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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Aug 16. 2022

각자의 ‘글’을 꺼내보는 시간

여섯번째 글쓰기 모임을 하고

어느덧 여섯번째 글쓰기 모임이다. 여섯번째 글을 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멤버가 들어왔고, 이주 뒤에는  명의 멤버가  들어오기로 했다. 그리 되면 나를 포함해 멤버는 모두 다섯이 된다.  추가되는 인원 없이 다섯 명이 오래오래 함께 하길 바란다. 그렇게 모임이 궤도에  안착하기를.


이번 글감은 ‘글’이었다. 내가 낸 소재인데 모임을 시작한 뒤 멤버들의 글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고 싶어서 제시한 것이었다. 호기롭게 제안했지만 가장 헤맨 건 정작 나였다. 글에 대해 쓰자니 그동안 너무 많이 썼던 소재였던 것.


어떤 글을 쓰더라도 자기 복제가 될 것 같았다. 비슷한 글을 쓰자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에 쓴 글로 대신하자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예 새로운 글을 쓰자니 방향이 도무지 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데 새로 들어온 멤버가 먼저 글을 올렸다. 마감 사흘 전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어떤 글을 써야할지 감도 못 잡은 상황이었다. 글에 대한 경력이 있는 새 멤버의 등장으로 내가 과연 도움이 될만한 사람일까에 대한 고민에만 빠져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내 긴장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곰곰 곱씹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에 대해 글을 써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경우 말보다는 글이 보통 밀도가 더 높으니 이런 긴장한 마음도 있는 그대로 내보일 수 있지 않을까. 에라이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막 글을 써내려갔다. 부끄럽지만 솔직한 지금 내 마음을 적고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리고 오늘은 새 멤버와 함께 하는 첫 합평시간. 글감이 ‘글’인 건 어떤 면에서는 신의 한수였다. 새 멤버는 자신이 글을 써온 시간들을 속도감 있게 적어냈다. 마치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듯한 리듬감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새 멤버를 이해하는데 무척 도움이 되었다. 이 글을 보기 위해 글이라는 글감을 제안했나 싶을만큼 반가운 글이었다.


기존 멤버들은 글쓰기 모임을 시작하고 달라진 일상과 글에 대한 자신의 깊어진 생각들, 앞으로 계획들을 짜임새 있게 적어냈다. 적절한 에피소드를 찾기 어려운 글감이었지만 그 와중에도 생각과 문장을 공들여 다듬은 흔적들이 보여 참 반가웠다.


이런 모임이 처음이라 합평을 어려워하던 멤버들에 경험이 있는 멤버가 더해지니, 합평 시간은 더 풍성해졌다. 각자 글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자신이 글을 쓰며 했던 고민들을 꺼내어 함께 이야기 해보는 시간들이 참 귀하다. 글쓰기에 정답은 없고 자신의 길은 결국 스스로 찾아가야 하지만, 이렇게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가 있으면 손을 마주 잡고 나아가는 기분이 든다.


새 멤버의 등장으로 다소 긴장했지만, 결과적으로 합평을 마친 뒤에는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등장은 한 인생이 함께 오는 것이기에, 함께 나눌 이야기들이 더 풍성해짐을 느낀다. 완전체가 된 뒤 서로 더 신뢰가 두터워지기를. 두려움을 걷어내고 더 솔직한 자신을 내보이기를. 그렇게 각자의 삶에서 글이 일상으로 자리잡기를.


다음 글감은 ‘집’이다. 집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참 좋은 소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시간 내게는 집이 없었다. 살고 있는 집은 있었지만, 마음을 편히 내려놓을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집은 단순한 한 단어가 아니었던 것. 관련한 수많은 일들이 짧은 순간 뇌리를 스쳐갔다. 어떤 이야기를 꺼내야 할까. 다른 멤버들은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보일까. 그렇게 집과 함께 하는 2주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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