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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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온 전략은 단순한 인수합병(M&A)과 다르다. 이 전략은 기존의 틀을 유지한 채, 핵심 기능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재조립’하는 방식이다. 특히 빠른 시너지와 시장 효과를 만들어야 하는 현실에서, 단순히 조직을 병합한다고 해서 성과가 나는 것이 아니다. 전혀 다른 문화, 기능, 리듬을 가진 두 조직이 만나 새로운 생태계를 구성하려면, 단순 병합이 아닌 정밀 설계가 필수다.
그런데 이때 조직 내부의 많은 시선은 재무적 판단, 사업적 시너지, 경영진 간의 합의에 쏠리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조직이 제대로 작동하게 만들고 성과로 이어지는 영역은 바로 ‘사람과 일의 구조’다. 그리고 이 구조를 설계하고 조율하는 최전선에 있는 이가 바로 HR이다.
하지만 현실의 HR은 종종 전략의 마지막 단계에 호출된다. 이미 인수는 결정됐고, 방향도 정해졌으며, “이제 통합만 하면 된다”는 말과 함께, HR에게는 복잡한 조직을 정리하고 제도를 맞추라는 막연한 미션이 주어진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이름은 통일되었지만, 실제 업무 흐름은 따로 놀고, 제도는 합쳐졌지만 현장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여기서 HR이 설계자가 되지 않으면, 조직은 실행되지 않는다. 전략이 아무리 훌륭해도, 제도가 아무리 멋져도, 실행되지 않는 구조는 결국 실패한 전략과 같다. HR이 설계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조직이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다.
볼트온 전략에서 PMI 초기 6개월은 생존과 직결된다. 이 시기 HR이 반드시 챙겨야 할 첫 번째 포인트는, 목표를 정성적 가치가 아니라 정량적 실행 지표로 설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인수 후 통합 초기에 가장 위험한 접근은 “우리 가치는 이렇고, 문화는 이렇다”는 정서적 접근을 실무 목표에 끼워 넣는 것이다. 이는 오히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 조직이 불확실성과 충돌 속에서도 앞으로 나아가려면, ‘가치 공유’나 ‘문화 통합’은 정서적 환기 차원에서만 다뤄야 하고, 실제 PMI 목표는 반드시 숫자 기반의 정량 목표로 설정되어야 한다.
이 목표는 실무자에게 ‘왜 움직여야 하는가’를 설명해주는 가장 현실적 언어이며, 문화와 철학이 아니라 실행을 유도하는 기준점이 된다. 정량적 목표는 불확실한 감정과 혼선을 제거하고, 합류 후 100일 내 ‘가시적 성과’를 만드는 구조로 작동한다.
예시로는 아래와 같은 것이 있다.
제품 출시 일정: 통합 이후 90일 내 신규 기능 MVP 개발 및 1차 베타 배포
매출 타깃: 통합 후 6개월 이내 신규 매출 +10%, 기존 고객 유지율 95% 이상 확보
고객 전환율: 인수 조직이 보유한 고객 중 40% 이상을 기존 플랫폼에 전환
비용 구조 개선: 연간 고정비 8% 절감, 동일 인건비 기준 매출 생산성 1.2배 향상
영업 구조 통합: 3개월 내 통합 CRM 전환 완료, 리드 전환 효율 +20% 달성
또한 인건비 관점에서의 생산성 기준도 명확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수 전 조직의 1인당 매출이 1.5억이었고, 본사 조직은 2억이었다면, 6개월 내 1.8억으로 중간 수치를 도달하는 식의 실질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단순한 수치는 인위적일 수 있지만, 그 수치를 향해 서로 다른 방식의 실행이 합쳐지는 과정이 ‘PMI의 핵심’이 된다. 정량 목표는 전략적 시너지나 비전만큼 중요한 초기 성과의 언어다. 이 목표가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수준에서 제공되어야만, 각 팀은 실제로 움직이고 협업할 수 있다.
볼트온 조직은 전체를 통째로 삼켜선 안 된다.‘모든 걸 통합하자’는 접근은 실무에서는 실행 지연과 리더십 혼선, 비용 낭비를 초래하게 된다. 반대로 ‘각자 운영하자’는 전략은 시너지 없이 병존하는 이중 구조를 만들게 된다. 따라서 HR은 무엇을 나누고, 무엇을 지금부터 함께할지를 기능 단위로 분리/통합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다음은 그 기준의 예시다.
