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에서는 지금도 많은 사람이 임원이라는 자리를 꿈꾼다. 하지만 숫자는 생각보다 냉정하다. 2025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에서 일반 직원이 임원까지 올라갈 확률은 약 0.82%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언젠가 자신도 그 자리에 설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품고 일한다.
그렇다면 임원이 되면 정말 안전해질까. 스스로 지분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면, 임원은 회사 입장에서 인건비가 많이 드는 직책일 뿐이다. 성과가 흔들리면 가장 먼저 평가 대상이 되는 자리, 실적이 막히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하는 최전선이다. 국내 대기업 임원의 평균 재임 기간이 2년 안팎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자리가 얼마나 자주 교체되는 자리인지 짐작할 수 있다.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좌석에 가깝다.
사실 일반 직원이든 임원이든 회사와의 관계는 결국 하나의 계약이다. 회사에 필요할 때는 함께 일하고,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계약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끝까지 품어주는 가족이라기보다, 서로의 필요가 맞는 동안만 이어지는 이해관계에 가깝다. 옛말에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라고 했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도 서로에게 그런 존재다. 한쪽만 절대적으로 약자이거나 우위에 있는 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이 관계를 어떻게 볼지가 중요하다.
직원은 자신의 시간과 노동, 지식과 경험을 회사에 건네고, 회사는 그 대가로 월급과 복지를 지급한다. 이 월급은 그날그날을 버티게 해주는 생활비이면서, 동시에 앞으로를 준비하게 해주는 자본의 씨앗이기도 하다. 여기서 전부를 소비로 흘려보내느냐, 일부를 떼어 자기만의 자본과 역량으로 쌓아 올리느냐에 따라 몇 년 뒤 모습이 달라진다.
어떤 경영자는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월급은 바로 그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재료다. 회사라는 무대 위에서 일하면서도, 나만의 자본주의 테크트리를 차근차근 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한쪽이 다른 한쪽을 구원해 주는 보호 관계가 아니다. 서로에게 지렛대가 되어주는 상호 레버리지의 관계다. 회사는 직원의 역량을 빌려 성과를 내고, 직원은 회사의 시스템과 브랜드, 월급을 빌려 자신의 삶과 커리어를 설계한다. “함께 있으되 서로의 소유가 되지는 말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된다. 회사 덕분에만 산다는 의존도, 직원은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다는 안일함을 함께 내려놓을 때, 비로소 회사와 직원은 윈윈을 향해 조금 더 성숙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 그 거리를 자각하는 순간, 우리는 임원이든 아니든, 어느 자리에 서 있든 조금은 덜 불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길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