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것이라는 지극한 평범
하루에 한 번은 꼭 글 쓰는 시간을 가진다. 어떤 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어떤 날은 에세이, 어느 날은 독후감, 또 어떤 때는 그냥 노트를 펼쳐서 목적 없고 두서없는 글을 쓴다. 한마디로 그냥 쓴다. '글'이라는 단어로 거창하게 추켜올리는 쓰기가 아니다. 걸어 다니고, 말을 하고, 밥을 먹는 것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행위이듯 쓰는 것 또한 내 생존 증거의 하나일 뿐이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생각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쓰는 동안은 생각만 남고 나는 사라지는 기분이 든다. 분명 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저명하지만 일상적으로 여기는 '나'라는 것 너머의 '나'만 남는 기분이다. 내가 글을 쓴 건지, 글이 글을 쓴 건지 아무튼 신기한 느낌이다. 글 쓰는 동안은 내가 있고 내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나를 또 다른 객체로 느끼게 된다.
나의 방해 없이 오롯이 내 생각과 감정을 펼쳐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내가 좋아진다.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깊은 배려이고 모든 것을 들어주겠다는 철저한 경청이다. 글 쓰는 나. 이런 내가 좋아지는 시간인 글 쓰는 시간을 하루의 조각으로 내어주는 건 나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쓰는 시간은 삶을 먹는 시간이고,
쓰는 시간은 마음이 춤추는 시간이고,
쓰는 시간은 생각이 숨 쉬는 시간이다.
나를 살아있게 하는 이 시간은 당연한 시간이고, 평범한 시간이다. 나의 일상이며 나의 삶이다. 보고 듣고 경험했기에 느끼고 가지고 생각했기에 모두는 나만의 것을 만든다. 나만의 것으로 각자 자신을 표현하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 내가 있고 내 것이 있다면 쓸 것은 언제든 있다는 사실이다. 쓰면서 나를 품을 수 있었고, 쓰면서 삶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선명해지는 글쓰기 시간.
이 시간을 사랑하게 된 나의 삶.
그 모든 것을 깊이 축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