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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일기

결국 우리 가족에게도 들이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by 박순우

이틀만에 밥을 안쳤다. 이틀 동안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웬만하면 누워있으려 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아니면 평소 잘 누워있지 않지만, 이틀 동안은 도무지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코로나 때문이었다. 나흘 전 저녁, 밥을 다 먹고 나서 둘째와 몸이 잠깐 닿았는데 예사롭지 않은 열기가 느껴졌다.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그로부터 이틀 전쯤 확진자가 나온 터였다. 언젠가 한번은 들이닥치겠지, 막연하던 생각이 실제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으로 바뀌는 건 한순간이었다.


자가진단키트로 검사를 진행하니 선명한 두 줄이 드러났다. 확진이었다. 첫째의 학교 코로나 방침이 떠올랐다. 가족 중에 확진자가 나올 경우 자동으로 일주일 격리를 해야 한다. 학교 일정도 떠올랐다. 일주일 뒤에 방학식과 책축제가 예고돼 있었다. 이대로라면 책축제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혹여나 운이 좋아 첫째가 코로나에 감염되지 않는다면 방학식날에는 학교에 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늦은 밤 신속항원 검사 하는 곳을 찾아내 아이들을 전부 태우고 집을 나섰다. 네 식구 모두 검사한 결과 둘째만 양성으로 확인됐다. 첫째가 혹여 하루나 이틀쯤이라도 늦게 코로나에 확진된다면 책축제는 아예 가지 못한다.


첫째는 확고했다. 자신은 책축제에 꼭 가야 한다며 마스크를 쓰고 집에서 생활하겠다고 버텼다. 말릴 방법이 없었다. 갈 수 있는 확률이 실제로 무척 낮다고 말해줄 수밖에는. 좁은 집에서 네 식구가 살고 있었다. 화장실도 하나였고, 늘 함께 식사를 했다. 코로나를 피해갈 수 있을 만한 요소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이의 꿈을 꺾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원하는대로 하게 두었다. 둘째는 내가 데리고 자고, 첫째는 아빠와 한 방에서 잠을 청했다.


둘째가 확진이 된 다음날 오후부터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삼복더위에 추위가 느껴졌고, 두통과 발열 증상이 있었다. 목도 살짝 불편했다. 전날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으며 버텼다. 첫째는 한참 고민하는 듯하더니 책축제를 그냥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손에 쥐는 게 내려놓는 것보다 훨씬 쉬운 나이인데도 이런 말을 하는 녀석이 참 고맙고 대견했다. 다음날부터는 남편이 몸에 이상을 느꼈다. 그리고 첫째도 결국 열이 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온 가족이 결국 확진자가 되었다.


관광지 장사다보니 여름철 장사로 남는 부분을 저축해 놓았다가 겨울에 갉아먹곤 한다. 때문에 여름철에 카페 문을 닫는 건 금기와 같다. 하지만 확진으로 인해 카페는 어쩔 수 없이 문을 닫고 말았다. 남편도 직장에 확진 소식을 알리고 휴가계를 제출했다. 직장인은 쉬더라도 월급이 나오는데 자영업자는 쉬면 아무것도 손에 쥘 수 없다. 하루쯤은 계속 내가 놓친 벌이에 대한 생각이 끊이지 않았다. 그런다고 우리 가족 몸 속으로 파고든 코로나 바이러스가 갑자기 박멸되는 것도 아닌데 그 생각은 계속 나를 괴롭혔다. 몸이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하니 결국 그 생각도 내려놓게 되었다. 계속 상기해봤자 힘들어지는 건 내 자신이니, 결국 내려놓을 수밖에.


이틀쯤은 대충 잡히는대로 아무거나 먹으며 버텼다. 밥을 차릴 수 있을 만큼의 체력이 되지 않았다. 시골이라 시켜먹는 음식에도 한계가 있었다. 가족들에게 미안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오늘은 꾸역꾸역 쌀을 씻어 안치고, 국거리 핏물을 빼 국을 끓이고, 양념한 불고기를 볶았다. 한동안 기후위기를 생각해 고기를 멀리해 왔는데 오늘은 부러 고기를 잔뜩 꺼내 밥상을 차렸다. 입이 쓰다보니 도무지 간이 맞는지 안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애써 차렸지만 남편도 아이들도 먹는 게 예전 같지가 않다. 잔뜩 남은 국과 반찬을 보자니 괜히 수고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급하게 주문한 식재료들이 잔뜩 도착해 집에 먹을 건 쌓여있는데, 양껏 먹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지겠지.


이틀 앓는 사이 몸이 축 났는지, 음식을 한다며 한 시간 남짓 서있자니 어지럽고 다리에 힘이 풀린다. 그래도 오늘은 눕지 않고 버텨내고 있다. 내일은 더 컨디션이 나아질 거라 믿는다. 아이들도 그리고 남편도 내일은 조금더 맛있게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본다. 내게는 이번주가 아이들 방학을 앞둔 참 소중한 한 주였는데, 코로나로 모든 게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둘째는 완치 후에도 어린이집 공사로 일주일 더 집에 머물러야 한다. 첫째는 방과후와 돌봄이 오전에만 진행돼 오후에는 역시 집에 머물러야 한다. 나는 카페 문을 열어야 하고. 아이들을 돌보며 카페 문을 여는 게 불가능한 일인 것만 같아 계속 긴장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로 긴장은 일찍 사그라들고 대신 내 체력이 버티기나 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바람만을 남겼다.


글을 쓰는 것도 체력이 많이 필요한 일이다. 손이 근질거려 몇 번 글을 쓰려는 시도를 해보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몇 줄 쓰지 못하고 잠이 들거나 기운이 없어 포기한 것. 그래도 오늘은 어떻게든 끝까지 써내려가고 있으니 확실히 어제보다는 나은 오늘인 것 같다. 오늘은 퇴고는 엄두도 못내겠다. 증상이 나타난 건 주말인데, 신속항원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너무 멀어 확진은 월요일에야 받았다. 마지막으로 확진받은 나와 첫째까지 자가격리가 풀리려면 아직도 닷새가 더 남았다. 아이들은 벌써부터 심심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고 평소보다 미디어에 노출되는 시간은 길어졌다. 좁은 집에서 네 식구가 종일 붙어 지내다보니 작은 부딪힘도 화가 될 수 있어 되도록 말을 고르고 언쟁은 피하려 한다. 이런 다짐을 잘 지속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제법 잘 버틴 것 같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등장한 지 거의 3년이 다 되어 간다. 수많은 고비를 넘기다 이제야 확진이 되었으니 꽤 잘 피해다녔지 싶다. 최근 들어 확진자수가 치솟는 걸 보면서 또 마음이 착잡하다. 성수기인데 오히려 제주를 방문하는 관광객수는 줄고 있다. 코로나로 시작된 불경기는 이제 언제든 최악의 상황이 된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누적된 상태다. 올해 말의 경기를, 내년의 경기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경기를 심하게 타는 자영업자로 살아온 지 9년째, 또 어떤 고비들을 넘어야 할까. 일단은 우리 가족 모두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 집중해야겠지. 몸이 흔들리니 글도 흔들린다. 이번 글은 흔들리는대로 어지러운대로 그대로 놔두려한다. 쓴 것만으로도 다행인 일이므로. 어지럽다. 이제 그만 누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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