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용기와 마감하는 용기
나는 작가다. 글 하나도 자신만의 예술품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나만의 예술품을 만든다는 기준에서는 일단 작가다. 작가의 사전적 정의에는 등단이나 출판의 기준이라는 것에 대한 명시가 없다. 그러면 일단 작가라고 하련다.
작가가 해야 할 일들 중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마감. 마감을 지어야 한다. 글을 시작했다면 스스로 끝을 맺어야 한다. 글을 마감해야 마감기한이든 마감 시간이든 마감약속을 지킬 수 있다. 상호관계 속의 약속이든, 스스로와의 내면의 약속이든 어쨌든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
마감이 어렵다. 마감하려면 일단 시작을 해야 한다. 그런데 글은 항상 시작과 끝이 가장 어렵다. 오늘도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멍하게 백지화면만 쳐다본다. 그분이 오시기를 바라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화면을 주시한다. 딱 한 글자 시작되면 일단 출발이다. 출발이 되면 어떤 글이든 쓰게 된다. 하지만 글은 내 바람대로 멋진 스토리만을 짜내어주지는 않는다. 글이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글을 쓰는 나조차도 어떤 글이 써질 것인지에 대해 예측을 하지 못한다. 글이 다 써지고서야 쓰는 나도 깨닫는다.
"아, 이 이야기가 이리로 흘러갔구나."
이렇게 되어버리면 마감은 더욱 힘들어진다. 하지만 마감되지 못한 이야기는 세상으로 출생되지 못한다. 그래서 빛을 보지 못하고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 버린 나의 글들이 무수하다. 잘 정리해서 마감하는 용기를 부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글 마감은 용기다. 글 마감은 줏대다.
『쓰기의 말들』이라는 책의 저자인 은유작가는 읽는 사람 입장이 되면 끝나지 않는 글은 고역이라고 했다. 중언부언 반복되고 추상적이고 장황하고 어수선한 글은 매력이 없다고. 그녀는 끝나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아는 낙화 같은 글을 쓰는 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아이들 방학으로 글쓰기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도둑맞았다. 정신없는 하루에 정신없는 글의 마감을 지어본다. 결국 오늘은 읽는 사람이 곤욕을 치를 수 있는 고역의 글을 한편 완성했다. 그래도 글쓰기 모임과의 약속인 마감기한은 지켰다.
오늘은 비록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글을 썼지만 나도 다음에는 떨어질 때를 아는 낙화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끝내야 할 때를 알고 당당히 마침표를 찍겠다. 그리고선 독자들에게 글의 끝을 아쉬워하는 마음을 선사하겠다.
내 글의 상태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오늘도 마감의 용기를 내었다. 오늘도 썼다. 나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