빠르게 독립시켜야 하는 부서: 기술, R&D, 제품 팀 등은 창의성과 속도를 유지해야 하므로, 기존 체계에 완전히 흡수되기보다는 일정 기간 자율성과 별도 리듬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인수 초기에는 개발 속도, 제품 테스트 방식, 기술 아키텍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기술팀은 별도로 두되, 이후 단계적으로 접점을 만들어야 한다.
즉시 통합해야 하는 부서: 재무, 법무, 인사 등 지원조직과 백오피스는 통합·효율화가 우선이다. 이들은 비용 최적화, 리스크 통제, 거버넌스 일관성의 관점에서 신속히 단일 체계를 구성해야 하며, 표준 규정·시스템 기반 운영으로 빠르게 일원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개발팀의 경우 ‘독립 유지’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아래와 같이 단계적 통합 로드맵(예시)을 사전에 그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1~3개월차: 독립 유지, 별도 배포 시스템 운영, 기능 개발 우선
4~6개월차: 코드베이스 통합 가능성 검토, QA/테스트 체계 공유 시작
7~9개월차: 공통 DevOps 환경 구성, 배포 자동화 연계
9개월 이후: 아키텍처 통합 및 공통 운영 방식 이행
이러한 로드맵 기반 분리–통합은 단순히 ‘함께 할지 말지’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언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함께할지를 시기와 기능 단위로 명확히 구분하는 작업이다. 이렇게 접근해야 실무 현장에서의 리더십 충돌, 생산성 하락, 비용 증가 등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며, PMI가 ‘기획은 그럴듯하지만 실행이 안 되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전락하지 않게 된다.
특히 결산 기준, 성과 인식 방식, 회계 처리 기준 등은 통합되지 않으면 지표 해석이 어긋난다. 예를 들어 피인수 조직은 수주 기준, 기존 조직은 납품 기준이라면 분기 매출 해석조차 다르게 나올 수 있다. 인식 시점이 다르면 성과 평가 시점도 어긋나고, 리더들의 행동 기준도 분산된다. 결과적으로 어느 팀은 아직 실행 중인 업무를 ‘성과 완료’로 보고 인센티브를 논하고 있고, 다른 팀은 ‘성과 미실현’으로 평가 절하되며 갈등이 발생하게 된다.
그래서 현금 흐름, 지표 인식, 성과 보상 등은 하나의 기준으로 반드시 맞춰져야 한다. 이 문제는 특히 다음 세 항목에서 뚜렷하게 발생한다.
회계 기준: 인수 조직은 발생 기준, 본사는 현금 기준 회계 처리 시 손익 타이밍이 어긋남
인건비 정산 기준: 본사는 월 단위 고정 인건비 정산, 피인수 조직은 분기 단위 보너스 지급 시 차이 발생
성과 반영 기준: 인수 전 조직은 계약 시점 성과로 간주하던 업무가, 본사에서는 실제 매출 발생 시점까지 기다려야 반영됨
예시로, A 스타트업이 B 조직을 인수하고 3개월 내 공동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A는 계약서 체결 시점에 매출을 잡고, B는 실제 납품 완료 기준으로 실적을 반영한다면, B 입장에서는 성과가 지연된 듯 느껴지고, A는 이미 실적이 반영된 것으로 간주해 인센티브나 리소스를 조절하려 할 수 있다. 이 같은 차이는 성과 해석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협업 에너지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초기 통합 Task Force에서는 회계팀, HR, 사업부 리더가 함께 참여해 기준을 맞추는 것이 핵심이다. 재무적 정합성을 먼저 확보하고 나서야, HR은 그 기준 위에 성과 평가, 인센티브 지급, 목표 관리 프레임 등을 올릴 수 있다. 지표만 통일하지 말고, ‘돈의 흐름’을 기준으로 통일하라. 그래야 조직은 실제로 움직인다.
PMI 과정에서는 초기에는 유연한 전환이 필요하지만, 일정 시점이 지나면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 조직 통합 직후 시스템을 무리하게 하나로 통일하려는 시도는 현실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서로 다른 프로세스와 툴을 가진 조직이 물리적으로 합쳐졌다고 해서, 곧바로 하나의 시스템으로 흡수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렇게 되면 ‘일은 안 되고, 제도만 복잡한’ 체계가 만들어진다.
