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인간

한계가 많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괜찮은 인생

by 밝음

성공을 하려면 자신의 한계를 넘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한계라는 건 어디에 있을까. 인간은 우주탐사도 했는데 그렇다면 한계라는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한계는 절대적인 게 아니다. 사람마다 설정 수준이 다르다. 누구에게는 한계가 누구에게는 당연한 게 되고, 누구에게는 절대 불가능이 누구에게는 해볼 만한 도전이 된다. 그렇다면 한계라는 건 내가 할 수 있다고 여기는 정도이지 않을까.


인간의 한계점은 어디인가를 생각하면 측정 불가인 것 같다. 이 세상에는 대단한 일을 해내는 사람이 정말 많다. 누군가는 에베레스트를 등정하고, 누군가는 마라톤으로 전국 일주를 한다. 누군가는 자신의 목숨을 불사하고 위기에서 사람을 구하고, 누군가는 적과 맞서 싸워주어서 이 나라에서 평화롭게 오늘을 누리고 있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한계를 극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우리에게 울림을 준다. 내 이야기도 아닌 남 이야기에 왜 우리의 가슴은 반응하는 걸까. 알고 보면 내 안에도 내가 믿지 않아서 피어나지 못한 어떤 모정의 씨앗이 숨겨져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계라는 것 그 자체를 넘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다고 설정해놓은 내 마음 자체를 넘어가는 게 희열 아닐까. 그렇게 또 다른 나를 발견하면서 더 큰 나를 경험하게 되니까.


인간의 한계란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 얼마만큼을 한계라고 둘 것인가라는 문제일 뿐이다. 지금 한계로 보이는 것들이 훗날엔 깨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건 한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중요한 건 인간의 한계가 아니라 나라는 인간의 한계다. 나의 한계는 어떠한가를 돌아보아야 한다.




나는 아무래도 한계 많은 인간이다. 수많은 한계를 수평선 너머의 것처럼 보면서 그것을 이겨볼 생각이 없다. 한계를 넘어볼 생각도, 도전할 생각도 없다. 한계의 존재는 쳐다볼 생각도 없이 한가롭게 오늘을 살고 싶은 마음이다. (솔직히 그렇다.)


나는 나의 한계 따위를 뛰어넘고 싶지 않다. 그냥 끌리는 대로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러다 그냥 안 했던 걸 해보게 되고, 그러다가 그냥 못했던 걸 하게 되고, 그러다가 무언가를 또 만들어가게 되고, 그러다가 얼렁뚱땅 해내게 되는. 그런 대중없는 인생이면 좋겠다. 한계를 마주하고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성장의 바다로 대놓고 뛰어드는 건 내 스타일이 아니다. 분명 그것을 즐기는 영혼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내 삶을 보면 노잼 그 자체로 느낄 것이다. 답답하고 지겨워서 몸이 근질근질 해질지도 모른다.


뭔가 대단한 걸 해내고 역경을 넘어서는 것만이 위대한 걸까. 그것도 일종의 도파민은 아닐까. 평이하고 심심한 나와 내 인생을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마음은 아닐까. 대단한 것들만 대단히 여기는 세상에서 오늘도 하찮고 시시한 것들과 싸우는 내가 있다.


이겨내야 하고, 극복해야 하고, 최선을 다해야만 의미 있는 삶이고 가치 있는 인간이 되는 걸까. 그냥 사는 건 죄가 될까. 나는 아무리 봐도 내가 여기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하고 대견스럽다. 이 더위에도 불구하고 육중한 몸뚱이를 움직여야 할 때마다 한계를 넘어선다. 요리하는 시간만 1시간, 먹고 치우는데 또 1시간 그렇게 세 끼. 하루 중 최소 6시간을 먹고 살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만으로도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어제와 상관없이 또다시 오늘을 살아내야 하고, 내일 어떤 일이 올지도 모르는데 그 미지의 세계에 몸을 담고 있다. 여전히 오늘이라는 세계에 살아가고 있는 내가 있다. 그것들 모두 한계를 넘어서는 일은 아닐까.


죽지 않고 사는 것만이 유일한 목적이었다가,

충분히 먹고 사는 게 목적이었다가,

좀 더 잘살아 보는 게 목적이 되고,

이왕이면 남들보다 괜찮게 사는 게 목적이 되고,

이제는 아무 걱정 없이 사는 게 목적이 되어버렸다.


인간은 정말 한계를 모르는 존재인 것 같다. 그래서 대단하고, 그래서 애처롭고. 한계를 넘고 있다는 걸 모른 채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며 또 달려간다. 그래서 그걸 또 넘는다. 한계란 넘겠다고 하는 자에게는 넘어서게 되는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최소한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는 나라는 인간. 그래서 작은 풀꽃에도, 지는 노을에도 감동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은 것 같다. 한계 따위랑은 멀리서 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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