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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d] HR 이슈의 일반화와 솔루션의 커스터마이즈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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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대표님이나 지인들에게서 HR 관련 상담을 받다 보면, 하나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다들 외롭고 고독하다는 것이다.


이 고독은 단순히 일이 많아서 생기는 게 아니다. 문제의 본질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너무 특수하고 유니크하다고 느껴지는 데 있다. 책, 유튜브, 뉴스, 각종 모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다른 회사는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이미지다. HR은 세련되게 브랜딩되어 있고, 조직에는 큰 이슈가 없어 보인다. 이런 환경 속에서 우리 회사만 유독 문제가 많아 보이고, 그게 내 역량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 회사 사람들만 유난히 까다로운 건지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내 경험상, 그건 전혀 특별한 상황이 아니다. 정도와 형태의 차이는 있어도, 그 고민은 모든 회사에 공통적으로 존재한다. 회사가 성장하거나, 조직이 커지거나, 새로운 변화를 겪으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다만 문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접근 방식을 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나는 이런 조언을 한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선배, 자문, 투자사, 컨설턴트를 찾아라.” 해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 나만의 고민이 아니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서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불필요한 죄책감과 압박은 줄고, 문제 해결에도 훨씬 차분하게 접근할 수 있다. 위안을 얻는 것과 해법을 찾는 것은 다르지만, 그 출발점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에서 시작된다.


조언은 듣되, 그대로 따라 하진 마라

상담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들은 조언을 그대로 적용하는 건 위험하다. 똑같은 이슈라 하더라도, 심지어 같은 산업·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회사라 하더라도, 해법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대표의 성향, 구성원의 특성, 조직 문화, 기존 HR의 방향성, 심지어 회사가 처한 성장 단계까지 모든 변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HR 솔루션은 100% 맞춤형(Customized)일 수밖에 없다. 남이 쓴 정답지를 베끼는 순간, 우리 회사의 문법과 맞지 않는 문장이 되어버린다. 그 차이는 처음엔 미묘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조직 내부에 부작용을 만든다. 그래서 나는 항상 “조언은 참고자료일 뿐, 매뉴얼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좋은 조언은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방향을 가는 길은 각자의 상황에 맞춰 새로 설계해야 한다. HR의 특성상, 같은 방법을 적용해도 한쪽에선 조직을 살리고, 다른 쪽에선 조직을 흔드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사례 ① “성과급 불만”의 두 얼굴

A사와 B사 모두, 연말 성과급 산정 이후 구성원 불만이 폭발했다. 이슈는 같지만, 조직 문화와 가치관이 달라서 해법은 정반대였다.

A사: 스타트업, 대표는 과감한 보상 철학. 구성원들은 성과에 따라 보상이 크게 차이 나는 걸 당연시. → 해법: 산정 기준을 더 명확히 공개하고, 개별 피드백 세션을 강화. ‘성과=보상’이라는 문화를 더욱 강화.

B사: 중견기업, 대표는 안정 중시. 구성원은 ‘동료와의 격차’를 불편해함. → 해법: 차등 폭을 줄이고, 비금전적 보상(교육·휴가·승진)과 병행. ‘팀 성과’ 중심의 보상 구조로 조정.

사례 ② “조직 재편”의 온도차

C사와 D사는 모두, 시장 변화로 인해 조직 재편이 필요했다. 같은 ‘조직 개편’이지만, 한쪽은 속도와 과감함이, 다른 한쪽은 안정과 예측 가능성이 핵심이었다.

C사: 빠른 의사결정 문화, ‘실험과 실패’를 허용. → 해법: 전격적인 팀 통합과 리더 교체. 불확실성을 감수하고라도 빠르게 새로운 구조로 전환.

D사: 안정적 운영과 ‘예측 가능한 변화’를 중시. → 해법: 3개월 사전 공지, 구성원 의견 수렴, 점진적 전환. 변화 속도보다 안정성을 우선.


이론보다 중요한 건 ‘가능성의 지도’

내가 내부를 경험하지 못한 회사에 대해서는, ‘정답’ 하나를 제시하는 대신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사람과 조직은 이론서처럼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 가장 타당해 보이는 솔루션이, 실제로는 조직을 더 불안하게 만들기도 한다. 반대로, 겉으로는 말도 안 돼 보이는 방법이 의외로 핵심 문제를 푸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HR 현장은 종종 합리성과 비합리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공간이다.


그래서 HR 담당자가 가져야 할 건, ‘정답’이 아니라 ‘가능성의 지도’다. 이 지도는 다양한 길을 그리고, 각 길이 어떤 리스크와 기회를 안고 있는지까지 보여준다. 그리고 이 지도 위에서 회사가 선택할 길을, 상황에 맞게 조합하고 변형하는 것이 HR의 역할이다.


경영은 시뮬레이션 게임이 아니다

모든 회사와 조직은 고민과 이슈를 안고 살아간다. 차이는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회사가 생존하고 성장하는 이유는, 마법 같은 정답을 찾아서가 아니라, 각자의 현실에 맞는 해법을 계속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간혹 경영을 ‘빨리 끝낼 수 있는 게임’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정답 공식을 한 번 외우면,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하지만 경영은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안전하게 리셋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경영에서의 실험은, 결과가 곧 사람의 커리어와 생계, 회사의 생존에 직결된다. 그렇기에 해법을 찾는 과정은 언제나 복잡하고, 때로는 느리며, 대부분의 경우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감당하며 길을 만들어가는 것이 경영자의 역할이고, HR은 그 여정을 옆에서 설계하고 동행하는 파트너다.


위안과 해결은 다르다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나는 지금 위안을 받고 싶은가,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가?”


위안은 필요하다. 혼자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며 소진되는 사람에게, “그건 누구나 겪는 일”이라는 말은 숨통을 트이게 한다. 하지만 위안은 문제를 ‘멈춰놓는’ 역할까지만 한다. 그 이후 문제를 ‘움직이게’ 하는 건 전혀 다른 영역이다.


실제 해결은, 듣기 좋은 말 뒤에 있는 불편한 질문과 마주할 때 시작된다.

우리 회사의 진짜 문제는 무엇인가?

그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바꾼 이후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무엇인가?


위안을 주는 말이 심리적 회복을 돕는다면, 해결은 구조적 변화를 요구한다.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우리는 계속 좋은 말 속에 머물다가 결국 같은 문제를 반복해서 맞이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상담 자리에서도, “이 대화가 위안을 주는 시간인지, 문제 해결의 첫걸음인지”를 분명히 하는 편이다.


‘일반화된 고민’은 있어도 ‘일반화된 해법’은 없다

나는 HR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해왔다. 문제의 종류는 놀라울 만큼 비슷하지만, 그 해결 과정은 회사마다, 심지어 시기마다 전혀 달라진다. 그래서 HR의 역할은 문제를 진단하는 언어를 공유하는 것과, 그 언어를 바탕으로 각 회사의 맥락에 맞는 맞춤형 해법을 찾는 것이다.


혼자만의 문제라고 느껴지는 순간, 그 무게는 더 커진다. 하지만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갖는 순간, 문제의 절반은 이미 풀린다. 나머지 절반은, 우리 조직의 DNA와 맥락에 맞는 해법을 찾아가며 채워야 한다.


HR의 세계에는 완성형 솔루션이 없다. 대신, 매번 새로운 환경에 맞춰 해법을 재구성하는 끝없는 커스터마이징의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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