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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d] 토스 vs 구글,‘좋은 회사’는 어디일까?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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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회사를 묻는 질문은, 결국 나를 묻는 질문이다


얼마 전, 한 후배가 나에게 질문을 주었다. “선배님, 토스랑 구글 중에 어디가 더 좋은 회사예요?” 그리고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 “그래도 구글이 자율, 심리적 안정감을 중시하니 더 사람답게 일할 수 있는 곳 아닌가요?” 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좋다는 기준이 뭐야?” 그리고 말을 이었다. “그 ‘좋다’는 기준 속에 뭐가 들어있는 걸까? 요즘 실제로 정리된 사람 수를 보면 압도적으로 구글이 많다는 거 알아? 토스가 냉정하다고들 하지만, 지난 2년간 해고 규모만 놓고 보면 구글, 메타, 아마존이 훨씬 커. 우리가 ‘좋다’고 생각하는 이미지와 실제 현실은 다를 때가 많아.”


이 질문은 결국 “좋은 회사는 어떤 곳인가요?”라는, 수없이 반복되어온 질문의 또 다른 형태다. 그리고 나는 그럴 때마다 같은 대답을 한다. 좋은 회사는 없다. 이건 마치 누군가에게 “착하고 예쁜 사람 없나요?”라고 묻는 것과 같다. 그런 사람은 드물고, 있다 하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는다. 착함은 타인에게 맞춰야 유지되고, 예쁨은 끝없는 관리 위에 서 있다. 둘 다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많이 든다. 결국 그 균형을 지키는 건 ‘존재’가 아니라 ‘노력’의 문제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만나는 일보다, 그 상태를 지속하는 일이 훨씬 어렵다. 회사도 마찬가지다. 빠르게 성장하고, 보상도 잘 주고, 조직문화도 좋고, 존중도 있는 회사를 원하지만, 그 모든 것을 동시에 갖춘 곳은 거의 없다. 조직은 늘 하나의 가치를 중심에 두고 다른 가치를 희생한다. 성장, 안정, 혁신, 효율, 존중 ― 이 다섯 가지는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좋은 회사의 기준은 ‘무엇을 얻을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감당할 것인가’의 문제다.


사람들이 좋은 회사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복지나 연봉 때문이 아니다. 그 속에는 ‘안정에 대한 본능’과 ‘자기 효용의 환상’이 섞여 있다. 좋은 회사를 찾는다는 건 사실상 “세상이 나를 대신 책임져주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다. 시스템이 내 불안을 대신 관리하고, 조직이 내 성장의 방향을 설계해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그 믿음이 깊어질수록 사람은 스스로의 경계를 잃는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좋은 회사를 꿈꿀수록 스스로 작아진다. 안정을 구하는 마음이 성장의 본능을 서서히 마모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이 질문은 “토스 vs 구글”의 비교가 아니라, “우리가 회사를 평가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각 조직은 저마다의 철학을 가지고 있고, 그 철학은 언제나 대가를 요구한다. 결국 ‘좋은 회사’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각자의 철학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 뿐이다.




성과와 효율 사이, ‘좋은 회사’의 현실


토스는 ‘성과주의’의 전형이다. 성과가 명확하지 않으면 남을 이유가 없고, 실력 없는 친절은 오래가지 않는다. 모든 제도와 문화가 “결과로 증명해야 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이런 구조는 냉정하지만 동시에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한다. “회사 덕분에 성장했다”는 말보다 “이 회사 아니면 이만큼 성장 못했을 것 같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토스의 회의는 짧고, 논리로 설득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도 버티기 어렵다. 결과를 내는 사람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속도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은 방향을 잃는다. 속도는 성장의 조건이자 압박의 형태다.


반면 구글은 오랫동안 ‘자율’과 ‘심리적 안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구글은 과거의 구글이 아니다. AI 시대와 효율 중심의 대전환 속에서 구글은 ‘자율 속의 효율’을 중시하는 효율주의로 변했다. 수천 명이 구조조정되었고, 모든 프로젝트는 ROI로 평가된다. 예전의 구글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묻던 회사였다면, 지금의 구글은 “그게 얼마만큼의 효율을 내는가”를 묻는다. 회의는 길지만 그 시간조차 비용으로 계산된다. 아이디어는 창의성보다 데이터로 평가되고, 자율을 지키기 위해 효율이 필요하며, 효율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이 제한된다. 그 균형은 언제나 위태롭다.


