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도 미지근하게 산다.
몇 해 전 온라인에서 ‘중꺾마’라는 신조어가 유행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2022 월드 챔피언십에 참가한 프로게이머 선수의 인터뷰 제목에서 유래된 유행어였다.
목표나 승리를 위해서는 그것을 향한 의지나 신념, 자신에 대한 믿음 같은 것들이 중요하고, 그 마음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근원이 되기도 할 것이다. 불굴의 의지는 우리 민족에게 뿌리 깊게 깃든 정신이기도 하니, 충분히 유행어가 될 만도 했던 단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중꺾마’로 힘을 얻을 때, 나는 그 유행어에 공명이 되지 않았다. 삶을 살다 보면 우리의 마음은 너무도 많이 꺾이니까. 꺾여도 꺾여도 너무 꺾이니까. 게다가 나는 대쪽 같은 인간이 아니라 갈대 같은 인간이고, 강철멘탈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너지고, 사소한 일에도 쉽게 무너지는 유리멘탈 인간이기 때문이다. 때론 꺾이지 않는 마음을 갖겠다는 의지를 내는 것부터가 힘들고, 열정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시작도 하기 전에 에너지가 벌써 털리니. 아무래도 나와는 결이 맞지 않는 단어이다.
‘중꺾마’가 유행하고 난 뒤 비슷한 단어 하나가 또다시 유행했는데, 그게 바로 ‘중꺾그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중요한 건 꺾였는데도 그냥 하는 마음’이라는 뜻으로 방송인 박명수 님이 이야기하신 걸 봤었다. 꺾였다고 포기하면 그대로 끝이지만, 꺾여보면 안 꺾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뭐라도 된다고. 그냥 일단 계속하는 것뿐이라는 거였다.
나는 중꺾그마가 훨씬 편했다. ‘그래, 꺾이면 뭐 어때, 나도 인간인데’ 하며, 꺾이는 나를 의지박약 인간이라고 정의하기보다는 꺾이는 나를 인간적이라고 여기고 싶었다. 어차피 인생이 끝날 때까지 진짜 끝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오늘 하루 좀 우울했으면 이틀 더 웃으면 되니까 말이다.
열정이 없는 건 태생적으로 그랬던 것 같은데, 이렇게 살아도 어떻게든 살아지고 열정이 없는 게 의욕 없거나 하고 싶은 게 없는 것을 뜻하는 것도 아니니, 미지근하게 사는 것도 딱히 나쁘지는 않다. 큰 성공을 하고 대단한 성과를 이루는 사람들을 훌륭하다고 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그냥저냥 하는 사람, 겨우겨우 해내는 사람들도 못지않게 훌륭하다고 본다. 뭐라도 하고 있다면, 어쨌든 하고 있다면, 우리 모두 충분하고, 멋진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