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젊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젊은 나이. 마흔.
가뜩이나 없는 에너지가 요즘은 더 떨어진다. 저녁 어스름이 지면 내 몸과 정신도 동시에 off. 별일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렇다. 인간의 수명이 길어져서 백 살까지 살아야 할 수도 있는데, 노화는 똑같이 진행되니 낭패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만 사십 대가 되면서 몸이 급격하게 바뀌었다. 흰머리가 왕창 번식했고 위장 기능도 떨어졌다. 다른 건 몰라도 잠 하나는 끝장나게 잘 잤는데, 자기 직전에 커피를 마셔도 3초 컷으로 잠들었는데, 이제는 오후 2시 이후로는 절대 마시지 않는다. 그랬다가는 밤새 뒤척이며, 자는 것도 아니고 안 자는 것도 아닌 난감한 상황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직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다는 건 감사한 일이다.
최근에는 피부까지 말썽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피부질환으로 고생해 본 적이 없는데, 언제부턴가 여기저기에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나면서 가려움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피부 얘기를 하니 치아 얘기도 빼놓을 수 없다. 딱딱한 마른오징어 뜯어 먹는 걸 우습게 여겼는데 이제는 데친 오징어 씹기도 버겁다. 좀 수치스러워서 밝히기 어렵지만 치아 사이도 너무 벌어져서 잘 끼이는 음식은 조심해야 한다. 식당 문을 나서며 이쑤시개로 열심히 이를 후비는 아저씨들을 이제는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여기까지만 나열해도 꽤 급격한 노화 현상을 겪는 편인데, 강력한 하나가 더 남았다. 바로 ‘눈’이다. 몸의 여러 변화가 불편하긴 하지만 그중에서 시력이 떨어지는 게 가장 불편하고 힘들다. 자꾸 눈이 침침해서 안과에 갔더니 의사가 말했다. “남들보다 5년은 일찍 오셨네요.” 그렇다. 난 이미 노안 판정을 받았다. 멀리 있는 간판 같은 건 다 잘 보이는데 가까운 게 안 보인다. 자존심 다 포기하고 핸드폰 폰트 크기 키운 지도 오래됐는데, 그래도 보기가 힘들다. 특히 책을 볼 때는 돋보기를 껴야 하고, 가게에서 물건을 살 때도 가격이나 성분표가 보이지 않아서 늘 인상을 찡그린다.
참으로 억울한 건 분명히 마흔 전에는 아무 증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면 온다고 눈치라도 좀 줄 것이지, 방심하고 있는데 이렇게 뒤통수를 때린다. 나쁜 노화 녀석. 젊다고 그동안 운동도 안 하고 밤에 야무지게 야식 먹으며 산 대가이겠지만, 나만 그런 건 아닌 걸 보면 노화는 어쩔 수 없나 보다. 하지만 난 아직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배우고 싶은 것도 많고, 가고 싶은 곳도 많다. 이제 겨우 정신 좀 차리고 살아볼 마음이 생겼는데, 체력은 벌써 저용량 배터리가 되었다. 뭐든 에너지를 투자해야 얻는 게 있을 텐데, 내 꼴은 주머니에 얼마 남지 않은 찰랑거리는 동전을 만지작거리며, 어떤 오락기에 넣을지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이 일을 어쩔쏘냐.
요즘에야 뼈저리게 느낀다. ‘내가 가졌던 젊음이 대단한 거였구나.’ 하고 말이다. 돈도, 지위도, 명예도 이젠 다 부럽지 않다. 혈기 왕성한 젊음, 넘치는 에너지,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 그런 것들이 부러울 뿐이다. 하지만 지나간 젊음은 붙잡을 수 없으니 떠날 젊음을 붙잡는 것에 사력을 다해보려 한다. 이름하여 ‘건강의 생활화’다.
몸을 만들거나 다이어트를 위한 게 아니라 그냥 삼시 세끼 밥 먹고 양치하는 것처럼 일상생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아침에 일어나서 하는 스트레칭, 의식해서 틈틈이 챙겨 마시는 물, 엘리베이터 대신 오르는 계단, 차 타는 대신 걸으며 마시는 공기와 쬐는 햇빛, 이른 저녁에 마치는 식사. 그런 소소한 노력이 쌓이고 쌓이면 나중엔 생각보다 꽤 많이 튼튼해진 몸에 놀랄지도 모른다. 언젠가 복리의 효과가 나를 찾아올 것이니까. 지겹지만 묵묵히 투자해 보려고 한다. 여전히 내게 남은 젊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