볼트온 전략의 핵심은 빠른 흡수와 성과 창출이며, 시스템 통합은 출발점이 아니라 ‘성과 이후의 결과’로 작동해야 한다. 초기에는 이질적인 시스템과 방식이 존재하는 상황을 감안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최대한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초기 3~6개월은 목표 중심의 유연 운영, 이후 6~12개월 시점부터 점진적으로 프로세스 전환(P.I.)을 준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때는 제품, 고객, 조직, 재무 단위별로 ‘표준 운영모델(SOP)’을 설정하고, 그 위에 시스템 통합을 얹어야 확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피인수 조직이 사용 중인 HR 시스템, 회계 솔루션, 협업 도구(Slack, Notion, Trello 등)가 기존 조직의 ERP 기반 시스템과 완전히 다를 경우, 통합을 서두르기보다 다음과 같은 순서를 밟는 것이 바람직하다:
1~3개월: 양 조직의 기존 도구 및 프로세스를 그대로 유지하되, 핵심 리포트/성과 데이터는 수작업 병행
4~6개월: 프로세스 병목 및 중복 흐름 모니터링, 업무량/인력 비용 기준으로 우선 통합 대상 선정
6~9개월: 핵심 백오피스 시스템(HR, 회계, 고객관리 등) 단계적 통합 전환 – 파일럿 중심 시도
9~12개월: 시스템 기반 리포트 자동화, 공통 거버넌스 도입, 운영 흐름 표준화
이렇게 ‘조직 통합의 타이밍’과 ‘시스템화의 타이밍’을 분리해 두는 것이 중요하다. 시스템을 먼저 통합한 뒤 실무가 따라오지 않으면, 오히려 실행력은 약화되고 각 조직은 기존보다 더 분절된 채로 남게 된다. 시스템은 설계의 종착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든 구조가 충분히 검증된 뒤에야 도입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다. 프로세스 없이 시스템이 먼저 움직이면, 시스템은 통제 수단이 되고 현장은 위축된다.
PMI는 단순한 제도 통합이 아니라, ‘일이 실제로 흘러가도록 설계된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다. HR은 시스템을 미리 밀어 넣는 것이 아니라, 흐름이 작동한 이후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도입되도록 이끄는 운영 리듬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볼트온 전략은 단순한 인수합병이 아니다. 기존 구조에 무언가를 ‘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전혀 다른 흐름으로 조직을 다시 짜는 전환형 전략이다. 단지 회사 위에 회사를 얹는 것이 아니라, 기존 조직이 가진 생태계 안에 새로운 기능을 어떻게 연결하고, 어디에 배치하며,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게 만들지를 치밀하게 조율해야 하는 설계 행위다.
이때 HR은 이름만 통합하는 관리자가 아니라, 실제로 조직이 ‘하나처럼 움직이게 만드는’ 실행 설계자여야 한다. 단순히 문화를 통합하고 정책을 정비하는 수준이 아니라, 정렬(alignment)이 아닌 정합성(consistency)을 만들어내야 한다. 방향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구조와 흐름, 리소스가 실제로 연결되어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PMI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이 인수가 왜 필요했고, 어디서 시너지를 만들어야 하며, 그 시너지는 어느 부서에서 어떤 구조로 작동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HR이 ‘제도 통일’부터 시작한다면, 조직은 시스템만 같아졌을 뿐 본질은 나뉘어 있는 상태로 남게 된다. 이름은 같지만 일의 흐름은 따로 놀고, 보고체계는 맞췄지만 책임 구조는 겹치며, 결국 1+1=10은커녕 1+1=0.8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볼트온 전략이 조직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합병을 넘어 ‘새로운 방식의 일’을 요구한다. 이때 HR은 단순한 중간 관리자 역할에 머물 수 없다. 조직을 다시 엮고, 실질적인 실행력을 설계하며, 변화된 질서를 만들어가는 중심에 서야 한다.
이를 위해 HR이 수행해야 할 핵심 역할은 크게 네 가지다.
해석자: 조직 간 언어, 문화, 속도의 차이를 통역하는 사람
디자이너: 단기 성과와 장기 성장 사이 균형을 설계하는 사람
통합자: 경영진과 실무조직 사이를 연결하는 사람
운영자: 제도, 기준, 성과 구조를 구체화하고 실행하는 사람
✅ ‘불편한 차이’를 해석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기
볼트온 직후 마주하는 첫 문제는 ‘같은 말을 다르게 이해하는 조직들’이다. 조직 문화, 용어, 직무 명칭, 리더십 방식, 일 처리 속도까지 모두 다르다. HR은 이를 충돌로 두지 않고 중간 언어를 통해 정보로 해석하게 도와야 한다. 실무자에겐 “이걸 이쪽에서는 이렇게 부르지만, 저쪽은 이런 개념이야”, 경영진에겐 “지금 구조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를 맥락화해 설명해야 한다.
