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진짜 늦었다"라는 유행어에 대하여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이다"
라는 말에 대한 반박으로,
"늦었다고 생각할 땐 진짜 늦은 거다"
라는 문장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으며 유행한 적이 있다.
'순위경쟁'과 '나이에 따라 삶이 일정한 수순을 밟아가야만 한다는 강박',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정서를 알 수 있는 현상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가면서도,
사실 한편으로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었다.
'늦고 빠르고가 그렇게 중요한가?'
- 너무너무 먹고 싶은 케이크가 있다.
- 케이크를 파는 상점의 클로징 시간은 밤 9시이고 오늘이 마지막 영업일이다.
- 지금은 저녁 8시 50분이고 상점까지는 적어도 30분이 걸린다.
이런 상황이라면 순간이동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쩔 도리가 없으니 포기하는 게 맞겠지.
하지만 상점의 문이 24시간 연중무휴로 항상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 그래도 포기할 텐가?
당연히 언제라도 케이크가 먹고 싶어 지면 주저 없이 그 문을 열고 들어가 달콤한 케이크의 맛을 보지 않을까?
케이크를 예로 들었지만,
우리가 하고 싶지만 늦었다고 생각하게 되는 모든 경험과 도전들도 과연 다를 게 있을까 싶다.
내 앞뒤에 몇 명이 있든, 내가 몇 번째 케이크를 먹게 되든, 케이크의 맛을 보는 게 목적이라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었다"라던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거다"라는 둥의 말은,
나에게 아무 영향도 미칠 수 없다.
내가 포기해야 할 때는,
미각을 잃어 케이크의 맛을 보러 갈 가치가 없어지거나
더 이상 케이크의 맛이 궁금해지지 않았을 때뿐이다.
경험과 도전의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문은,
누구도 막고 있지 않다.
언제라도 그 문 뒤가 궁금해질 때 열고 들어가면 그만인 것이다.
세상은 늘 빠르게 가라며 다그치고,
너도 나도 속도를 추구하기에 여념이 없지만,
그 가운데 우리가 가장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나만의 리듬 ㅡ 그 '고유한 속도'의 미학일지 모른다.
202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