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일으키는 마음

애정하는 나의 김진영작가에 대하여

by 밝음

작년 2월. 멀리서 사모하던 독립서점에 새롭게 입고된 책 소개글이 올라왔다. 표지에는 내가 애정하는 노랑이 차지 하고 있었고 제목은『조용한 날들의 기록』이었다.


장작 2년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다. 그랬던 그곳을 한달음에 달려가게 만들었던 그 책은 바로 김진영선생님의 책이었다. 굳이 직접 책을 만나러 가고 싶었다. 그 예쁜 아이를 차마 배달로 받아볼 수 없는 마음이었다. '책을 산다.'라는 말보다 '책을 데리고 온다.'라는 말을 대입하고 싶었다. 책은 우리집에 살게 되었다.


1년이 지났지만 그 책을 다 읽지 않았다. 다 읽지 못한 게 아니라 다 읽지 않은 것이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소중한 사탕봉지를 꽁꽁 숨겨두고 하나씩 꺼내어 먹듯 생각나는 날 책장 앞에 쭈그려 앉아 몇 페이지 펼쳐 읽는다. 다 읽고 말게 될까 봐 겁이 나는 책.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 나에게 김진영선생님의 글은 그런 글이다.




『아침의 피아노』라는 책으로 처음 김진영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었다. 내가 그를 알게 된 건 이미 바람이 되어 그곳으로 돌아가버리신 뒤였다. 너무 아름다운 것들은 항상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 암선고 이후부터 임종 3일 전까지 생의 끝까지 써 내려간 그의 애도일기는 읽자마자 나의 심부를 건드렸다.


어떤 마음으로 쓸 수 있었을까. 써나가면서 어떤 마음들을 만났을까.

다 알 수는 없지만 많은 것들을 글이 말하고 있었다.


받아들임과 받아들일 수 없음. 슬프기도 하지만 슬픔이 슬프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것. 생명의 끝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세상의 찬란함. 아픔도 그저 삶이라는 사실. 글로 증명하고자 하는 처절한 존재. 사랑과 아름다움. 다시 또 사랑.


김진영선생님의 애도일기를 읽으며 처음으로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일으켰다. 그리고 내가 삶의 마지막까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면 나 또한 그것이 글이기를 바랐다. 생의 끝의 끝까지. 아직 끝나지 않았을 때까지 그때까지는 계속 쓰고 싶었다. 내가 경험하는 삶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것들에 대해서 모두 담아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에 대한 그의 집요한 사랑이 나를 자극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집요함은 결국 이 삶에 대한 찬양이자 자신에 대한 사랑이리라 생각한다. 친절하지 않아 보이지만 한없이 다정한 사람이 숨어 살고 있는 것 같은 글. 이미 떠나버린 그를 글로 만나고서는 그 덕분에 글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는 생의 끝까지 사랑에 대해서, 아름다움에 대해서, 감사에 대해서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내가 닮고 싶은 건 뛰어난 글이 아니라 삶에 대한 마음과 태도였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았기에 그를 동경하는 것이다.


삶을 사랑하고 싶을 때.

삶에 지쳐있을 때.

나는 220번째 애도일기를 펼친다.


아침. 다시 다가온 하루. 또 힘든 일들도 많으리라. 그러나 다시 도래한 하루는 얼마나 숭고한가. 오늘 하루를 정중하게 환대하기.


덕분에 나는 또 오늘을 환대하러 몸을 일으킨다.

언젠가 나의 글이 누군가의 몸을 일으킬 수 있기를 바라는 소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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