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 네임밸류 없는 작은 회사의 채용 생존기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특정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도, 정답을 말하는 것도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다. (문의 : AI 클론 채팅, 자문/컨설팅 문의 )


우리 회사 현실부터 직시하자

일단 상황 설명부터 하자면 이렇다. 초기 창업팀 세팅이 끝나고 이제 막 10명 조금 넘어가는 규모의 뷰티 커머스 회사다. 네임밸류는 없다. 이력서에 쓰면 어디냐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업종은 뷰티 커머스. 그것도 레드오션 한복판에서 살아남으려고 매일같이 발버둥 치는 중이다.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규모가 작다는 핑계로 피해갈 수 없는 포지션들이 있다. 어떤 포지션은 1조/2조 기업가치 회사와 똑같은 수준의 사람을 뽑아야만 한다. 뷰티 MD든, 퍼포먼스 마케터든, 브랜드 파트너십 담당자든. 그 사람이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는 핵심 포지션들 말이다. 뷰티 커머스는 개발자보다 이쪽 사람들이 훨씬 더 중요하다. 좋은 제품을 소싱하고, 트렌드를 읽고, 광고 효율을 뽑아내는 게 생존의 핵심이니까.


근데 문제는 뷰티 커머스라는 업종 특성상 레드오션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돈이 되니까 회사가 계속 생긴다는 것이다. 새로운 뷰티 브랜드, 또 다른 멀티샵, 카테고리 특화 커머스 등. 그만큼 인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정작 뷰티 업계 경력이 있고 검증된 인력의 공급은 한정적이다. 시장은 계속 커지는데 뷰티 MD 경력 5년 이상인 사람, 동남아 마케팅 경험이 있는 사람, 해외 뷰티 채널 파트너십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대로다.


요즘 구직난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맞다. 뉴스를 보면 청년 실업률이니 취업난이니 하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그건 전체 시장 얘기고, 우리가 필요한 뷰티 커머스 경력직 인재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판이다. 그쪽은 여전히 인력난이다. 그리고 구직난이라는 것도 사실 기준이 높아져서 생기는 것이지, 사람이 넘쳐나서 생기는 구직난이 아니다.


그러면 HR 담당자는 솔직히 말해서 막막하다. 회사는 무명이고, 후보자들에게 어필할 만한 포인트도 마땅치 않고, 그렇다고 돈이나 복지로 유혹하기엔 주머니 사정이 빡빡하다. 회사 비전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는 순간 상대방 눈빛이 흐려지는 것을 몇 번이나 경험했을 것이다. 비전으로 밥을 먹고 사느냐는 냉소적인 시선을 마주하는 게 일상이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뽑아야 할까. 여기서부터는 완전 실무 중심으로, 지금 이 순간 막막한 담당자들을 위한 얘기를 해보려 한다. 이상적인 이야기나 좋은 인재상에 대한 추상적인 담론은 일단 접어두자. 당장 내일 면접을 잡아야 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니니까. 물론 큰 회사 HR팀에서는 이미 이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초기 기업에서 혼자 채용을 전담하면서 막막한 담당자를 위한 조언이다. 그러니 뻔한 얘기를 한다고 하지 말고, 지금 당장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가이드라고 생각하자.




① 냉정하게, 진짜 냉정하게 우리 회사 분석하기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자기 합리화나 정신승리 말고, 진짜로 냉정하게 우리 회사를 분석하는 거다. 이게 생각보다 어렵다. 매일 출근해서 일하다 보면 우리 회사가 잘하는 것만 보이고, 안 좋은 건 "아직 초기라서 그래" 하면서 합리화하게 된다. 근데 후보자들은 그렇게 안 본다. 특히 탑티어 뷰티 커머스에서 일해본 MD들은 냉혹하게 비교하고 계산한다.


시장에서 우리 위치가 어디쯤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네임밸류는 어느 정도인지, 탑티어 뷰티 커머스 회사들과 우리 사이 거리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업계 1위 회사랑 우리랑 월 거래액 차이가 몇 배인지, 입점 브랜드 수는 어느 정도인지, 투자 유치는 어디까지 받았는지, 마케팅 예산은 월 얼마나 쓰는지. 이런 걸 솔직하게 체크해야 한다. 거울 보듯이 우리 얼굴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거다.


