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이 이란에 지상군을 투입한다면, 어디로 들어갈 것인가.
군사 전략가들이 꺼내드는 선택지는 크게 네 가지다.
첫 번째는 하르그 섬이다.
페르시아만 북부, 이란 본토에서 약 25km 거리에 위치한 이 섬은 이란 원유 수출의 약 90%를 담당하는 전략적 심장부다. 이란 내륙 유전에서 생산된 원유가 해저 파이프라인을 타고 이 섬에 집결하고, 초대형 유조선에 실려 세계로 나간다. 타격 가치는 압도적이다. 하지만 페르시아만 안쪽 깊숙이 박혀 있다는 게 치명적이다. 이란의 반접근/지역거부(A2/AD) 시스템이 이 구역에 집중 배치되어 있고,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미 UAE 푸자이라 항구에 드론 공격을 감행하며 비미국 자산까지 타격하겠다는 의지를 실증했다.
들어가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에 가깝다.
두 번째 케슘 섬도 본질은 같다.
호르무즈 해협 초입에 위치해 하르그보다 다소 숨통이 트이지만, 이란 미사일망 안에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 번째 옵션인 호르무즈 해협 해상 보안회랑은 상륙작전이 아니다.
상업 선박 호위, 해상 차단, 임검과 나포가 주축이다. 현실성은 있다. 하지만 이란이 의도한 정확한 딜레마다. 서방이 군사력으로 해협을 여는 것도, 폐쇄 상태를 방치하는 것도, 모두 전략적 손실로 이어지는 구조다.
그래서 남는 선택지가 차바하르다.
시스탄-발루치스탄 해안은 지상 작전의 논리적 옵션으로 꼽힌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필요가 없고, 이란의 A2/AD 전력이 집중된 페르시아만에서 물리적으로 분리된 지역이다. 연결 도로가 제한적이어서 점령 후 방어가 상대적으로 용이하고, 코나라크와 차바하르 두 항구를 병행 활용할 수 있다. 네 가지 선택지 중 군사적 진입 여건으로는 단연 유리한 쪽이다.
그런데 여기서 결정적인 질문이 생긴다. 미국에 지금 지상전을 치를 준비가 되어 있는가.
CSIS의 마크 캔시안 선임 연구원(前 해병대 대령)은 현재 중동에 집결한 미군 전력이 이란에 대한 징벌적 타격과 역내 동맹국 방어는 가능하지만, 해병대나 특수작전부대 없이는 지상 작전이 불가하고 장기 공중전을 지속할 군수 여건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와의 인터뷰에서 "함선에 해병대조차 타고 있지 않다"며, "공군력만으로 정권 교체를 이끌어낸 역사는 없다"라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최근 분석에서 "해협 개통을 위한 군사 작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해병대의 역내 전개가 그 시그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차바하르는 가설의 영역을 벗어날 수 있다.
여기에 발루치 변수가 더해진다. 이란 동남부 시스탄-발루치스탄 주의 발루치족은 이란과 파키스탄 양쪽으로부터 독립하려는 운동을 오래 이어왔고, 수니파로서 시아파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깊다. 미군이 이 지역에 발을 딛는 순간,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분리주의 불씨가 살아날 수 있다. 발루치가 들고일어나면 이란 서북부 쿠르드 분리주의도 자극받는다.
애틀랜틱 카운슬은 이 연동 효과에 대해 양날의 해석을 내놓았다. 쿠르드 세력이 충분한 지원을 받으면 이란군을 서북쪽으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테헤란은 반대로 분리주의의 위협을 내세워 페르시아 민족주의를 결집하고 전쟁을 외국 주도의 이란 해체 시도로 프레이밍 하는 카드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발루치와 쿠르드가 동시에 준동할 경우 파키스탄과 튀르키예가 어떻게 반응하느냐가 다음 변수다.
이란은 면적 약 164만㎢, 인구 약 8,600만 명의 나라다.
테헤란을 점령해도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도시가 분산되어 있고 산악과 사막이 뒤섞인 지형에서 게릴라전은 몇 년을 끌 수 있다. ACLED 분석에 따르면 개전 초기 이란 31개 주 중 26개 주에서 공습이 기록됐지만, IRGC 강경파는 지도부 제거 이후에도 의사결정을 주도하고 있으며 완전한 항복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이란 동남부 사막 지대는 여름 기온이 섭씨 50도를 넘어서며, 이 지형에서 하계 작전을 벌이는 병사에게 기후는 무기만큼 위협적이다.
카림 사드자드푸어 카네기재단 연구원은 NPR에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가 시작한 '선택의 전쟁'이 이제 '필연의 전쟁'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트럼프가 이 전쟁에서 무엇을 감수해야 하는지 처음부터 이해하지 못했다고.
CNN 분석은 한 발 더 나간다.
트럼프는 이란이 협상을 원하지만 두려워서 말을 못 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테헤란에서 그런 징후는 없다. 전쟁을 시작한 쪽은 트럼프이지만, 오히려 그가 이란보다 협상에 더 급한 모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차바하르는 가장 쉬운 입구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쉬운 입구가 가장 짧은 출구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무기보다 무서운 것은 상대의 의지다. 신정체제를 목숨줄보다 더 강하게 쥐고 있는 현 이란 집권세력이 얼마나 버티느냐, 그리고 미국 유권자가 이 전쟁을 얼마나 오래 지지하느냐. 두 개의 시계가 동시에 돌아가는 것이 지금 이 전쟁의 본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