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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은 내일

by 박순우

새해다. 곧 내년이라는 사실이 이토록 실감 나지 않았던 때가 있었나 싶다. 하루 종일 내게 내년은 그저 내일이었다. 특별할 것 없는 그렇고 그런 또 하루의 시작.


언제부턴가 새해에는 무얼 이루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는다. 인생의 큰 줄기로 보면 하고자 하는 바가 없는 건 아니나 새해라 해서 특별히 무엇을 마음먹거나 새롭게 결심하지는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내가 바라는 나가 되기 위해 마음을 다스린다. 그건 어제가 작년이었다고 해서 오늘이 새해라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큰 물줄기 속의 내 삶은 여전히 흘러간다.


새해는 결코 특별한 게 아니라고 믿는다. 그저 인간이 편의를 위해 천문을 관측하고 정확히 측정해 하루를 한 달을 일 년을 정한 것뿐. 새해는 봄에 여름에 혹은 가을에 맞이할 수도 있었다. 그저 인간이 깊고 깊은 겨울에 새해를 맞이하기로 약속했을 뿐. 지구는 어제처럼 오늘도 여전히 그저 태양을 맴돌 뿐이다. 나 역시 궤도에 순응하는 지구처럼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아간다.


가끔 ‘로또에 당첨된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상상을 한다. 그럼에도 변화 없는 삶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나는 오늘 당장 일확천금이 주어진다 해도 여행객들을 위해 커피를 내리고 아이들과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나를 위해 글을 쓸 것이다. 그런 나의 일상을, 내가 선택한 오늘을 사랑한다. 오늘처럼 내일을 살고 내일처럼 모레를 살아가길 바란다. 그러니 내게 새해는 그저 내일인 것.


언제나 시끌벅적하게 맞이해야 할 것만 같은 새해를 아주 조용히 남의 일처럼 맞이한다. 그리고 글을 쓴다. 어제도 썼듯 오늘도 그저 쓴다. 쓸 수 있어 감사하다. 올해 역시 그런 날들이길 바랄 뿐이다. 그렇게 새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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