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쟁, 사우디가 뛰어들면 완전히 다른 전쟁이 된다

트럼프와 네타냐후가 핵협상 진행 중에 전쟁을 시작했다는 사실은 두고두고 기록될 것이다.


2월 26일 제네바에서 미국과 이란 협상단이 마주 앉은 지 36시간이 지나지 않아 공습이 시작됐다.


군축통제협회를 비롯한 복수의 전문가들은 당시 협상에 참여한 위트코프와 쿠슈너가 핵 기술 전문가를 동행시키지 않은 채 이란의 제안을 오독하거나 왜곡했으며, 그 결과가 트럼프의 전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오만 외교장관은 협상이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판단이 옳은지 그른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 그것을 따지는 것은 사치다. 이미 전쟁이 시작됐고, 지금 필요한 건 어떻게 이 전쟁을 관리하고 수습하느냐의 문제다.


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 하메네이가 그날 죽었다. 이란은 수시간 뒤부터 걸프 전역에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쏟아부었다.


카타르, 쿠웨이트, 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전쟁은 처음부터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의 2자 구도가 아니었다. 걸프 전체가 전장이 됐다.


지금 이 전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나라는 이란도 미국도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다. 사우디가 어디까지 개입하느냐에 따라 전쟁의 성격 자체가 바뀐다.


프린스턴대 중동 전문가 버나드 헤이켈은 MBS가 "이 전쟁에 반대했다"고 블룸버그에서 밝혔다. 걸프국제포럼 선임연구원 아지즈 알가샨 역시 사우디가 공격 결정에 격노했으며 전쟁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다고 말했다.


사우디가 원한 건 이란의 약화였지, 걸프 전체를 집어삼키는 전면전이 아니었다. 그 구분이 무너진 게 2월 28일이다.


사우디의 선택은 이 전쟁에서 어떤 전략을 취하느냐의 문제로 좁혀졌다. 이란이 그 선택지를 스스로 줄였다. 리야드 국제공항이 미사일 표적이 됐고, 주사우디 미국 대사관에 드론 2대가 명중해 화재가 났다.


라스 타누라 아람코 시설에도 드론 공격 시도가 있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후 사우디의 사실상 유일한 석유 수출 통로가 된 얀부 항구 인근 정유시설도 드론 공격을 받았다.


사우디 외교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은 이 공격들이 "수년간 쌓아온 신뢰를 산산조각 냈다"며 자위권을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3월 21일 사우디는 주재 이란 국방무관과 대사관 직원 4명에게 24시간 내 출국을 통보했다.


알가샨의 말이 이 상황을 정확히 담고있다. "사우디는 이란과의 관계에 외교적 자산을 투자했고, 더 큰 전쟁을 막기 위해 이란을 충분히 지지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란이 이렇게 나왔다는 것에 깊은 배신감을 느끼고 있다."


전쟁을 원하지 않았던 나라가,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사우디는 서부 타이프의 킹 파흐드 공군기지를 미군에 개방했다. 이란 국경에서 1,200km 이상 떨어진 이 기지는 이란의 주요 드론 사거리 밖에 위치한다.


전쟁 개시 이후 반복적으로 공격받은 리야드 인근 프린스 술탄 기지와는 다르다. 미 공군 KC-135 공중급유기 5대가 손상됐고, 미군 병사 1명이 그곳에서 전사했다.


헤이켈은 "미 공군이 이란 해안과 가까운 사우디 서부 기지에서 출격한다면 항공모함보다 훨씬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기지 개방은 군사적 선택인 동시에, 사우디가 어느 편에 섰는지 보여주는 정치적 신호다.


사우디 앞에 놓인 선택지는 세 가지다.


첫째,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지 제공, 정보 협력, 이란 금융망 압박에서 선을 긋는다. 알가샨은 사우디가 현재 "군사적 옵션은 열어두되 외교를 우선하고, 이란과의 물밑 접촉을 유지한다"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키스탄, 터키, 이집트, 오만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메시지를 오가며 협상의 물꼬를 트려 하는 지금, 사우디가 이 외교 공간을 살려두는 역할을 유지하면 전쟁 확대를 막는 완충재가 될 수 있다. 걸프국제포럼은 그러나 이 자제의 한계 조건을 명확히 짚었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이란의 타격 강도가 높아질수록, 사우디가 더 강경한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제한적 군사 행동이다. 알가샨은 "다음 단계는 치명적 방어 조치가 될 수 있으며, 그 전선은 호르무즈 해협"이라고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이란은 이미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고 유조선 공격을 반복하며 글로벌 에너지 공급을 인질로 잡고 있다. IEA 사무총장 파티흐 비롤은 현재 에너지 위기로 하루 1,100만 배럴의 원유 공급이 차단됐다며, 이는 1973년과 1979년 두 차례 석유 파동을 합친 것보다 심각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사우디가 호르무즈에서 방어적 군사 행동을 취하면, 이란의 타격에 명확한 비용을 청구하면서도 전면전을 피하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


셋째, 공식 참전이다. 사우디 왕립공군은 F-15 계열과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포함해 449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 전력은 갖춰져 있다. 그러나 채텀하우스는 이 선택의 정치적 대가를 더 무겁게 봤다.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과 싸우는 모습은 걸프 지도자들의 자국민 내 신뢰를 치명적으로 손상시킬 수 있다. 알가샨의 경고는 더 직접적이다. "공세적 조치는 이스라엘이 '미국-사우디-이스라엘이 함께 이란과 싸운다'고 말할 근거를 준다. 이건 전후 지역 질서에서 되돌리기 어려운 선례가 된다."


MBS의 셈법은 냉정하다. 사우디 외환보유액은 2026년 초 기준 4,750억 달러로 6년 만의 최고치다. 사우디가 이란을 직접 타격하는 순간 자본 이탈이 시작되고 리얄화 달러 페그제가 압박을 받는다. 반면 호르무즈 봉쇄는 역설적으로 사우디의 전략적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란의 원유 수출이 막히면서 사우디는 세계에서 안정적으로 원유를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나라가 됐다. 얀부 항구를 통한 홍해 수출 루트는 지금 이 전쟁에서 사우디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산이다. 전쟁은 사우디에게 피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정학적 기회이기도 하다. 이란이 얀부를 더 정확하게 타격하는 날, 그 계산이 무너진다.


원하지 않은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잘못된 판단을 한 사람들을 욕하는 일은 나중에도 할 수 있다. 지금 사우디가 해야 할 것은, 이 전쟁을 더 크게 만들지 않으면서 자국의 이익을 지키는 전략을 실행하는 일이다. 기지를 제공하되 총구를 직접 겨누지 않는 것, 외교의 공간을 살려두는 것, 호르무즈에서의 행동 수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것.


채텀하우스는 이 결정이 "가장 어렵고 위험하며, 사우디가 스스로 내려야 하는 선택"이라고 적었다. 미국이 과거만큼 믿음직한 안보 보증인이 아니라는 인식이 걸프에서 빠르게 확산되는 지금, 사우디는 점점 더 혼자서 판단해야 하는 처지가 되고 있다.


사우디는 이미 한 발을 들여놓았다. 다음 발을 어디에 딛느냐가 이 전쟁의 향방을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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