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지목록 고양이와 댕댕이들아~ 어디서나 행복해라

요즘 이혼 소송에서는 아이 양육권만큼이나 반려동물을 둘러싼 다툼이 치열해진다. 친구가 일하던 사무실에서 맡았던 한 사건은 강아지 한 마리를 두고 1년 6개월을 끌다가 겨우 판결이 선고되었다고 한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한 번 소송에 휘말리면 한쪽은 이혼과 동시에 함께 살던 반려동물을 다시는 보지 못할 수 있다. 의뢰인 입장에서는 단순한 ‘재산 분쟁’이 아니라, 가족을 한 명 잃는 일에 가까우니 마음이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우리 법이 반려동물을 대하는 방식은 아직 차갑다. 현행 민법에서 동물은 여전히 사람 아닌 모든 유체물, 즉 ‘물건’으로 다뤄진다. 그래서 이혼할 때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자녀처럼 양육권을 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재산분할과 소유권 문제로 다루게 된다. 동물등록제도 역시 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행정제도에 가깝지, 부동산 등기처럼 소유권을 최종적으로 확정해 주는 장치는 아니다. 법이 정한 양육권·면접교섭권의 대상이 아니다 보니, 판결만으로 이혼 후에도 계속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다만, 완전히 길이 막혀 있는 것은 아니다. 재판 과정에서 조정이나 합의를 통해 “언제, 어떻게 반려동물을 만나겠다”는 약속을 미리 정해 두는 것은 가능하다. 또 반려동물은 법적으로는 동산이기 때문에,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이 예상될 때에는 유체동산 점유이전 및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상대방이 반려동물을 갑자기 숨기거나 처분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 한 번 법적으로 소유자가 정해지고 나면, 다른 한 사람은 더 이상 그 동물을 볼 법적 권리가 없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이 사전 조치는 더더욱 중요해진다.



아직 우리 법인에는 이런 사건이 선임된 적이 없어, 경험은 없다. 그럼에도 제도와 구조를 알고 나면, 나중에 이런 사건을 맡게 되었을 때 어떤 마음으로 의뢰인을 마주해야 할지 더 무겁게 떠오른다.


사건이 끝나고 나나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저 판결문 별지에 이름이 적혀 있을 고양이와 강아지들이 어디에서든 잘 지내고, 각자 있는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덜 외롭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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