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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d]데이터 기반 HR을 이야기할 때 간과하는 것들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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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데이터와 전략을 중시하는 대표님들이 이렇게 말한다. “이제는 우리도 데이터 기반 HR을 해야 하지 않겠어요?” 듣기만 해도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말처럼 들린다. 이제 HR Analytics는 ‘현대적 경영의 언어’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 회사는 지금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있을까? 우리가 보고 싶은 지표는 무엇일까? 그리고 그 데이터를 통해 어떤 결정을 더 명확히 하고 싶은 걸까?”


막상 이런 질문을 던지면 잠시 정적이 흐를 때가 있다. 많은 조직이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기보다 ‘가져야 한다’고 느낀다. ‘데이터 기반 HR’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면서, 때로는 데이터를 쌓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착시가 생긴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데이터 기반 HR을 하고 싶다는 말에는 ‘내 판단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이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섞여 있을 때도 있다. 결론이 이미 정해져 있고, 데이터는 그것을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가 되는 경우다. HR의 영역에서도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보고서를 위한 수치, 설득을 위한 그래프, 정답처럼 보이는 지표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진짜 이해’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건 비난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합리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는 있다. 다만 HR Analytics의 출발점은 ‘근거를 꾸미는 기술’이 아니라, 조직의 실제를 더 명확히 보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데이터는 판단을 대신해주는 마법이 아니라, 우리가 놓치고 있던 현실을 조금 더 명료하게 비춰주는 거울일 뿐이다.




우리가 실제로 모을 수 있는 데이터는 무엇일까

현실적으로 HR은 데이터를 다뤄야 한다. 조직 운영의 효율을 높이려면 수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렇게 질문을 바꿔볼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어떤 HR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채용 프로세스만 봐도 다음과 같은 데이터가 있다.

채용 단계별 데이터: 지원자 수, 전형별 통과율, 리드타임, 오퍼 수락률

채널별 유입: 채용공고 사이트, 추천, 커뮤니티, 광고 등 유입 경로별 성과

면접 데이터: 면접관별 점수 편차, 면접 피드백 키워드, 합격자/불합격자 공통 패턴

지원자 행동: 제출 이력서 대비 면접 응답률, 과제 제출율, 포기 단계

비용 효과: 광고비, 외주 수수료, 추천보상 등 대비 채용성과

리크루터 성과: 담당자별 리드타임, 합격률, 인터뷰 일정 소화율


이런 데이터로도 꽤 많은 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단순한 운영 지표에 그친다. 예를 들어 “리드타임이 짧을수록 합격률이 높다”거나 “특정 채널 출신의 근속률이 높다” 같은 분석은 가능하겠지만, 이는 효율 관리 차원의 결과일 뿐이다. HR Analytics라면 이런 수치가 조직의 어떤 문제를 보여주는지, 그리고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까지 연결되어야 한다. 많은 조직이 이 단계에서 ‘데이터 입력’에만 집중한다. 데이터를 쌓는 일이 목적이 되면, 데이터는 관리 절차로만 남는다. HR Analytics의 본질은 숫자를 쌓는 게 아니라 숫자가 의미하는 현실을 해석하는 것에 있다.


이건 AI 기술에서도 비슷하다. 최근 주목받는 피지컬 AI (Physical AI) 개념의 핵심은, 아무리 정교한 모델이라도 측정 가능한 데이터가 있어야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HR Analytics도 같다. 우리가 알고 싶은 항목이 실제로 측정 가능한가, 그리고 그렇다면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조직문화’, ‘몰입도’, ‘리더십 영향력’을 수치화하고 싶다고 해도, 기준이 불분명하다면 그 데이터는 의미가 없다. HR Analytics의 출발점은 감정을 억지로 수치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측정 가능한 행동 단위를 명확히 정의하는 일이다.



데이터의 원칙 – 수집이 아니라 해석의 구조를 설계하라

HR Analytics가 효과를 가지려면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행동–패턴–결과의 연결 구조를 해석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가 단순히 수치를 쌓는 작업이 아니라 조직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개선하는 도구가 되려면 몇 가지 기본 원칙이 필요하다.


첫째, 질문이 데이터보다 먼저다. Analytics의 출발점은 “무슨 데이터를 볼까?”가 아니라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는가?”다. 채용 속도가 느린지, 성과자 유지율이 낮은지, 몰입도가 하락했는지에 따라 필요한 데이터는 달라진다. 문제를 정의하지 않으면 데이터는 방향을 잃는다.


둘째, 측정 단위를 행동 기반으로 설계해야 한다. 조직문화, 몰입도, 리더십 영향력 같은 추상적 개념은 감정이 아니라 행동으로 측정해야 한다. ‘조직문화’는 익명 제안 건수나 내부 커뮤니티 참여율, ‘리더십’은 1:1 미팅 주기나 목표 합의율 같은 행동 단위로 전환할 수 있다. 이렇게 행동 중심으로 정의해야 HR 데이터는 감정의 기록이 아니라 학습의 단위가 된다.


