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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Jul 07. 2022

잠을 자고 싶다

수면장애인지도 모르겠다. 인정하지 않으려 부러 언급을 피해왔는데, 오늘은 문득 인정해야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자다 깨 한시간 남짓 뒤척이다 결국 글쓰기 창을 연다. 글을 쓰면 잠이 올까 잠이 더 달아날까. 내일도 피곤할텐데. 매일 평균적으로 다섯시간쯤 잠을 잔다. 오늘부터는 일곱 시간을 자보겠다 단단히 다짐했는데, 글러버린 걸까.


첫째를 낳은   년이 넘어간다.  수면이 달라졌다면 그때부터일 것이다. 자궁문이 열리지 않아 수술로 아이를 낳았고 이틀  소변줄을 제거하고 나서부터 가슴에 젖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작고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난생 처음 수유를 해보겠다고 아이와 함께 땀을 비오듯 흘리던 날들. 아이의 위는 아직 호두알만 했고 수유 간격은  시간이었다. 말이  시간이지  빨지도 못하는 아이를 안고, 젖만 먹으면 잠에 빠지는 아이를 깨워가며 고군분투 하고 나면 시간은 훌쩍 지나 있었다. 실제 수유 간격은  시간쯤이었다. 그런 밤낮없는 생활 속에서도 아이는 쑥쑥 자랐다. 어렵게 가진 아이였기에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행복하기만 했다.


아이가 크면서 수유 간격도 늘어났지만, 연년생 같은 둘째가 태어나면서 모든  다시 제자리가 되었다. 나는 다시 작고 작은 아이와 씨름을 하며 시간을 재고 수유를 하고 기저귀를 갈았다. 둘째 수유하며 첫째 책을 읽어주고, 첫째 기저귀 갈며 둘째를 달래는 전쟁같은 날들을 지나며 내게 수면은 사치가 되어갔다. 그때부터  소원은 밤에 잠이 들면 한번도 깨지 않고 자다 아침에 눈을 뜨는 . 아이를 낳아 기른   동안  한번도 그런 적은 없었다.


아이가 어릴 땐 수유 때문에 수시로 깨야 했다면 아이가 크면서는 아이들의 몸부림에 자주 눈을 떠야했다. 서양처럼 이른 나이에 수면독립을 하려는 생각을 그때는 하지 못했다. 엄마 품의 달콤함을 아는 아이들을 떨어뜨려 놓는다는 게 불가능한 일로만 여겨졌던 것. 아이 둘 사이에 낀 나는 매일 이리저리 뒤척이고 엄마 품을 파고드는 아이들 때문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 원래도 예민한 편인데 엄마가 되고나서는 아이들의 아주 작은 뒤척임에도 눈을 뜨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새벽에도 서너번씩 깨서 열을 재야 했고 아프지 않더라도 이불을 덮어주려, 이상한 곳에 처박혀 자면 제자리에 다시 눕히려, 몸을 일으켜야 했다.


그렇게 년이 지났다.  기간 동안 가장 길게 자본  다섯시간쯤. 보통 짧게는  시간, 길게는 서너 시간쯤 자고 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아이들이 나를 발로 차지 않아도, 아이들이 아프지 않아도 나는 눈을 뜨고 아이들을 살핀다. 이런 수면 패턴도 습관이  걸까. 홀로 육지를 방문했을 때도 나는 자주 잠에서 깼다. 새벽에 깨서 바로 잠이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잠이 오지않아 오래 뒤척인다. 눈만 감고 있을 때도 있고 결국 휴대폰을 들여다볼 때도 있고 오늘처럼 글을 끼적일 때도 있다. 그러고 나면 훌쩍 두세 시간이 지나간다. 뒤늦게 잠이 들면 아침에는 물에 젖은 이불처럼 한껏 무거워진 몸을 일으켜야만 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시작되는 하루.


잠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 적어도 하루 일곱 시간은 자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수면은 단지 쉬는 시간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시간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럼에도 내 수면시간은 늘 짧기만 하고 마음을 먹어도 길게 보장하기가 쉽지 않다. 아이들과 잠자리를 분리하면 내 수면의 질도 조금은 나아질까. 아직은 둘째가 엄마를 놓아줄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나를 닮아 기질이 예민한 녀석은 새벽에도 꼭 한번씩 깨어나 엄마를 찾는다.


이렇게 자고 칠 년을 버틴 게 기적 같기도 하다. 위에 작은 용종이 있지만 커피를 끊기가 어렵고 수면부족이 좀 심한 날엔 어김없이 편두통이 시작돼 타이레놀을 입에 털어넣어야 한다. 어릴 적 나는 한번 잠이 들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깊은 잠을 자곤 했다. 내게 다시 그런 잠을 잘 수 있는 날이 올까.


불면증도 수면장애에 해당하지만, 잠은 쉽게 들어도 길게 자지 못하거나 수시로 깨는 것도 수면장애에 해당한다고 한다. 늘 긴가민가 의심을 해왔는데, 아이들 때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오늘은 인정을 한다. 나는 분명 수면장애를 앓고 있다. 인정을 했으니 이제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잠을 자고 싶다. 누가 불러도 누가 흔들어도 깨지 않는 깊은 잠으로 빠져들고 싶다. 어떻게 하면 달콤한 잠을 잘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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