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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밝음 Feb 20. 2024

도전에 도전하기

모든 것은 꿈에서 시작되었단다.

나는 '도전'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도전이라 하면 어떤 어려움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 낯선 것에 뛰어드는 것, 무언가를 넘어서는 것, 그런 뜻들을 품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것들과는 친하지 않다. 익숙한 걸 좋아하고, 편안한 걸 사랑하고, 만족하는 걸 잘한다. 그러니 도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


대신 나의 행보는 늘 소소한 '호기심', '설렘', '재미'로 시작된다. 거창한 것들도 아니다. 그냥 내 마음이 끌리는 것들에 별다른 목적이나 목표 없이 다가갈 뿐이다. 봉사활동을 할 때 그랬고, 아이들을 대안학교에 보낼 때도 그랬다. 첼로를 배울 때도 그랬고, 심리나 코칭 관련 수업을 들을 때도 그랬다. 모두 나의 이유는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다. 지금 이렇게 글쓰기 모임에 참여해서 매일 글을 쓰는 일도 그냥 쓰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새벽기상 미라클모닝도 결연한 의지를 내었거나 투지를 가지고 도전한 게 아니다. 우연히 새벽에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밤에 갖는 나만의 시간보다 훨씬 생산성도 좋고 기분이 좋아서 계속하다 보니 벌써 1년을 넘었다. 


그런데 나의 이런 성격에 단점이 있다. 모든 일들을 이런 식으로 시작하다 보니 중간에 뜨뜻미지근하게 마음이 식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냥 걷는 게 좋아서 걸었는데 마땅히 구체적인 목적지가 없으니 걷는 게 힘들거나 재미없어지면 곧바로 걷기를 관둬버리는 것이다. 사람마다 열망의 온도가 다른 건지 내 안에 숨은 욕망을 찾지 못한 건지 잘 모르겠다. 불타는 야망을 가지고 도전에 뛰어드는 사람들도 많던데 내 욕구는 늘 하늘하늘 작은 촛불 같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나도 가슴 뛰는 도전을 해보고 싶다. 워낙 밍숭밍숭하게 살아와서 결과에 상관없이 도전 자체가 성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침마다 빈노트에 나의 마음을 적고 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뭘 해보지 않으면 죽기 전에 후회하게 될까?', '막연하게 하고 싶은 마음 말고 가슴을 뛰게 하는 것들이 무엇일까?' 이렇게 나에게 물어보고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글을 써 내려간다.


그저 생존하는 일이 삶에 중요한 목적이 되어버렸다. 고뇌하고 탐구하며 내가 누구이고, 어떤 삶을 살고자 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더 젊은 날의 나에게 던져주지 못했다. 내가 이 생에서 하고자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에 대한 앎을 지금이라도 찾으려 한다. 현실적인 상황에 가로막히고, 두려움에 짓눌려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나의 꿈들. 이제는 그 꿈들에게 심폐소생을 해줄 때가 온 것 같다. 


오늘 아이들과 영화 '웡카'를 보고 왔다. 그중 인상 깊은 대사가 있었다. 도전에 도전하려는 오늘의 나에게 이 말을 들려주고 싶다.


"좋은 일은 모두 꿈에서 시작했단다. 그러니 꿈을 잃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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