셋째, 데이터는 반복적으로 측정되고 비교되어야 한다. 한 번의 설문, 한 번의 조사는 흐름을 보여주지 못한다. Analytics의 진짜 힘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패턴을 읽는 것이다. 즉, 데이터를 쌓는 것보다 데이터를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넷째, 데이터는 현상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행동을 바꾸는 단서여야 한다. 단순히 “무엇이 일어났는가”를 보고 끝나는 게 아니라, “왜 일어났는가”와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로 이어져야 한다. HR Analytics의 목적은 조직의 학습 속도를 높이는 것이며, 데이터는 그 학습을 촉진하는 피드백 구조다.



데이터의 맥락 – 숫자가 말하지 못하는 이유를 읽어라

하지만 이런 원칙만으로 Analytics가 완성되지는 않는다. 데이터는 원리보다 맥락 속에서 해석될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수치는 현상을 보여주지만, 그 뒤의 이유를 읽어내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일이다.


예를 들어 구성원의 입사, 이동, 퇴사 주기를 살펴보면 조직 내 인적 흐름이 드러난다. 특정 팀의 평균 근속이 1년 미만이라면 리더십 구조나 업무 설계의 문제를 검토해야 할 수 있고, 반대로 3년 이상이면 안정적이지만 변화 대응력이 떨어질 위험도 있다. 이런 데이터는 단순히 숫자가 아니라 조직의 흐름을 보여주는 구조적 징후다.

조직문화나 만족도 조사 결과를 성과 데이터와 함께 보면 의외의 패턴이 드러난다. 만족도가 높은데 성과가 낮은 팀은 관계 중심의 문화가 강할 수 있고, 만족도가 낮지만 성과가 높은 팀은 압박 중심의 문화일 가능성이 있다. 이런 비교 분석은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리더십 작동 방식과 동기구조를 점검하는 단서가 된다.

성과관리에서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평가 등급, 보상, 승진률, 퇴사율을 함께 보면 제도가 구성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제로 동기를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상위 20% 평가자의 이직률이 유독 높다면, 그건 단순히 보상의 문제가 아니라 성과자 유지 구조의 설계 문제일 수 있다.

채용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의 평가 결과와 입사 후 성과를 비교하면 면접 판단의 신뢰도를 검증할 수 있다. 면접관 A가 뽑은 인원은 평균 근속이 2년인데 면접관 B의 인원은 절반이 1년 내 퇴사한다면, 문제는 후보자가 아니라 평가 기준의 일관성에 있다.

또한 비용 데이터 역시 조직 운영의 숨은 구조를 보여준다. 인당 교육비, 복지비, 채용비를 생산성과 연결하면 단순히 돈을 많이 쓰는 팀이 아니라 비용 대비 성과가 높은 팀을 찾아낼 수 있다. Analytics는 절감의 기술이 아니라 투자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술이다.


이건 HR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비즈니스 분석에서도 핵심은 ‘무엇이 일어났는가’보다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찾는 일이다. 과거 HR이 감각과 경험으로만 판단해왔다면, 지금은 데이터를 통해 그 판단의 정밀도와 설득력을 높이는 시대다. 다만 데이터가 사람의 판단을 대신해서는 안 된다. Analytics는 판단을 대체하는 도구가 아니라 판단을 더 정확하게 만드는 도구일 뿐이다.



데이터 해석의 한계와 착시

HR 데이터의 가장 큰 한계는 ‘기록 중심’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다루는 대부분의 데이터는 본질이 아니라 흔적이다. 예를 들어 메신저 메시지가 많다고 해서 협업이 활발하다고 보기 어렵다. 단순한 인간적 대화일 수도 있다. 회의 참석률이 높다고 협업이 잘된다고 보기도 힘들다. 회의가 많다는 건 오히려 보고 체계가 복잡하다는 뜻일 수도 있다. 데이터는 언제나 해석의 의도를 포함한다. ‘메시지가 많다 → 협업이 활발하다’는 해석은 ‘메시지가 많다 → 의사결정이 느리다’로도 바뀔 수 있다. 숫자는 일부의 진실만 보여준다. 예를 들어 어떤 팀이 ‘야근 시간이 줄었다’는 데이터를 근거로 효율이 좋아졌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프로젝트의 속도가 느려졌거나 우선순위가 불분명해졌을 수도 있다. ‘회의 시간이 줄었다’는 지표 역시 생산성 향상의 신호로 보이지만, 회의가 줄면서 팀 간 소통이 끊어진 결과일 수도 있다. 데이터는 현상만을 보여줄 뿐, 그 이면의 원인은 설명하지 않는다.