고용 안정성의 기준으로 보더라도 예상은 뒤집힌다. 토스가 냉정하고 퇴사율이 높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구글·메타·아마존·MS 같은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훨씬 더 많은 인원을 해고했다. AI 전환기 이후 그들의 구조조정 규모는 토스와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사람을 쉽게 내보내지 못하는 제도적 현실을 감안하면, 고용 안정성만 놓고 보면 오히려 토스가 100배 낫다. 우리가 흔히 좋은 회사를 논할 때의 맹점은 여기 있다. 사람들은 A회사의 장점은 당연하게 여기고, A가 가지지 못한 B의 장점만을 근거로 ‘좋은 회사’라 판단한다. 결국 남의 잔디는 언제나 더 푸르다. 모든 회사는 자신이 선택한 가치의 대가를 치르고 있다. 성과는 성장의 대가를, 효율은 인간적 여유의 대가를 치른다.



극단의 조직들이 보여주는 선택의 대가


회사의 철학은 결국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는가’의 문제다. 성과주의와 효율주의의 스펙트럼 끝에는, 한 가지 가치만 극단적으로 밀어붙이는 회사들이 있다.


※ 과거 조직문화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내용을 참고로 공유한다.


✅ 테슬라는 ‘강압적 속도주의’의 상징이다.

엘론 머스크의 리더십 아래에서 모든 결정은 속도를 중심으로 내려진다. 하루 단위로 리셋되고,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 이 구조는 혁신을 만든다.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연료로 태워 속도를 유지하는 시스템이기도 하다. 테슬라의 직원들은 늘 긴장 속에서 일하지만, 그 긴장감이 곧 성취의 도파민이 된다. 혁신의 언어는 잔혹하지만, 그 속도에 중독된 사람도 있다. 결국 그 속도는 창의의 불꽃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을 태우는 불꽃에 가깝다.


✅ 아마존은 ‘관리적 통제주의’의 대표다.

데이터와 프로세스로 모든 의사결정을 관리하며, 리더십 원칙이 성경처럼 작동한다. 일관성과 효율은 극대화되지만, 사람이 느끼는 자율성은 극도로 낮다. ‘일 잘하는 로봇’이 가장 인정받는 구조다. 그럼에도 이 구조 안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세계 어디서든 통할 실무 감각과 경영 언어를 배운다. 냉정한 시스템이 인간을 단련시키는 아이러니다.


✅ 쿠팡은 ‘국내형 관리주의’의 정교한 변형이다.

테슬라의 속도와 아마존의 구조를 한국 현실에 맞게 조합했다. 정확히 말하면 “통제 가능한 효율성”을 목표로 한다. 철저한 관리와 표준화로 품질을 유지하지만, 자율과 창의의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한다. 내부의 효율적 통제가 외부의 안정적 서비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 엔비디아는 ‘기술 몰입의 절대주의’를 상징한다.

속도보다 정확성을, 효율보다 깊이를 중시하며 완벽함을 향한 집중이 곧 경쟁력이 된다. 하지만 그 완벽함은 동시에 구성원에게 높은 몰입과 긴장감을 요구한다. 기술적 깊이는 혁신의 원동력이 되지만, 그만큼 개인의 여유와 균형은 제한된다. 테슬라가 속도의 조직이라면, 엔비디아는 깊이의 조직이다. 전자가 빠름으로 돌파한다면, 후자는 정교함으로 완성한다.


✅ 오픈AI는 또 다른 극단, ‘사명 기반 실험주의’의 조직이다.

효율보다 철학을, 안정보다 존재 이유를 우선하며 모든 결정은 ‘세상이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하지만 이런 구조는 리더의 신념과 조직의 가치가 일치할 때만 유지된다. 사명이 흔들리는 순간, 구성원은 그 철학에 배신당했다고 느끼며 이탈한다. 실제로 CEO 해임 사태 당시 대규모 사퇴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 사명은 강력한 결속이지만, 동시에 가장 쉽게 흔들리는 신념이다.


결국 명확한 철학은 언제나 명확한 대가를 요구한다. 성과는 성장의 대가를, 효율은 인간적 여유의 대가를, 속도는 지속가능성의 대가를, 통제는 창의의 대가를, 그리고 몰입은 인간의 균형을 잃는 대가를 치른다.



