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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순우 Sep 21. 2022

초저출생 시대, 학교의 운명은?

시골의 작은 학교


시골에 산다. 섬에서도 시내와 가장 먼 시골이다. 시골이라고 얕봐서는 안 된다. 갓난아기부터 구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한데 모여사는 보기 드문 시골이다. 이 마을에는 학교가 하나 있다. 작은 초등학교다. 한때 전교생이 50명 아래로 내려가며 존폐위기에 몰렸지만, 9년 전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교는 물론 마을에도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작은 학교에는 자신이 꿈꾸던 이상적인 학교를 만들어보려는 교사들이 몰려들었다. 아이들을 누구보다 한 인격체로 존중하는 사람들이었다. 학교는 늘 열려있었고 학생과 보호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등교 시간마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을 일일이 안아주었다.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했고 한 아이라도 서운함이 쌓이면 언제든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했다. 승패보다는 함께하는 가치를 중요시 했다. 어떤 가정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사도 보호자도 세심하게 배려했다.


이런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는지 이 작은 시골 학교에 대한 소문은 멀리 육지에까지 퍼지기 시작했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단 한 달이라도 이 학교에서 자신의 자녀가 색다른 경험을 쌓기를 원했다. 한 달은 두 달이 되고 일 년이 되고 때로 육 년이 되었다. 학생은 점차 늘어 어느덧 그 수가 80명이 넘는, 시골 학교로는 보기 드물게 학생수가 꾸준히 증가하는 학교가 되었다.


첫째는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이다. 반에는 총 12명의 아이들이 있다. 이 가운데 보호자 중 한 명이라도 도민인, 토박이 가정의 자녀는 5명이다. 나머지는 모두 나와 같은 이주민의 자녀들이다. 지난 몇 년 동안 섬에는 이주 열풍이 불었고, 그때 섬으로 온 사람들 중에 이주한 뒤 자식을 낳은 사람들이 제법 있다. 어린 자녀를 데리고 섬으로 온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자녀들이 어느덧 자라 초등학생이 된 것이다. 이 가운데는 다른 지역에 살지만 학교가 좋아서 입학 시기에 맞춰 부러 전학을 온 아이들도 있다.



저출생 시대의 학교


올해까지는 이주민의 자녀들에 전학생까지 있어 그래도 입학생이 제법 많았지만, 내년부터는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학교가 아무리 좋게 소문이 났다 해도, 교육 관계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저출생 시대를 피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연도별 출생통계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이 한 눈에 들어온다.


2009~2020년 출생통계, 출처 - 통계청



지금 초등학교 1학년인 2015년생 이후부터 출생아수는 급감한다. 특히 2017년부터는 하향세가 상당히 두드러지고 2020년에 이르면 출생률은 가임여성 1명당 0.84명에 그친다. 그래프에는 빠졌지만 2021년은 더 떨어져 0.81명에 불과하다. 합계출산율이 1명도 안 된 지는 올해 포함 5년째로,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안에 이 수치가 0.5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서 시골이지만 혁신학교의 모범사례로 지정될 만큼 아이들을 잘 이끌어가고 있어 무척 만족스러웠는데, 이제는 아이가 6학년이 될 때까지 과연 학교가 남아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실제 올해 아이 학교의 병설유치원생 수는 급감해 6~7세를 합쳐 7명에 그친다. 그 와중에 6세는 1명에 불과하다. 둘째를 비롯해 다른 기관에 다니는 동갑내기 아이들 수를 포함해도 한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정도다.


교장선생님은 저출생 시대에 읍면지역 학교가 살아남으려면, 그리고 아이들이 너무 좁은 인간관계에 갇히지 않게 하려면 타 학교와의 연계 활동이 무척 중요하다고 했다. 인근 학교들과 논의해 그런 활동을 점차 넓혀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큰 흐름으로 볼 때 학교 통폐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3~4년 후도 예측을 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심각성을 인지하고 관련 자료들을 찾아보니 내가 짐작한 것보다 상황은 더 절망적이었다.



시골만의 문제가 아닌 학교 통폐합


통계청이 지난 5월 26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시도편) 2020~2050년에 따르면, 전국의 유소년 인구(0~14세)는 2020년 631만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12.2%에서, 2050년에는 417만명으로 인구대비 8.8%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2050년 유소년 인구가 증가한 곳은 세종(20.0%, 1만명)이 유일하고, 반면 울산(-53.0%), 경남(-49.4%), 전남(-48.9%) 등 8개 시도는 무려 40%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인구추계는 학교 통폐합 문제가 더이상 시골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그동안 전라남도에서 828개, 경상북도에서 729개가 폐교하는 등 전국에서 총 3832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문제는 학교 통폐합이 읍·면 지역을 넘어 지방 대도시로 퍼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부산의 출생아는 1000명당 4.5명으로 전국 최저였고, 대구는 신생아가 1년 새 15.3% 줄어 전국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시.도별 폐교보유 현황, 출처 - 지방교육재정알리미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가 정한 ‘적정규모 육성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학교가 벌써부터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교육부는 2016년 전교생 수 기준 면·도서벽지 60명, 읍 120명, 도시 240명 이하인 초등학교의 폐교를 권고한 바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현재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6120개 중 1878개, 무려 30.7%의 학교가 학생수 미달인 상태다.


서울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서울 강서구 공진중학교는 지난해 문을 닫았다. 2018년부터 이 학교의 신입생 입학이 끊겼고, 공진중 1학년생 전원은 인근의 성재중과 경서중으로 전학갔다. 서울 금천구에서는 초등학교가 통합됐다. 서울시교육청은 2013년 서울 금천구 신흥초등학교와 흥일초등학교를 합쳤다. 서울에서 학교가 통합된 건 이때가 처음이라고 한다. 주민들의 반발로 폐교 결정이 취소되는 일도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마곡중학교 신설을 추진하면서 송정중학교 폐교를 결정했는데, 보호자와 학생들의 반발로 학교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초저출생 시대의 학교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학교는 단순한 교육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사회를 배우는 공간이자, 보호자들이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시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초등학생이  아이는 입학한  두달쯤 지난 시점부터 혼자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있다. 처음 혼자 걸어서 학교와 집을 오간  아이는 누구보다 기뻐했다. 자신이 혼자   있는  하나  늘었다며. 학교가 집과 가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사회성이 부족한 나도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부터는  안의 벽을 깨고 조금씩 지역사회에 다가가는 중이다. 학교에서도 매년 마을 어르신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고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는 이미 초저출생 시대에 들어와 있다. 사회는 급변하는 것 같지만 또 어떤 면만은 지독하게 느리게 변하기에, 당장 여성들의 경력단절과 교육비, 집값, 가사노동의 불균형 문제 등 저출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문제들이 단시간 안에 해결될 리는 만무하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집중해야 하지만 당장 아이가 줄어든 세상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작은 학교가 많아지는 세상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작지만 작기에 더 세심하게 배려하고 돌볼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는 학교. 한 명 한 명의 아이들의 존재를 귀중하게 여기는 학교. 믿음과 배려를 바탕으로 자란 아이가 학교 너머 세상 속에서의 자신을 떠올리며 다양한 꿈을 키워가는 그런 학교. 출생률이 늘어난 어느 날, 담담히 닫아둔 교실의 문을 열고 반갑게 아이들을 맞아줄 수 있는 준비된 학교.


아이가 줄어든 세상, 도시에서도 학교 통폐합이 불가피한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슬기롭게 통과해야 할까.




프로젝트 얼룩소에도 같은 글을 게재했습니다. 얼룩소 활동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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