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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Jul 31. 2022

밥상머리 교육 혹은 토론1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누구일까

태풍 송다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거센 ,  식구가 종일 집에서 뒹굴거렸다. 함께 나란히 앉아 점심을 먹던  둘째가 입을 열었다.


둘째 :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이 대체 누구야?

나 : 글쎄.. 누구인 거 같아?

둘째 : 당연히 에디슨이지. 전구도 발명했고 이것저것 엄청 많이 발명했으니까.

첫째 : 그치만 가난하거나 어려운 사람들 많이 도와준 사람이 더 훌륭한 거 아니야? 노먼 베순 같은 사람 말이야.

둘째 : 그렇게 따지면 테레사 수녀가 제일 훌륭하지.


이제 여섯살, 여덟살인 아이들은 가끔씩 이렇게 느닷없는 난상토론(?) 벌인다. 오늘의 주제는 “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내가 질문을 던졌다.


나 : 축구를 할 때 말이야. 특출나게 축구를 잘 하는 사람이 한 명 있는 팀과 특출난 사람은 없지만 두루두루 적당히 하되 서로 잘 협력해서 하는 팀이 있다면 누가 더 축구를 잘 할까?

첫째 : 그거야 당연히 두루두루 협력해서 하는 팀이 더 잘 하지.

나 : 인간 세상도 마찬가지 아닐까? 누군가 특출나게 잘 나서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맡은 바 일을 열심히 해서 전체적으로 좋은 세상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엄마도 노벨상을 받진 못했지만 엄마로서 너희 둘을 잘 키운다면 훌륭한 게 아닐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 사람들은 워낙 많아서 딱 한 명만 꼽긴 어려울 것 같아.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갑자기 첫째가 하는 말,


첫째 : 나는 노벨상을 최초로 네 개, 다섯 개 받는 사람이 될 거야.

둘째 : 나는 노벨상 열 개 받을거야.

나 : 응? 이게 아닌데?

둘째 : 엄마 근데 물리가 뭐예요?

나 : 지구와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는 분야지.

남편 : 만물의 이치를 알기 위해 연구하는 분야를 물리라고 해.

둘째 : 아인슈타인은 노벨상을 받았어요?

남편 : 받았지.

나 : 노벨물리학상 받았나보다.

둘째 : 노벨물리학상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돼요?

나 : 물리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연구하면 되지.

둘째 : 나도 물리 공부해야지.

첫째 : 퀴리도 노벨물리학상 받았을걸?

나 : 맞아. 노벨물리학상이랑 노벨화학상을 받았어. 최초로 두 개의 노벨상을 받은 인물이야. 근데 너네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노벨상 받은 사람이 누군지 알아?

둘째 : 왕건?

나 : 왕건은 어떻게 알았지? 그땐 노벨상이 없었어.

첫째 : 광개토대왕?

나 : 그때도 노벨상은 없었어. 김대중 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노벨상 받은 사람이야. 북한이랑 관계를 잘 이어가서 평화에 기여했다고 노벨평화상을 받았어.

둘째 : 나 김대중 아는데.

첫째 : 나도 알아.

둘째 : 김대중은 감옥 갔어요?


아이들은 대다수의 우리나라 대통령이 감옥에 가거나 좋지 않은 말년을 보낸 걸 알고 있다. 그래서 전 대통령 이야기가 나오면 일단 묻는다. 그 사람이 감옥에 갔는지, 안 갔는지.


나 :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을 하고나서는 안 갔는데, 대통령 되기 전에 감옥을 간 적이 있어. 김대중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저지른 일이야.

둘째 : 많이 속상했겠다.


아이들이 느닷없이 던지는 질문들이 참 좋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 이야기는 때로 이상한 곳에 착륙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작은 영혼들이 파악한 세상에 대해, 생각하는 지점들에 대해 하나씩 보여주는 게 참 소중하다. 그들의 생각도, 세상에 대해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마냥 신기하고 대견하다. 그래서 이런 대화가 시작되면 가만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참 귀한 시간이 된다.


아이들이 자란다. 늘 내 짐작보다 한두 뼘은 더 넓게 세상을 알아가는 아이들. 너희들이 던지는 질문들 속을 부유하며 나도 같이 자란다. 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언제든 이렇게 너희들과 세상에 대해 논할 수 있는 편견이 없는 어른으로 늙어가고 싶다. 엄마가 노력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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