그 다음이 진짜 중요한데, 우리 회사의 특징들을 쫙 나열해보는 거다. 좋은 거, 나쁜 거, 솔직히 좀 후진 거까지 다 적어라. 이거 혼자 하지 말고 팀원들이나 대표랑 같이 해도 좋다. 브레인스토밍처럼 막 던져보는 거다. 사무실이 좁다, 복지가 별로다, 시니어 MD가 없다, 브랜드 협상력이 약하다, 마케팅 예산이 작다, 대표가 젊다, 의사결정이 빠르다, 실험적인 시도를 많이 한다, 신생 브랜드 발굴에 강하다... 뭐든 좋다. 일단 다 적어라.

여기서부터가 진짜 게임의 시작이다. 정확히 말하면 마케팅의 영역, 더 정확히는 영업의 기술이 들어간다. 좋든 나쁘든 한끝 차이로 표현과 포장을 바꿔서 차별점으로 만드는 거다. 거짓말을 하라는 게 아니다. 같은 사실을 다르게 프레이밍하는 거다.


예를 들어볼까?

시니어 MD 없이 주니어 MD들만 득실득실하다면 이걸 그냥 "경험 부족"으로 포장하면 단점이다. 하지만 이렇게 바꿔볼 수 있다. "조직 전체가 20대 후반~30대 초반으로 구성되어 있어 최신 뷰티 트렌드에 민감하고, 틱톡이나 인스타 릴스 같은 신규 채널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팀. 수직적 위계나 꼰대 문화 없이 빠르게 의사결정하고 바로 실행하는 문화"로 표현하는 것이다. 같은 얘기인데 느낌이 완전 다르다.

대표가 어리고 뷰티 업계 경력이 짧다면 "기존 뷰티 유통의 관성과 낡은 방식을 거부하고, 완전히 새로운 접근으로 시장에 도전하는 리더십"으로 바꿀 수 있다.

브랜드 협상력이 약하다면 "대형 브랜드보다는 유망한 신생 브랜드 발굴에 집중. 다음 힌스, 다음 롬앤을 먼저 찾아내는 안목"으로 표현할 수 있다.

마케팅 예산이 작다면 "무작정 돈 쓰는 게 아니라 한 푼 한 푼 ROI 계산하면서 효율적으로 집행. 퍼포먼스 마케팅 실력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꿀 수 있다.


물론 이게 다 말장난처럼 들릴 수 있다. 근데 진짜로, 이게 통한다. 특히 특정 성향의 사람들한테는 확실히 먹힌다. 대기업이나 탑티어 뷰티 커머스의 체계와 안정성보다 자유와 성장 가능성을 우선시하는 사람들. 정해진 틀에서 스킨케어만, 메이크업만 담당하는 것보다 카테고리 전체를 혼자 책임지면서 배우고 싶은 MD들. 이런 사람들한테는 우리의 '단점'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한다.


단점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도 중요하다. 솔직히 말하되, 지금은 이렇지만 곧 개선될 영역으로 프레이밍하면 된다. 예를 들어 현재는 마케팅 예산이 월 500만 원 수준이지만, 다음 분기 시리즈 A 투자 유치 시 월 5천만 원 이상으로 확대 예정이라는 점과 예산이 늘어날 때 함께 성장할 동료를 찾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오히려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되고, 일종의 기대감을 준다. 초기 멤버로서의 역할,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중요한 건 진정성이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 입사하고 나서 설명과 다르다는 반응이 나오는 순간 끝이다. 그 사람도 떠나고, 뷰티 업계는 좁아서 소문도 금방 퍼지고, 결국 채용은 더 어려워진다.



② 게임이론 써먹기 - 빈틈을 노려라

이건 다른 채용 전문가들도 많이 하는 얘기지만, 진짜 효과적이다. 채용도 결국 게임이다. 제한된 자원(좋은 인재)을 두고 여러 플레이어(회사들)가 경쟁하는 게임. 그럼 게임 이론을 적용할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략적으로 빈틈을 공략하는 거다. 정면 승부는 피하고 측면을 공략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시니어급 A급 MD나 마케터는 어떻게 되냐? 당연히 탑티어 회사들이 다 가져간다. 연봉도 더 주고, 브랜드도 있고, 브랜드 협상력도 세고, 마케팅 예산도 크고, 안정성도 있다. A급 뷰티 MD 입장에서는 당연히 거기로 가는 게 합리적이다.


