땅에서 나는 것들이고, 살 수밖에 없는 건 그걸 다듬은 것들이다. 이 구조는 브라질이 선택한 게 아니라 수십 년간 축적된 산업 기반의 공백이다.


브라질의 최대 거래처는 중국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은 브라질 전체 수출의 약 30%, 수입의 약 24%를 차지한다. 2001년만 해도 중국이 브라질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했다. 2025년에는 양국 교역이 1710억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의 교역액 830억 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중국이 브라질에서 사들이는 건 주로 대두, 철광석, 원유다. 그 중 대두가 핵심이다. 브라질 대두 수출의 70% 이상이 중국으로 간다.


그런데 이란 전쟁이 이 구조를 흔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페르시아만 통과 항로의 전쟁보험 담보가 취소됐다. 브라질발 대두 선적은 파나마 운하나 희망봉 우회 루트를 이용하기 때문에 호르무즈를 직접 통과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박유 가격 급등이 운임을 밀어올렸다. 이란 전쟁 이후 브라질 곡물 해상운임은 톤당 10달러 안팎 상승했다.


운임이 오르면 수익성이 달라진다. 운임과 보험료는 선불이다. 수입 대금은 60~90일 뒤에 들어온다. 선적 시점에 운임을 고정하지 않으면, 계약 당시에는 수익이 나던 거래가 선적 직전에 적자로 뒤집힌다. 전문 무역업체들은 운임 선도계약과 헤징으로 이 리스크를 관리하지만, 구조적 비용 상승이 장기화하면 헤징 비용 자체도 올라간다.


브라질은 도로 운송 의존도가 구조적으로 높다. 물동량의 61%가 트럭으로 이동한다. 철도와 수로 인프라가 부족한 탓에, 내륙 깊숙이 위치한 대두 주산지에서 항구까지의 거리를 사실상 모두 트럭이 커버한다. 선박유 가격이 오르면 해상운임이 오르고, 디젤 가격이 오르면 내륙 운반비도 함께 오른다. 두 방향에서 동시에 조여드는 구조다.


브라질 대두의 경쟁력 문제와 연결된다. 현재 중국은 미국산 대두에 13%, 브라질산에 3%의 관세를 부과한다. 톤당 약 50달러 차이로 브라질산이 싸다. 그런데 브라질발 물류비가 오르면 이 격차가 줄어든다. 금수 조치 없이도 구조가 알아서 브라질 대두의 가격 경쟁력을 잠식하는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베센트가 움직였다.


3월 15~16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은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파리에서 이틀간 회담했다. 이 협상이 실질적인 압박력을 갖기 위해서는 전제가 있다. 중국이 브라질산 대두 대신 미국산을 살 '이유'가 있어야 한다. 가격 차이가 좁혀져야 한다. 브라질의 물류 비용이 오르고, 운임 헤징 비용이 상승하고, 헤알화 약세가 심화되면, 그 이유가 생긴다.


2025년 10월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미국산 대두 1200만 톤을 구매했다. 당시 미국산 대두는 브라질산보다 톤당 수달러에서 수십 달러 더 비쌌다. 민간 기업들은 비용 부담으로 참여하지 못했고, 국영 기업인 시노그레인과 코프코가 전량을 담당했다. 가격이 아니라 정치가 거래를 만든 것이다. 그런데 브라질의 구조적 경쟁력이 약해지면, 그 정치적 비용은 줄어든다. 중국으로서도 미국산을 사는 명분이 생긴다.


외환 압박은 그다음에 온다. 대중 수출이 흔들리면 브라질의 무역 흑자는 줄어든다. 헤알화는 지속적인 약세 흐름을 걷고 있고, 2025년에도 달러당 5.2~5.3 수준에서 움직였다. 브라질이 달러가 필요해질 때 손을 내밀 수 있는 곳은 미국 자본이다.


자원도 마찬가지다. 브라질의 희토류 매장량은 2100만 톤으로 세계 2위다. 니오븀은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브라질이 담당한다. 그런데 브라질은 희토류 정제 능력이 없다. 2025년 상반기 브라질 희토류 수출의 90%가 중국으로 향했다. 채굴은 브라질이 하고, 정제는 중국이 한다. 매장량 세계 2위인 나라가 원광을 팔고 있는 구조다. 미국은 이 공백에 이미 투자를 시작했다. 외환위기가 왔을 때 브라질이 내줄 수 있는 것은 명확하다.


전체 그림을 놓고 보면 이렇다. 이란 전쟁은 에너지 가격을 올리고 브라질의 물류 비용을 끌어올린다. 브라질 대두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지면 베센트의 협상 카드는 두꺼워진다. 중국의 연간 대두 수입 수요 1억 3000만 톤 중 70% 이상이 브라질에서 오는 구조에서, 그 의존도를 흔드는 것만으로 중국을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 있다.


에너지도 불안정하고, 대두도 흔들리고, 이란 원유도 막혀가는 상황에서 시진핑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제한적이다. 위안화 절상 용인, 미국 농산물 대량 구매, 일부 관세 인하. 1985년 플라자 합의가 일본에 강요한 것과 구조가 다르지 않다.


브라질은 전쟁을 치른 적 없다. 구조가 그렇게 된다. 그리고 베센트는 그 구조를 읽고 파리로 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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