좋은 회사를 다시 정의하는 일


우리가 좋은 회사를 말할 때의 오류는 ‘나에게 없는 것’만을 기준으로 회사를 평가한다는 점이다. 이미 갖고 있는 장점은 금세 익숙해지고, 갖지 못한 조건만 이상화된다. 토스의 구성원은 빠른 성장과 명확한 의사결정을 경험하면서도 ‘조직문화가 따뜻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만을 갖는다. 반대로 구글의 구성원은 자율과 복지를 누리지만, ‘속도가 느리고 성장의 자극이 약하다’는 이유로 답답함을 느낀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더 크게 해석하고, 이미 가진 것은 쉽게 당연시한다.


산업화 시대의 좋은 회사는 오래 다닐 수 있는 곳이었다. 디지털 시대의 좋은 회사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곳이었고, 이제 AI 시대의 좋은 회사는 불확실성을 견딜 수 있게 만들어주는 곳이 되었다. 좋은 회사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낡은 가치관 속에 갇히게 된다. 이제 한 회사에서 10년을 버티는 시대는 끝났다. 사람들은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고, AI가 성과를 계산한다. 과거에는 회사가 사람을 관리했지만, 이제는 사람이 회사를 관리하는 시대다.


이제는 “어디가 좋은가”보다 “어디에서 나다운 성과를 낼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질문이다. 회사가 나를 증명해주는 시대는 끝났고, 내가 회사를 해석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좋은 회사란, 나를 대신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라 나를 버티게 하고, 또 해석하게 만드는 구조다. 그래서 진짜 ‘좋은 회사’는 복지가 아니라 경험의 설계다. 한 조직에서의 경험이 나를 확장시키는가, 아니면 소모시키는가. 이 질문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된다.


지금의 조직은 ‘안정’이 아니라 ‘적응’을 요구한다. 저성장과 자동화, 대체 가능한 노동이 늘어나는 시대에는 회사의 크기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리스크의 범위’가 더 중요하다. ‘좋은 회사’를 찾기보다, ‘내가 흔들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구조’를 선택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회사를 고르는 일은 안정된 곳을 찾는 일이 아니라, 불안정한 세상 속에서 내 불안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조직을 바꾸려 하기보다, 변화의 흐름을 내 일의 리듬 속에 녹여낼 수 있는가가 진짜 경쟁력이다. 결국 좋은 회사를 찾는 일은 환상이고,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아내는 일이 현실이다.




유토피아는 없다, 다만 각자의 리스크가 있다


“토스 vs 구글” 혹은 “어떤 회사가 좋은가”라는 질문은 결국 ‘내가 무엇을 감당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성과주의는 나를 빠르게 성장시키지만 동시에 나를 소모시킨다. 효율주의는 시스템 안의 안정감을 주지만, 나의 개성을 제한한다. 통제주의는 결과를 보장하지만, 선택의 자유를 빼앗는다. 속도주의는 혁신을 불러오지만, 인간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한다. 이 중 어느 것도 절대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가 중요하다.


좋은 회사는 구조가 아니라 해석의 문제다. 같은 환경에서도 어떤 사람은 배운다고 느끼고, 어떤 사람은 착취당했다고 느낀다. 결국 일의 의미는 제도가 아니라,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태도에서 만들어진다. 안정보다 감내력이, 직함보다 적응력이 더 큰 자산이 된다. 일의 본질은 회사가 주는 조건이 아니라, 그 조건을 내가 어떻게 다루느냐에 달려 있다.


커리어는 회사를 고르는 일이 아니라, 현실을 읽고 버티는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다. 어떤 조직에 있든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배우고 있는가”를 묻는 사람과 “이 회사가 나를 어떻게 대우하는가”만 따지는 사람의 결과는 전혀 다르다. 전자는 스스로를 성장시키고, 후자는 환경의 피해자가 된다. 좋은 회사를 찾기보다, 지금의 회사를 더 깊이 이해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결국 더 멀리 간다.


완벽한 회사는 없다. 다만 지금의 나를 가장 명확하게 비춰주는 회사만 있을 뿐이다. 어떤 환경이든 결국 그곳은 나의 성향과 한계를 드러내는 거울이다. 그 거울 앞에서 불만만 말하는 사람도 있고, 스스로를 단련하는 사람도 있다. 조직은 나를 시험하고, 현실은 나의 해석력을 점검한다. 그 안에서 내가 얼마나 단단해질 수 있는가, 그것이 커리어의 체력이다. 단단하다는 건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흔들려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커리어의 지속력은 완벽한 회사를 만나는 데서 오지 않는다. 불완전한 현실을 견디며 나를 더 깊이 이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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