그럼 우리는? 거기서 상처받은 B급을 노린다. 이게 핵심이다. 탑티어 회사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떨어진 MD. 실력은 있는데 뭔가 핏이 안 맞아서, 또는 그날 컨디션이 안 좋아서, 또는 경쟁자가 너무 쎄서 떨어진 사람. 퍼포먼스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은 자존심도 상하고 자신감도 떨어진 상태다. 이때가 기회다.


대신 조건이 있다. B급을 후하게, 진심으로 대해줘야 한다. 비록 A급 회사에선 떨어졌을지 몰라도 우리한테는 너무 소중한 인재이며, 우리 회사에서는 A급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달해야 한다. 연봉을 조금이라도 더 주고, 직급도 올려주고, 재량권도 더 주는 것이다. 탑티어에서는 시니어 MD 밑에서 일했을 사람을 우리는 MD 리드로 모시는 것이다. 이게 상처받은 B급을 모시는 법이다.


세컨드 티어 뷰티 커머스 회사들의 전략도 고려해봐야 한다. 우리보다 조금 나은 회사들도 똑같이 A급을 노린다. 당연히 그들도 A급을 못 구하면 결국 B급으로 타협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전에 미리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타이밍 게임이다. 면접 한 번 보고 일주일 고민하게 하지 말고, 면접 보고 3일 안에 오퍼를 내는 것이다.


혹시 탑티어 회사 HR 담당자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 최종 면접까지 갔다가 아쉽게 떨어진 MD나 마케터 중에 괜찮은 분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게 부끄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부끄러워할 때가 아니다. 뷰티 업계 HR끼리는 의외로 네트워크가 있고, 서로 도와주는 문화도 있다.


가능하면 빠르게, 민첩하게 접근하는 게 관건이다. 좋은 B급 인재는 생각보다 빨리 다른 곳으로 간다. 탑티어 하나 떨어졌다고 계속 실업자로 남아있을 사람들이 아니다. 세컨드 티어나 서드 티어 뷰티 커머스들이 금방 낚아챈다. 그 전에 우리가 먼저 접근해야 한다.



③ 제일 먼저 손쉬운 내부 추천부터

제일 먼저, 제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건 바로 내부 추천이다. 이게 진짜 숨겨진 보물 같은 채널이다. 내부 추천은 회사의 채용 리소스를 확 줄여주고, 아직 무명인 우리 회사를 굳이 회사 차원에서 설득할 필요도 없다. 이미 다니고 있는 직원이 추천한다는 건, 그 사람이 우리 회사 장단점을 다 알고 있다는 것이고, 그래도 추천한다는 건 최소한의 관심은 있다는 의미다. 우리 회사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성향이 맞을 것 같다는 식으로 솔직하게 얘기하고 추천하는 것이니까 신뢰도가 높다.


특히 뷰티 업계는 인맥이 중요한 업계다. MD들끼리, 마케터들끼리 다 아는 사이가 많다. 이전 회사 동료였거나, 같은 브랜드사 담당자로 만났거나, 업계 네트워킹 행사에서 알게 된 경우가 많다. 이런 인맥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 MD에게 주변에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MD 친구들이 있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생각보다 많다. 탑티어에서 일하는데 요즘 좀 지쳐서 작은 회사로 옮기고 싶어 하는 사람, 브랜드사에서 일하는데 커머스 쪽으로 넘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 승진에서 누락돼서 불만이 있는 사람. 이런 사람들이 꼭 있다.


내부 추천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검증이 어느 정도 됐다는 것이다. 우리 직원이 추천한다는 건, 그 사람의 일하는 스타일이나 성향을 어느 정도 안다는 의미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을 추천하지는 않는다. 그럼 우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확 줄어든다. 그리고 내부 추천으로 들어온 사람은 적응도 빠르다. 이미 회사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직원들이 내부 추천을 하는 진짜 이유는 단순히 인센티브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본인이 더 즐겁게, 더 생산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좋은 동료를 원하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일을 못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 얼마나 스트레스받고 비효율적인가. 혼자 고생하고, 그 사람의 실수를 뒤처리하고, 결국 성과도 나오지 않는다. 반대로 일을 잘하는 사람과 함께 일하면 서로 시너지가 나고, 배울 것도 많고, 성과도 잘 나오고, 회사도 성장한다. 직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당연히 후자를 원한다.


