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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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도 이런 소리 들어본 적 있나?
“지금 당장 사람을 뽑아야 해요.”
이 말에는 늘 불안과 압박이 섞여 있다. 하루라도 늦으면 조직이 무너질 것 같고, 고객과의 약속이 깨질 것 같고, 팀원들이 더는 버티지 못할 것만 같다. 작은 조직에서 한 명의 공백은 곧 전체의 리스크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따로 있다. 그렇게 급히 뽑은 사람이 대개 더 큰 문제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서두른 채용은 기대보다 후회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작은 조직은 작은 대로 한 명의 리스크가 치명적이고, 큰 조직은 큰 조직대로 조직문화와 시스템에 ‘안 맞는 한 사람’이 전반적인 분위기를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급함은 단순히 인력 부족에서만 오지 않는다. 고객 요청, 시장 변화, 내부 일정, 혹은 리더의 마음속 불안감. 이 모든 요소가 결합해 “지금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결론으로 몰고 간다. 하지만 내가 현장에서 본 채용 실패의 대부분은, 바로 그 급함이라는 감정에서 시작된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 혹은 소규모 팀 단위로 움직이는 조직은 유독 한 사람의 빈자리에 크게 흔들린다. 특히 중간 관리자나 실무 핵심자가 빠져나갔을 때 그 충격은 배가 된다.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업무가 과중하게 쏟아지고, 누구도 그 자리를 완벽히 대체하지 못한다. 그러자 조직은 조급해진다.
“일단 비슷한 사람이라도 뽑자.”
이 한 문장이 만들어내는 파장은 생각보다 크다. 급하다는 이유로 채용 과정이 축소되거나, 기준이 낮아지고, ‘경력 비슷하니까’라는 안일한 잣대로 합격자를 정한다. 그 순간 채용은 이미 한쪽 눈을 감은 게임이 된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렇게 급히 채용한 사람은 조직에 들어와 처음에는 무난해 보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어긋난다. 그 어긋남은 두 가지에서 생긴다. 첫째는 일의 방식이다. 이전 조직에서 익힌 방법을 그대로 적용하려 하다가 지금의 조직과 충돌한다. 둘째는 관계다. 스타트업은 유난히 ‘사람 사이의 거리’가 짧고, 조직문화가 농도 짙게 작동한다. 급히 뽑힌 사람은 그 결에 섞이지 못하고 서서히 겉돌게 된다.
비슷한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한 스타트업에서 서비스 운영 팀장이 퇴사하자 3주 만에 대체자를 구했다. 이력서는 화려했다. 대기업 출신, 관련 업계 8년 차, 혁신 프로젝트를 주도했다는 타이틀까지 있었다. 대표와 팀원 모두 기대에 부풀었다. 그런데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팀 내부에서 이런 소리가 나왔다.
“저 분… 일은 잘하는데, 우리 방식하고 너무 달라요.”
“현장 이야기보다 매뉴얼 만들겠다고만 해요.”
결국 그 사람은 네 달째 되는 시점에 대표에게 퇴사를 이야기했다. 팀은 다시 여섯 달을 잃었다. 대표는 이렇게 되묻는다. “왜 우리랑 안 맞았을까요?” 이 사례는 너무 흔하다. 급한 채용으로 생긴 손해는 그저 그 사람의 연봉만이 아니다. 조직은 시간을 잃고, 남아 있던 팀원들은 그 과정을 겪으며 지쳐가고, 조직 전체의 신뢰도는 떨어진다. 결국 급히 뽑은 사람의 공백은 처음보다 더 크게 돌아온다.
