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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일기2 _ 격리생활을 정리하며

by 박순우

격리생활 일주일째, 이제 곧 탈출이다. 탈출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지난 일주일동안 나는 집구석에서 너무나 잘 지냈다. 넓지 않은 집에서 네 식구가 크게 무언가를 하지 않았지만 시간은 잘도 흘러갔다. 아이들이 있어 내가 원하는대로 시간을 쓰지는 못했지만 평소 하지 못하는 누워있기나 멍 때리기를 자주 했다. 컨디션이 나빠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었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일부러 쉬기도 했다. 특별하지 않지만 소소한 날들로 채운 일주일이 저물어간다. 그 시간을 마무리하면서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우리 가족들의 증상을 적어본다.


코로나는 각자의 몸에서 서로 다른 증상으로 발현됐다. 제일 먼저 코로나에 걸린 둘째는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열이 이삼 일쯤 오르다 가라앉았고 그러는 사이 오한도 있어 춥다며 이불을 덮었다가 덥다며 에어컨을 켜는 일을 반복했다. 삼일 후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오일쯤 후에는 기침 가래 증상이 드러났다. 그리고 밥을 먹으면서 맛이 안 난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직 어린 녀석이라 신빙성은 없지만 맛이 없다는 말을 종종 했다. 아직도 약하게 기침와 가래가 있는 상태다.


두번째로 증상이 나타난 나는 둘째가 확진을 받고 이틀이 지난 오전에 한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서 선명한 두 줄을 확인했다. 병원에서는 이로부터 하루가 더 지나 신속항원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영업자라 사실 꼭 신속항원을 받을 필요는 없었지만 나라에 정보를 제공한다는 생각으로 검사를 받았다. 내 경우 고열과 오한, 근육통과 두통이 심했다. 추위가 느껴져 한여름에도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있었고 수시로 콕콕 찌르는 두통이 느껴져 괴로웠다. 병원에서 처방을 받은 약 외에도 너무 두통이 심할 땐 타이레놀을 추가 복용해야 했다. 사흘쯤 뒤에는 이런 증상들은 사라지고 어지럼증이 남았다. 평소에도 피곤이 심할 때면 어지럼증을 느끼는데 보통 저녁 무렵부터 느끼곤 한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한 어지럼증은 낮밤을 가리지 않고 종일 지속됐다. 이틀쯤 그런 증상이 있고 난 뒤부터는 가래와 무기력증이 찾아왔다. 온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는 느낌이 사흘째 지속되고 있다. 수시로 열심히 먹고 요가도 하고 있지만 몸에 구멍이 난 것처럼 기운이 새나가는 느낌이다. 그렇지 않아도 마흔을 넘기고 체력이 달린다는 느낌을 줄곧 받아왔는데 이렇게 아예 없는 느낌을 받게 될 줄이야.


세번째로 증상이 나타난 건 남편이었다. 남편 역시 나와 함께 진행한 자가진단키트 검사에서 나보다는 흐리지만 두 줄이 나왔다. 남편은 직장인이다보니 확진판정을 꼭 받아야 했다. 일요일에 신속항원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수소문해 일부러 가서 검사를 받았지만 자가진단과 달리 음성이 나왔다. 찝찝했던 남편은 좀 더 결과가 정확한 PCR 검사까지 받아 다음날 양성판정을 받았다. 남편의 경우 오한은 하룻밤 정도로 끝났지만 근육통이 심했다. 인후통은 뒤늦게 증상이 나타난 나와 달리 일찍부터 시작돼 콧물과 가래가 이어졌다. 증상 발현 오 일차부터는 맛을 잘 느끼지 못했다. 코로나로 후각이나 미각이 상실되는 건 통증과정에서 관련세포가 손상되기 때문이라는데, 남편과 내 경우를 보면 인후통 증세가 심할수록 미각이나 후각의 손실이 오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남편은 그 외 증상은 거의 사라졌지만 미각은 언제 완전히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가장 나중에 코로나 증상을 보인 첫째는 나와 같은 날 병원에서 신속항원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째는 하루 정도 고열을 보인 것과 며칠 가래가 조금 있었던 것 말고는 큰 증상이 없었다. 코로나에 가장 나중에 걸렸다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가장 멀쩡한 상태다. 아주 경미한 기침과 가래 증상만 남은 상태다. 딱히 체력이 달려 보이지도 않고 너무나 자연스레 일상을 살아간다. 정말 부러운 나이와 체질이다. 이렇듯 한 가족인데도 우리의 증상은 조금씩 달랐다. 그리고 이제 격리 생활을 마치고 세상으로 나간다.


최근 들어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우리 가족처럼 생애 첫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두번째 혹은 세번째 코로나에 걸린 사람들도 적잖은 것 같다. 우리 가족도 이번에 코로나에 걸렸으니 아마 삼 개월 정도는 조용히 지나가지 싶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또 코로나에 걸릴지도 모른다. 코로나는 계속 변이하고 있고 언제든 크게 유행할 수 있으니 재감염은 몇 차례나 계속 될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그야말로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언제쯤 코로나 확진자수 카운트를 그만 두고, 코로나 중증환자와 사망자수가 주목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수준으로 떨어지게 될까.


코로나는 분명 감기와 비슷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가족 모두 증상의 큰 악화 없이 이 정도로 지나가는 걸 감사히 생각한다. 평소에도 워낙 빌빌 대던 나는 코로나가 오면 무척 심하게 올 거라 짐작하곤 했다. 우리 가족 중 가장 증세가 심한 내가 이 정도로 그쳤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무기력증이 빨리 해소돼서 좀 더 에너지 넘치는 하루하루를 보냈으면 좋겠다. 이제는 정말 운동을 하지 않고는 버틸 수 없는 나이가 된 것 같다.


격리 기간동안 글이 너무나 쓰고 싶었다. 실낱 같이 많은 시간들이 주어졌지만, 컨디션 때문에 글을 읽고 쓰는데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아 중도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간만에 노트북을 켜고 지나온 일주일을 되짚어본다. 이 글이 아무쪼록 코로나를 처음 맞닥뜨린 사람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렇게 격리 생활도 곧 끝이다. 코로나 안녕. 이제 다시 보지 말자.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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