✅ 사람 기준의 보상 및 레벨링 구조 재편
동일한 ‘팀장’이라 해도 조직마다 전략적 의사결정권이 다르다. HR은 호칭 통일이 아니라 ‘책임의 등가성’ 중심으로 레벨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동일 직책 내 연봉, 평가, 권한, 기대수준을 매핑하고, 공정성과 납득감을 줄 수 있는 역할 중심 보상 기준을 설계해야 한다.
✅ 심리적 흡수에 대한 정체성 회복 설계
피인수 조직 구성원은 흔히 “우리가 흡수당했다”는 감정을 갖는다. HR은 단순히 제도 공지를 넘어서 “왜 이 조직이 필요한가”라는 역할 메시지를 설계해야 한다. 시니어 리더 대화 세션, 상호 브리핑, 역할 미션 공유 등을 통해 구성원이 존재 이유를 다시 확인하게 만들어야 한다.
✅ 중간관리자의 실무 조정 역량 강화
볼트온 전략에서 가장 많은 갈등은 ‘리더와 리더’ 간 협업에서 발생한다. HR은 실행 중심 워크숍, 협업 툴킷, 갈등 사례 교육, 비공식 교류 세션 등으로 중간관리자의 리더십 스킬을 강화할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 정보 흐름의 구조화 ― 시스템과 커뮤니케이션 통합
“무엇이 바뀌었는지 몰라서 실행이 멈춘다”는 혼란은 가장 흔하다. HR은 오리엔테이션, 온보딩 브리핑, 업무 FAQ, 커뮤니케이션 채널 가이드를 통해 전사적 정보 흐름을 하나의 구조로 통합해야 한다.
✅ 성과 구조와 목표 설정의 실행형 조율
경영진은 볼트온 이후 빠르게 성과를 요구한다. HR은 통합 목표와 분리 책임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평가·인센티브에 연동시켜야 한다. 예: “6개월 내 기존 본사 영업 매출 20% 성장 + 피인수 조직 매출 10억 확보” 등.
✅ 순차 통합 전략 설계 ― 특히 개발팀
모든 기능을 동시에 통합하는 건 위험하다. 개발팀은 기존 아키텍처, 인프라, 로드맵이 다르기 때문에 로드맵 기반 순차 통합이 필요하다.
✅ 돈의 흐름 관점에서 사람의 역할과 KPI 재조정
인건비 대비 수익성, OPEX 구조, 직접/간접 인력 비중을 기반으로 리소스를 재배치하고, 직무별 KPI를 재정의해야 한다. 이 과정은 CFO·예산팀과의 긴밀한 협업 없이는 불가능하다.
속도보다 맥락 – 통합 속도를 무작정 높이는 것보다, 각 부서와 기능의 맥락을 고려해 순서를 조율해야 한다.
감정과 구조 병행 – 구성원의 불안을 다독이면서도 구조 설계는 반드시 실행해야 한다. 둘 중 하나만 해서는 통합이 오래가지 않는다.
핵심 인력 보호 – 통합 과정에서 성과의 핵심을 담당하는 인력이 흔들리면, 전략 자체가 무너진다.
메시지 일관성 – 통합의 방향과 우선순위를 리더부터 구성원까지 같은 언어로 말하게 만들어야 한다.
고객 접점 우선 통합 – 내부 통합도 중요하지만, 고객 경험이 흔들리면 시장에서의 신뢰가 먼저 무너진다.
PMI 직후 HR이 어떤 과제부터 손대야 하는지는 부서의 성격과 당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기술팀이 신규 제품이나 기능 론칭을 앞둔 경우
조직 구조를 크게 바꾸기보다 채용 체계를 먼저 정리하고, 핵심 인력이 이탈하지 않도록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핵심 포인트: 구조 변화 최소화, 기능 안정성 확보
주의할 점: 론칭 직후 대규모 구조 변경은 개발 속도와 품질 모두에 위험
✅ 영업팀이 매출 목표 압박을 받는 경우
성과관리 체계와 인센티브 구조를 빠르게 통합해 목표와 보상을 일치시켜야 한다.
핵심 포인트: 목표-보상의 신속한 일치, 단기 성과 확보
주의할 점: 단기 실적만 강조하면 인력 소진과 사기 저하 위험
✅ R&D·디자인팀처럼 창의성이 중요한 경우
의사결정 권한과 리더십 구조를 먼저 조율해 창의 흐름을 유지하고, 불필요한 보고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핵심 포인트: 창의성 유지, 불필요한 보고 축소
주의할 점: 절차 강화가 창의성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조심
✅ 인사·재무 등 지원부서가 통합 초기인 경우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일원화하되, 규정과 보고 라인을 가능한 한 빨리 통합해야 한다.