이런 착시는 HR 영역에서 자주 발생한다. 예를 들어 구성원 만족도가 높다는 결과만 보고 “우리 조직문화는 건강하다”고 판단하지만, 세부 항목을 보면 ‘동료 관계는 좋지만 경영진에 대한 신뢰는 낮다’거나 ‘현재 환경에는 만족하지만 성장 기회는 부족하다’는 항목이 함께 존재할 수 있다. 즉, 지표의 표면은 좋지만 구조적 리스크는 내재되어 있는 경우다. 반대로 만족도가 낮다고 해서 무조건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변화를 추진하는 시기에는 불만이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그게 개선의 전조일 수도 있다.


HR Analytics의 어려움은 바로 이런 ‘맥락의 누락’에서 생긴다. 데이터를 보는 시점, 질문의 방향, 측정 방식에 따라 같은 수치도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든다. 한 예로, 이직률이 낮다는 지표는 안정적인 조직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반대로 ‘조직 내 이동이 거의 없는 정체 상태’로도 볼 수 있다. 숫자는 단단해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엔 수많은 해석의 여지가 숨어 있다. 그래서 HR Analytics의 기본 전제는 인간의 비합리성, 비논리성, 예측 불가능성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감안하지 않으면 데이터는 오히려 판단을 왜곡한다. 모든 지표가 좋아도 생산성이 낮을 수 있고, 불만이 많은 팀이 오히려 성과를 낼 수도 있다. 한쪽 방향으로만 해석된 데이터는 조직을 오도할 위험이 있다.



데이터의 시차와 현장의 감각

현장에서는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난다. ‘퇴사율이 낮다’는 이유로 안심했는데, 알고 보니 구성원들이 퇴사 대신 ‘조용한 이직’을 선택하고 있는 경우다. 즉, 마음이 먼저 떠난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단순한 퇴사율 지표만 보면 조직은 안정적이라 판단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몰입도가 급격히 떨어진 상태일 수 있다. 반대로, ‘퇴사율이 높다’는 지표를 문제로만 볼 게 아니라, 조직이 변화 중이거나 리더십 구조가 재편되는 과정일 수도 있다. 숫자 자체가 아니라 그 숫자가 만들어진 상황적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은 데이터의 시차다. HR 데이터는 결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평가 제도를 바꿨다면 최소 6개월~1년 후에야 그 영향이 수치로 드러난다. 그런데 많은 조직은 이 시차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 지표에만 반응한다. 그래서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제도를 다시 바꾸는 경우가 생긴다. 데이터는 즉각적인 답을 주지 않는다. HR Analytics는 인내의 작업이다. 데이터를 꾸준히 쌓고, 일정 주기마다 비교하며,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읽어야 한다.


때로는 정교한 데이터보다 현장의 관찰이 더 정확할 때도 있다. 수치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점심시간의 대화 분위기나 1:1 미팅에서의 반응 같은 것들이 조직의 상태를 더 솔직하게 보여준다. HR Analytics는 이런 정량과 정성의 균형 위에서 작동해야 한다. 하나의 숫자가 아니라, 여러 관점에서 교차로 확인한 흐름이 진짜 인사이트를 만든다. 결국 HR 데이터의 목적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데이터를 통해 “무엇이 옳은가”보다 “무엇을 더 살펴봐야 하는가”를 묻는 순간, Analytics는 비로소 조직을 이해하는 언어가 된다.




HR Analytics의 출발점은 데이터가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다

HR Analytics의 출발점은 데이터가 아니라 현장의 이해다. 숫자는 HR의 언어를 풍부하게 만들어주지만,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를 대신 설명하지는 못한다. 조직은 숫자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 관계, 타이밍, 일의 흐름이 함께 작동한다. 모든 지표가 좋았던 팀이 갑자기 무너지는 이유도, 반대로 성과가 낮던 팀이 급격히 성장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서 나온다. HR Analytics의 핵심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해석할 수 있는 현장의 감각과 판단력을 키우는 일이다. 데이터를 믿기 전에 사람을 이해하고, 숫자를 보기 전에 일을 관찰해야 한다.


HR Analytics는 사람을 데이터로 단순화하지 않기 위한 기술이다. 가끔은 시스템보다 직접 관찰이 더 정확하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HR Analytics의 시작은 엑셀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데이터는 방향을 제시하지만, 결정을 내리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HR이 데이터를 다루는 이유는 사람의 판단을 대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판단을 더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데이터가 쌓이는 조직은 많지만, 그 데이터를 사람의 언어로 해석할 수 있는 조직은 드물다. 숫자를 이해하는 역량보다 중요한 건, 그 숫자가 만들어지는 맥락을 관찰할 수 있는 감각이다. HR Analytics는 시스템이 아니라 훈련이다. 수치와 현상을 꾸준히 연결해보는 반복적 훈련을 통해, 조직의 진짜 움직임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그래서 좋은 HR Analytics는 화려한 대시보드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깊이를 키우는 구조로 이어져야 한다. 데이터를 근거로 더 단단하게 말하고, 그 근거를 통해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하는 것. 그때 비로소 HR Analytics는 숫자의 기술이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기 위한 언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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