또 다른 예도 있다. 한 스타트업은 마케팅 팀장이 갑자기 퇴사하자 2주 만에 헤드헌터를 통해 대체자를 채용했다. 하지만 이 신입 팀장은 과거 FMCG 기업의 방식만 고집하며 조직 내 디지털 전환 문화를 거부했다. 팀원들이 괴로워하다 3명이 추가로 나갔고, 결국 그 팀장은 반년도 못 되어 퇴사했다. 급히 뽑았던 한 명으로 인해 팀 전체가 무너진 것이다. 급하면 급할수록 사람을 뽑고 싶어지지만, 그 급함을 채용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 급한 빈자리는 결국 조직이 판을 다시 짜야 하는 문제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여야 할 진실이 있다. 대표들은 흔히 “급하다”고 하면서도, 정작 채용 기준은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 괜찮네”라는 두루뭉술한 기준만 남고
어떤 역량이 꼭 필요한지, 어느 수준으로 일을 주도할 사람이 필요한지 구체적이지 않다.
그러다 면접 자리에서 대표가 “느낌이 안 좋다”며 후보자를 탈락시키곤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HR에게는 채용을 더 빨리 하라고 압박한다. HR 입장에서는 미칠 노릇이다. 뭘 기준으로 후보를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데, 채용 속도만 끌어올리라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주문이다. 실제로 한 HR 담당자는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이 급하다고 하면서 정작 ‘이런 사람 뽑아달라’고 한 문장으로도 설명 안 해주셔서 미치겠어요.”
채용을 큰 그림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은 곧, 조직의 리더가 채용 기준을 명확히 정의하고, 그 기준을 모두와 공유해야 한다는 뜻이다. 기준 없는 급함은 조직을 더 큰 위험 속으로 몰아넣는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준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HR팀과의 커뮤니케이션 문제가 아니다. 이게 더 깊은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는, 결국 채용 실패가 생겼을 때 책임을 전가할 구실이 되기 때문이다.
“그 사람 내가 뽑으랬냐?”
“왜 이렇게 시간만 끌었냐?”
“내가 말한 대로 안 뽑아서 실패한 거다.”
이처럼 애매모호한 기준 속에서 HR은 ‘속도도, 품질도 다 책임져야 하는’ 불가능한 미션을 떠안는다. 그래서 채용을 큰 그림으로 본다는 것은 단순히 사람 뽑는 절차를 정비하라는 뜻이 아니다. 조직 안 의사결정의 책임 구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많은 대표들은 말한다.
“늦어질수록 팀이 망가져요.”
맞다. 팀이 망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급하게 잘못 뽑으면, 그 피해는 훨씬 더 커진다. 채용은 언제든 늦어도 되는 시점이 존재한다. 오히려 ‘지금 뽑지 않는 것’이 조직을 살리는 경우도 있다.
첫째, 그 자리가 정말 필요한 자리인지부터 다시 점검해야 한다. 어떤 조직에서는 사람이 떠났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다시 채우려 한다. 하지만 본질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역할의 틀을 다시 그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 스타트업은 COO를 두 번이나 교체했다. 왜냐면 대표가 직접 운영을 챙기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COO 자리는 필요 없는 자리였다. 잘못 뽑은 두 명의 COO가 남긴 비용은 수억 원이었다.
둘째, 공백이 있더라도 버틸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당장 사람을 뽑는 것이 오히려 더 비싼 선택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스타트업은 운영 매니저의 공백으로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대표는 그 자리를 두 달 동안 아웃소싱으로 메우기로 했다. 그 두 달 동안 팀은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더 명확히 규정할 수 있었고, 결국 나중에 뽑은 인재는 1년 만에 팀 리더로 성장했다.
셋째, 시장의 타이밍을 보아야 한다. 한 스타트업은 연말에 마케팅 리더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연말은 이직 시장이 가장 잠잠하다. 후보자들은 연말 보너스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시장은 문을 닫는다. 결국 석 달을 허비했고, 이듬해 3월에야 좋은 후보를 단숨에 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채용은 단순히 빈자리를 메우는 문제가 아니다. 그 자리가 정말 필요하냐, 조직이 준비되어 있냐, 시장의 타이밍은 맞냐를 보는 것이 먼저다. 늦어질수록 위험하다는 공포가 채용을 몰아붙이지만, 무턱대고 뽑았다가 조직 전체가 무너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요즘은 ‘인재 밀도’ 혹은 ‘조직문화와의 완벽한 핏’을 이유로, 끝없이 기다리겠다는 조직도 많다. 맞지 않으면 검증될 때까지 뽑지 않겠다는 태도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떠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 또한 무조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빈자리가 조직에 주는 데미지는 실체가 있다. 일의 과부하, 팀원의 소진, 고객 대응의 누수, 그리고 결국 조직 전반의 사기 저하로 이어진다. 결국 “검증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린다”는 전략은 조직 내 다른 사람들의 소모를 전제로 한 것이 되기 쉽다.