핵심 포인트: 규정·보고 라인 조기 통합, 업무 효율 향상
주의할 점: 너무 빠른 규정 변경은 혼란을 유발
✅ 전사 커뮤니케이션이 부족한 경우
리더 간 조율 회의를 정례화하고 메시지를 하나로 통일한다.
핵심 포인트: ‘같은 말, 같은 톤’의 메시지 유지
주의할 점: 부서별 메시지 불일치는 루머와 혼선을 키움
기술팀: 합병 직후 두 회사의 개발팀이 서로 다른 플랫폼을 쓰고 있었다. HR은 플랫폼 통합에 앞서 ‘공동 기능 릴리즈 일정’을 먼저 맞추고, 이후 통합 계획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일정 지연 없이 안정적인 통합이 가능했다.
영업팀: 서로 다른 인센티브 제도를 쓰던 영업팀에 대해, HR은 ‘분기 매출 목표’와 ‘성과급 지급일’을 먼저 맞춰 단기 혼란을 줄이고, 이후 계산 방식까지 통합했다.
디자인팀: 브랜드 일관성을 위해 조직 통합보다 ‘브랜드 가이드라인’ 공유를 먼저 실시했다. 결과적으로 새로운 CI와 디자인 톤앤매너가 전사적으로 빠르게 반영됐다.
마케팅팀: 두 회사의 캠페인 전략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HR은 마케팅 리더 간 조율 회의를 먼저 열어 브랜드 메시지와 캠페인 우선순위를 맞췄다. 그 후 통합 캠페인을 진행해 시장 혼선을 방지했다.
CS(고객지원)팀: 고객 문의 처리 방식이 달라 혼선이 발생하자, HR은 먼저 공통 대응 매뉴얼과 응대 톤앤매너를 통일한 뒤, 시스템 통합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고객 경험 품질이 빠르게 일관성을 회복했다.
PMI 이후 많은 조직이 겪는 가장 흔한 현실은 “통합은 했지만, 조직이 하나처럼 안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건 단순히 실행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제도는 맞췄지만 그 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야 하는지를 상황에 맞게 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스템은 같아졌지만 리더의 판단 기준은 다르고, 보고 체계는 통일됐어도 일하는 방식은 부딪힌다. 전략은 선언이나 통일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결국, 현장의 흐름과 상황에 맞춘 세밀한 조율이 있어야 전략이 살아난다.
HR은 각 부서와 기능, 시점에 따라 무엇을, 언제,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를 판단할 감각이 필요하다. 같은 통합이라도 기술팀과 영업팀의 접근은 달라야 한다. 예를 들어 기술팀이 신규 기능 론칭을 앞두고 있다면, 조직 구조를 바꾸기보다 채용 체계의 그룹화 정도만 먼저 정리하는 편이 낫다. 반면, 매출이 핵심인 영업팀은 성과관리와 평가 구조를 바로 통합하는 것이 훨씬 전략적이다. 이렇게 부서별 흐름과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분리하고, 다시 맞춰 조립하는 방식이 바로 HR이 해야 할 설계다.
이 모든 설계의 핵심은 ‘전체를 그리는 힘’이다. 단순히 조직도를 예쁘게 정리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의 흐름에 맞춰 사람의 구조를 조정하고, 그 구조가 전략과 연결되도록 만드는 실행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정책을 맞추는 데서 멈추는 게 아니라, 목표를 출발점으로 하고, 기능별 실무 구조를 거쳐 시스템이라는 종착지까지 이어지는 리듬을 만드는 것이 HR의 역할이다.
조직 구조를 바꾸는 건 결국 사람의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그 안에는 심리, 책임, 리더십, 보상, 정보 흐름, 기술 인프라까지 모든 요소가 얽혀 있다. 그래서 설계는 세밀해야 한다. 감정은 존중하되 실행은 계획대로, 문화는 이해하되 구조는 필요한 만큼 조정해야 한다. 이것이 HR이 조직 안에서 가질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이자 전략적 책임이다.
‘볼트온’ 전략도 결국 사람과 일이 어떻게 맞물리는지를 설계하는 싸움이다. 전략은 PPT 속 멋진 문장이 아니라, 현장에서 돌아가는 실제 흐름이다.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들어내는 정밀한 조율의 설계자가 바로 HR이다. 이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조직은 단순한 합병을 넘어, 1+1=10이라는 도약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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