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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와 의무의 글쓰기

일곱번째 글쓰기 모임을 하고

by 박순우

어느덧 일곱번째 모임이다. 2주에 한번씩 글을 쓰고 합평을 하니, 일곱번째면 석달 보름이 지났음을 의미한다. 그 사이 섬은 여름의 한복판을 통과했다. 그리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이다. 2주 후면 아마 한결 더 서늘한 바람이 부는 아침에 우리는 마주 앉아 여덟번째 글을 펼쳐보고 있겠지. 오늘은 마지막으로 한 분이 더 합류하게 된 날이다. 나를 포함해 멤버는 모두 다섯 명이 되었고, 시작은 개인적인 모임 같았지만 이제는 엄연한 하나의 공식적인 모임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모임을 해봤지만 사람이 드나드는 건 모임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괜찮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서로 잘 맞춰가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한 사람이 오는 건 한 인생이 오는 것이기에, 모임은 한 명의 사람으로 흔들리고 한 명의 사람으로 단단해진다. 가을이 깊어가듯 모임도 그렇게 안정 궤도를 돌게 되기를,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고 좀 더 깊은 자신의 이야기들을 마침내 꺼내보이는 시간이 되기를, 그렇게 진짜 나를 마주하고 함께 치유의 길을 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번 글의 글감은 '집'이었다. 듣자마자 참 좋은 글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필요한 곳이지만, 누구든 가질 수는 없는 게 집이니, 할 얘기가 무척 많을 것이라는 기대가 성큼 다가왔다. 슬럼프를 맞아 쓸 때마다 턱턱 걸리는 느낌이 들었지만, 결국 모임 덕분에 하나의 글을 완성할 수 있어 감사하다. 의지와 의무가 합쳐져 나를 이끌어주는 것에 안도를 느낀다.


한 멤버는 아이가 갖게 된 인형의 집과 현재 살고 있는 집을 비교하면서, 어릴 적 꿈을 아이를 통해 아이와 함께 실현하는 마음을 그렸다. 또 한 멤버는 전세에 살면서 느끼는 '있지만 없는' 집에 대한 마음을 짜임새 있게 글에 녹여냈다. 주기적으로 가구의 배치를 바꾸며 좀 더 머물고 싶은 집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적은 글도 있었고, 집이라는 글감을 스쳐가며 집을 짓기 위해 도전했던 일에서 느낀 한 사물에 대한 사유를 자유롭게 쓴 글도 눈에 띄었다.


세상을 재미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그 재미는 분명 다름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물론 서로 비슷하면 공감대가 형성돼 좋겠지만, 모두 너무 같기만 하다면 사람을 만나는 게 그토록 흥미로운 일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모두 다르기에, 다른 삶을 살고 다른 생각을 해왔기에, 만남은 흥미롭고 의견 대립은 세상의 진보를 이끌어내는 게 아닐까. 사람이 듬뿍 담긴 글을 만나는 게 반가운 건 바로 그 때문이리라.


다음 글감은 '달팽이'다. 지금까지 거쳐온 소재는 일, 여름, 이미지, 음식, 글 그리고 집이었다. 달팽이는 그동안 나온 어떤 글감보다도 선명한 동시에 흐릿하다. 느림으로 대표되는 동물인 달팽이. 우리는 각자 삶 속에서 어떤 달팽이를 길어올릴까. 달팽이와 함께 하는 2주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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