또 하나, ‘조직문화 핏’을 과도하게 강조하다 보면 채용 자체가 불가능한 과제가 되어버리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 문화에 안 맞는다”라는 명분으로 몇 번이나 후보자를 거절하지만, 정작 어떤 점이 맞고 안 맞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핏이라는 말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실제로 어떤 스타트업은 HR 헤드를 8개월째 뽑지 못하고 있었다. 대표는 “우린 핏이 맞는 사람만 쓴다”며 계속 탈락시켰지만, 그 공백 동안 팀장은 인사 업무까지 떠안아 팀이 점점 지쳐갔다. 마지막엔 팀장이 퇴사했고, 조직은 처음보다 훨씬 큰 손실을 입었다.
더구나 완벽한 핏을 찾겠다고 ‘끝없는 탐색’을 이어가면, 조직은 시장에서 ‘사람 뽑지 않는 조직’이라는 소문이 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좋은 인재들이 기회 자체를 고려하지 않게 되는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따라서 채용의 본질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바라보는 것이다.
무턱대고 급히 뽑아선 안 된다.
그렇다고 무작정 뽑지 않는 것도 해법이 아니다.
조직은 늘 “이제야말로 적임자”라고 외치면서도, 현실적으로 적임자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결국 핏은 어느 정도의 오차를 수용하고, 함께 맞춰가며 만들어가는 영역이기도 하다.
여기서 많은 대표들이 좌절한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빨리 뽑아도 문제, 안 뽑아도 문제, 늦어져도 문제라고 하니 답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상황을 풀어내는 핵심은 채용을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일’로 바꾸는 것이다. 급하다고 무턱대고 결정을 내리지 않고, 공백을 메우는 동안 조직의 판을 다시 짜거나, 역할을 새롭게 정의하거나, 외부 자원을 쓰는 식으로 시간을 버는 것이 바로 전략이다.
그 시간을 버는 동안 조직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그 빈자리가 조직의 미래에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명확히 규정한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역할을 다시 그린다.
조직의 성장 곡선에 맞는 사람의 결을 정의한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 계약직, 파트타임 등 다른 형태를 고려한다.
결국 채용은 사람이 아니라 조직의 큰 그림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조각이다. 그 그림 없이 사람을 뽑으면, 다시 같은 악순환에 빠진다. 급해도, 늦어도, 안 뽑아도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잊어서는 안 된다. 채용의 그림을 그릴 때는 시간을 벌면서 동시에 리스크를 나누어야 한다. 즉, “안 뽑고 기다리는 것”과 “뽑아서 실패하는 것” 사이에 존재하는 수많은 회색지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자리의 업무를 임시로 다른 팀원에게 나누어 맡길 수도 있고
외부 프리랜서나 단기 계약직으로 최소한의 기능만 유지할 수도 있고
프로세스를 간소화해 당장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다.
이처럼 임시로라도 판을 새로 짜서 버틸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결국 공백기를 견디는 유일한 방법이다. 조직은 결국 ‘최적의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조직을 살리면서도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길을 그려내야 한다. 그게 채용이라는 행위 뒤에 숨어 있는 본질이다.
