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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Apr 21. 2023

HR을 아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꽤 다릅니다.

명분/당위성 중요하지만 실제 구현해내야해요 !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먼저 이 글을 쓰기에 앞서서 HR을 아는 분들을 절대 비난하는 글이 아님을 서두에 쓴다. 반대로 이 글은 HR을 하는 분들에 대한 공감과 응원의 글에 가까우며 아는 영역과 하는 영역 각각의 입장이 다르기에 좀 더 너그럽게 이해하면 좋겠다는 취지다.


먼저 HR을 아는 것과 하는 것의 차이가 뭔지부터 얘기해볼까 싶다.


HR을 아는 것은 직접 HR 업무를 하거나 해본 것이 아닌 HR은 이래야지와 같은 생각/철학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HR업무는 보통 조직장 (매니저/리드)들이 하는 구성원들 people management가 아닌 진짜 HR실무 업무를 말하는 것이다. 계약서 작성부터 급여지급을 위해 행정업무를 하고 평가를 하더라도 전체 구성원 보이스에 다 하나하나 대응하고, 연봉 인상률 수치 하나하나를 조정해서 회사 재무 계획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고 노무상황이 되었을 때 실제 부정적 감정을 대응하고 단호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그런 등등. 


물론 때로는 고객 혹은 구성원으로서 경험은 해봤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하진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아는 것과 하는 것은 다를 수 있다 생각한다.


구글/아마존/넷플릭스 등의 글로벌 IT회사들의 조직문화/HR을 동경하는 분들이 많다. 책/강연 등 간접적 경험을 했거나 혹은 구성원으로서 경험한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 회사들이 꼭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HR은 앞의 명분과 뒤의 목적이 다른 경우도 있다.

예로 들면 재택근무를 운영한다 해도 직원들을 위해서 진행하는 복지차원이지만 회사입장에선 (부동산 등의) 고정비절감 혹은 명확한 성과 압박을 위한 명분 등 다양한 목적들이 있지만 대부분 앞의 명분만 공유한다. 

절대 회사란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최소한의 밸런스장치 전제 없이 직원들을 위하기만 하고 나누어주기만 하는 제도/정책은 없다. 만약 그렇다면 대신 직원들에게 극단적 성과주의를 강요할 가능성이 크다. 회사의 (운영/재무/비즈니스 등) 지속가능성이 고려되지 않는 제도/정책은 도박과 같다. 그것은 사실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해서도 안된다.


아래 글에서도 밝힌 것처럼 좋은 이야기는 분명 그것 자체의 의미로만 1차적으로 받아들여야지 그것을 솔루션으로 바로 인식/도입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경영원론의 이론/모델과 실제 비즈니스 의사결정은 매우 다른 것과 유사하다. 

https://brunch.co.kr/@shineastkim/19






HR에는 명분/당위성의 영역이 존재한다. 


숫자가 맞다 안 맞다 (물론 실제는 이보다 더 복잡하고 의사결정이 필요한 영역도 있긴 하지만 일단은 예시적으로)의 재무영역과 비교해 HR은 대부분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닌 수많은 옵션들 중 선택을 하는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옵션을 선택한 것을 설득/수용시키기 위해 어떤 명분을 입힐지 고민하게 된다. 실제 그 명분이 고민의 시작점이자 목적/의도일 수도 있지만 그 또한 수용하는 이들의 입장/상황/특징 등을 고려해 조정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당장의 구성원들이 체감하고 몸으로 느껴질 좋은 점/나쁜 점 변화관점에서부터 먼저 접근을 해야 한다.


여담으로 선택의 이야기가 나와 대학교 학회 선배 중에 한 분이 술자리에서 나에게 했던 말을 난 아직도 가끔 떠올린다. 리더의 의무와 책임에 대한 내용이다. 리더의 의무는 수많은 옵션 중에 하나를 본인이 선택해야만 한다 (의사결정). 그리고 리더의 책임은 그렇게 선택한 옵션이 비록 옵션 중 최고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무조건 결과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HR을 하는 것과 아는 것의 제일 큰 차이는 그 명분/당위성에 얼마나 종속되냐에 가깝냐로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HR에서 명분은 분명 아주 중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전체 프로세스/업무 영역으로 따지면 10%가 안 될 수 있다. 결국 그 명분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실제로 조직에서 돌아가게 운영하며 내재화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그 제도/정책을 실제 조직에 적용해서 결국 기대했던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실제 그것을 운영하고 수정하고 맞춰가서 결국 직접 해내는 이들이 필요하다. 이들이 조직 내에서 HR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상상을 바탕으로 만든 가상의 시나리오이다)