여기서 더 무서운 진실은, 같은 사람도 타이밍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무게를 지닌다는 점이다. 이건 마치 연애 같다. 어제는 인생의 동반자 같던 사람이 오늘은 도저히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한 스타트업은 한 경영지원 전문가를 두 번 뽑았다. 첫 번째는 조직이 15명일 때였다. 그는 보고서를 쓰고 프로세스를 정리했다. 대표는 좋아했지만 팀원들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우린 지금 보고서 쓸 때가 아닌데…”
결국 그는 네 달 만에 퇴사했다. 하지만 같은 사람이 2년 뒤 다시 합류했다. 그때 조직은 80명 규모로 커져 있었고, 이번에는 그의 프로세스 설계가 모두에게 환영받았다. 지금 그는 CFO다. 같은 사람인데도, 조직의 타이밍이 달라지니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다.
같은 사람이더라도, 조직의 흐름과 성장 단계에 따라 완전히 다른 의미를 가진다. 이게 채용에서 가장 큰 아이러니다. 이 타이밍의 차이는 스타트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 예컨대 어떤 대기업은 스타트업 출신 전략 담당 임원을 영입했다. 그는 예전엔 빠른 의사결정과 유연한 전략으로 스타트업을 살렸던 사람이었지만, 대기업 안에선 같은 방식이 오히려 조직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정 하나하나가 너무 급하고, 보고 체계를 무시한다는 이유로 결국 8개월 만에 나가게 되었다. 타이밍은 업종이나 규모를 가리지 않는다.
또 다른 스타트업은 CX 리더를 모셨다. 2년 전 같았으면 너무 과한 스펙이라 부담스러웠을 사람이다. 하지만 지금 조직은 고객 데이터 기반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해야 하는 시기였고, 그 사람의 B2C 경험과 데이터 해석 역량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이처럼 같은 인물도 조직의 준비 상태와 시기에 따라 ‘과분’이 되기도 하고 ‘딱 맞는 퍼즐 조각’이 되기도 한다.
사람이 ‘좋고 나쁘다’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들어오느냐가 그 사람의 가치를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결국 채용에서 가장 무서운 오해는 “저 사람이 다른 조직에서 잘했으니 우리도 잘할 것”이라는 가정이다. 사실 그 ‘잘함’조차도 타이밍의 산물일 수 있다. 채용은 늘 인재의 이력서만 보게 만든다. 하지만 현실에서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가진 결이, 지금 우리 조직의 흐름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느냐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타이밍이다. 같은 사람도 타이밍이 다르면 완전히 다른 결과를 만든다. 이 단순한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야말로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통찰이다.
스타트업의 성장 곡선은 결코 하나의 직선이 아니다. 급격히 올라갔다가 다시 흔들리고, 또 한 번의 성장 고개를 넘기기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이 반복된다. 그리고 이 성장 곡선의 어디쯤에 서 있느냐에 따라, 조직이 필요로 하는 인재의 결은 완전히 달라진다.
가장 먼저 0에서 1로 가는 단계는, 문제를 정의하고 판을 깔아야 하는 시기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하고,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할지조차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이 시기에는 질문을 잘하는 사람이 필요하다. 틀을 가져오기보다는 혼돈 속에서 본질적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이 조직을 살린다.
그다음 1에서 10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판이 깔려 있고, 그 위에서 일관되게 실행을 돌리는 것이 중요해진다. 이제는 실험보다 재현이 중요하다. 즉, 한 번 잘된 일을 여러 번 반복하고 같은 품질로 내보낼 수 있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필요한 사람은 프로세스를 만들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10 이후 안정 단계에 들어서면 조직은 점점 더 커지고 복잡해진다. 이 시기에는 프로세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즉, 안정적 운영과 리스크 통제 역량이 중요한 인재의 결이 된다.
문제는 많은 조직이 이 단계를 잘 모른다는 데 있다. 다른 회사에서 잘했다고 해서, 혹은 큰 조직에서 임원 타이틀을 달았다고 해서 우리 조직에 맞는 인재일 거라는 보장은 없다. “저 사람, 다른 회사에서 잘했대”라는 말은 가장 위험한 착각이 될 수 있다. 다른 조직의 성장 곡선과 우리 조직의 곡선은 절대 같을 수 없다.
결국 조직은 항상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우리는 어떤 곡선 위에 서 있는가? 지금 필요한 인재의 결은 무엇인가?” 채용은 단순히 스펙 좋은 사람을 뽑는 일이 아니다. 이 곡선을 제대로 읽고, 조직의 큰 그림에 맞춘 결을 찾아내는 일이야말로 채용의 본질이다.
결국 채용은 타이밍의 그림을 그리는 일이다. 조직이 반드시 자문해야 할 질문은 명확하다.
지금 비어 있는 자리는 정말 필요한 자리인가?
이 시점에서 필요한 사람의 결은 무엇인가?
급함 때문에 기준을 낮출 것인가, 아니면 기다릴 것인가?
꼭 정규직이어야 하는가? 혹은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가?
하지만 현실은 이 질문들로 끝나지 않는다. 타이밍 중심의 채용 그림 그리기는 조직의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다. 때로는 뽑지 않고 버틸 수 있는 시간의 한계를 측정해야 하고, 그 한계를 넘기지 않도록 업무 판을 다시 짜거나, 외부 리소스를 활용해야 한다.
한 스타트업은 개발 리더가 갑자기 퇴사했을 때, 급히 채용하지 않았다. 대신 팀 내 중간급 개발자 두 명을 임시 리더로 세우고, CTO 멘토를 외부에서 단기 고문으로 불러 한 달간 채용을 멈췄다. 그 한 달간 조직은 ‘우리가 진짜 원하는 리더상’을 구체적으로 규정할 수 있었고, 두 달 뒤 뽑은 CTO는 2년째 안정적으로 팀을 이끌고 있다. 급할수록 잠깐 멈출 용기가 필요하다. 또 다른 예로, 한 조직은 운영팀장이 급히 나가자 단기 계약직과 외주를 섞어 3개월을 버텼다. 그 기간에 인재 요건을 재정의했고, 덕분에 적합한 인재를 뽑아 이후 팀장이 팀을 두 배 규모로 키웠다.
타이밍 중심의 채용은 단순히 “지금 뽑을까 말까”의 문제가 아니다. 언제,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위험을 나누어 가질지 그려보는 일이다. 급함은 감정이지만, 채용은 그림 그리기다. 그 그림이 잘 그려져야 조직은 사람을 ‘구멍 메우기’가 아니라 전략적 자산으로 맞이할 수 있다.
채용은 늘 급하다. 하지만 급하다고 무턱대고 뽑으면 곧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된다. 동시에,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조직의 리스크가 된다. 조직의 리더가 절대 잊어선 안 될 것은 단 하나다. “타이밍은 선택이고, 그림은 준비다.” 급한 자리는 곧장 뽑는 자리가 아니다. 급할수록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지금 뽑는 것이 정말 필요한가?
이 시점에서 맞는 인재의 결은 무엇인가?
다른 방식으로 버틸 방법은 없는가?
잠깐의 멈춤이 더 큰 미래를 살리는 건 아닌가?
채용이 늦어져도 뽑지 말아야 할 때가 분명히 있다. 같은 사람도 타이밍이 다르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든다. 급할수록 조직은 그림을 그리고 판을 짜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 채용은 단순히 빈자리를 메우는 일이 아니다. 조직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지금 필요한 힘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묻는 일이다. 급함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성급히 뽑은 비용은 언제나 처음보다 더 크게 돌아온다. 이 단순한 진실을 기억하는 것, 그것이 채용의 시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을 준비하려면 조직은 반드시 두 가지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하나는 잠깐 멈추는 용기. 급하다고 채용 일정을 무작정 앞당기지 않고, 조직이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되묻는 용기다.
다른 하나는 진짜 기준을 명확히 말하는 용기. “괜찮아 보인다”는 말 대신,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무엇을 해결해야 하는지를 언어로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용기가 없다면 조직은 결국 늘 같은 소리를 반복하게 된다.
“사람이 문제야.”
하지만 정작 문제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 그림 없이 사람을 뽑으려는 조직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채용은 사람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조직의 길을 그리고 새로운 판을 짜는 일이라는 사실. 그 그림이 곧 조직의 생존을 결정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