글로벌 IT기업 A에서 젊은 시절 근무를 해본 C레벨 L 씨가 있다. 근무당시 본인은 그 문화가 너무 좋았고 구성원으로서 경험한 HR이 너무 선진적으로 생각되었기에 본인이 일하게 된 스타트업에서도 그것을 구현해야겠다 생각했다.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스타트업 실제 구성원들의 수준이나 성숙도 등 그런 부분은 고려되지 못하고 자신이 겪은 제도의 장점만 설명하며 어떻게든 적용시켰다. 문제는 항상 제도가 先이 되면 실제 운영/적용에 이슈가 발생하기에 전략/조직이 先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가장 최적의 적절한 HR 제도가 나오는 것인데...

운영적 이슈는 차지하더라도 이제 그 정도 되는 C레벨이라면 당연히 조직관리도 잘할 거라 대표는 생각했다. 그런데 해당 조직에는 동료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끼치고 성과도 좋지 않은 B가 있다. 대표는 L 씨에게 B를 개선시키거나 혹은 힘들다 판단하면 권고사직을 해도 된다고 한다. 

L 씨는 정작 자신이 하고 싶었던 HR은 멋지고 선진적이고 제도기획적이기만 한 그런 영역이었고 노무처럼 힘들고 고통스럽고 부정적인 영역은 아니었기에 그 이슈는 회피하게 된다. 정작 그 부분은 자기가 할 영역이 아니고 HR조직에서 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넘긴다. 




여기까지만 쓰면 마치 HR을 아는 사람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나는 사실 너무 운영/현장에만 매몰되면 그 또한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변화에 대해 그건 이래서 안되고 저래선 안된다에 그치는 경우들이 나올 수 있다. HR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선 너무 업무적 시각에 매몰될 수 있기에 조금 다른 시각/관점에서 전체적인 HR을 조망할 필요도 있다. (나도 종종 나 자신을 회고하기 위해 다른 영역에서 간접적으로 HR을 경험한 분들의 책도 많이 사서 봤고 H팀원들에게도 선물해주었다.) 숲도 보고 나무도 보고 왔다 갔다 해야지 사실 정확한 본질을 알 수 있고 내가 진짜 그 영역을 소화해서 체득할 수 있다. 왔다 갔다 시야와 밸런스 감각은 필수적이다. 


HR을 아는 분들은 실제로 그것이 조직에서 구현되기엔 너무도 많은 또 다른 과정들과 고민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본인의 밸런스를 잘 지킬 수 있고 더 존중받을 수 있다. 그 선이 왜 필요하냐고 굳이 묻는다면 다른 말로 그 선을 넘게 되면 본인의 아이디어가 단순히 아이디어로 그치지 않고 운영에 따른 책임까지 상당 부분 본인이 가져갈 수 있다. 그것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생각보다 직원들의 원망과 부정적 감정을 받아내고 그것을 대응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잘하기도 어렵다. 


난 갠적으로 요즘 HR관련 아티클/강의가 너무 많다 보니 내가 만약 HR 주니어나 어떻게 회사를 경영할까 고민하는 대표님들이라면 너무 혼란스럽겠다 싶기도 하다. 왜냐하면 좋은 이론/생각/철학은 많지만 그것을 실제 구현/적용하는 것은 너무도 다르기 때문이다.

너무 좋은 글들이 많아서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은데 어느 걸 선택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리고 내가 혼자 읽고 끝나는 게 아니고 조직에 구현해야 하는데 그것을 해줄 방법은 모르겠고 내부 인력도 없거나 안 맞고.... 눈높이만 글로벌 최상위로만 맞춰지면 안 되는데....

우리 조직은 당장 리스크를 최소화해서 누군가를 내보내야 하는데... 노무가이드가 필요한 게 아니고 실제 면담을 하고 그 속에서 감정 소화 + 협상을 해야 하는데..."


요즘 HR에 대한 관심이 다른 어느 때보다 높다고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명확하게 HR을 한다가 어떤 건지에 대해서는 개념을 가지고 있어야 진짜 조직 내에서 필요한 사람, 필요한 영역 그리고 해당 조직에 적합한 제도/정책을 좀 더 현명하게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고 마무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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