그래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부 추천을 하게 만들려면, HR 담당자나 대표가 이 관점을 가져야 한다. 팀에 좋은 사람이 한 명 더 들어오면 본인도 더 편해지고 성과도 잘 나올 것이며 업무 퀄리티가 올라갈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인센티브는 부차적인 보상일 뿐이고, 진짜 동기는 함께 일할 좋은 동료를 찾는 것이다. 이 관점으로 접근하면 직원들도 훨씬 더 적극적으로, 진심을 담아서 추천한다.


현재 직원들이 A급이 아니라서 내부 추천도 A급이 아닐까 걱정된다는 말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솔직히 배부른 소리다. 지금 우리 상황에서 A급을 따질 여유가 어디 있는가. 당장 회사를 돌리고 성장시킬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A급을 기다리다가는, 있는 직원들마저 다 떠난다. 지금은 B급이든 C급이든 일단 채우고 회사를 굴려야 한다. 회사가 성장하면 A급도 자연스럽게 온다.



④ 돈 쓰는 브랜딩과 돈 안 쓰는 브랜딩 구분하기

채용 브랜딩도 전략적으로 구분해서 접근해야 한다. 예산이 한정된 상황에서 무작정 돈부터 쓰면 안 된다.


돈 쓰는 브랜딩은 채용 플랫폼에서 돈을 주고 돌리는 광고들이다. 상단 노출, 프리미엄 공고, 스폰서 배너 같은 것들. 당연히 효과는 있다. 노출이 많이 되니까 지원자도 더 많이 들어온다. 하지만 예산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현실적인 것은 돈 안 쓰는 브랜딩이다. 링크드인, 인스타그램, 뷰티 업계 커뮤니티 등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것이다. 이게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링크드인에 회사 계정을 만들고, 일주일에 한두 번씩 회사에서 일하는 모습 같은 콘텐츠를 올리는 것이다. 꾸준히 하면 사람들이 알게 된다. 저 회사가 뷰티 커머스를 하는 곳이고 꽤 열심히 한다는 정도만 남아도 성공이다.


중요한 건 욕먹는 활동이 아니라 열정 있다고 보이는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뷰티 커뮤니티에 가서 노골적으로 홍보하면 욕을 먹는다. 그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가치 있는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회사가 이런 일을 한다는 식으로 브랜딩하는 것이다. 그리고 괜히 개인적으로 너무 뛰어난 활동을 하면 안 된다. 회사 이름은 사라지고 개인 이름만 남게 된다. 그건 개인 브랜딩이지 채용 브랜딩이 아니다.


채용 공고 문구도 중요하다. 뻔한 문구를 쓰지 말아야 한다. 열정적인 분을 찾는다는 식의 문구는 다들 쓴다. 차별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써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재 월 1억 거래액에서 연말까지 월 3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스킨케어 카테고리 담당 MD로서 신생 브랜드 발굴부터 매입 협상, 프로모션 기획까지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고, 예산은 작지만 재량권은 크다는 식으로 작성하는 것이다.



⑤ 아웃바운드 채용은 크게 추천하지 않는다

아웃바운드 채용, 즉 링크드인이나 리멤버 등에서 적극적으로 후보자를 찾아서 연락하는 방식이 있다. 이것은 초기 스타트업들이 많이 하는 방법인데, 초기 뷰티 커머스 회사에는 솔직히 비추천한다. 과거 토스와 같은 회사들이 아웃바운드 채용으로 성공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각 업계에서 튼튼한 거두 회사들이 많지 않았고, 업계가 작아도 아이템 하나, 기술력 하나로 승부할 수 있던 시기였다.


하지만 뷰티 커머스는 현재 자본의 논리가 너무 커진 시장이라 쉽지 않다. 탑티어 회사들이 이미 막강한 자본력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브랜드사들도 이런 대형 플레이어들과 먼저 거래하려고 한다. 그리고 뷰티 커머스에서 주로 채용하는 포지션들(MD, 마케터, 브랜드 파트너십, CS 등)은 필연적으로 이미 시장이 크고 예산이 많은 회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뷰티 MD는 더 많은 브랜드, 더 큰 거래액을 다뤄봐야 경력이 쌓인다. 퍼포먼스 마케터는 더 큰 예산으로 다양한 채널을 테스트해봐야 실력이 는다.


이런 상황에서 아웃바운드를 하면 어떻게 될까. 링크드인에서 탑티어에 다니는 MD를 찾아서 뷰티 커머스 스타트업인데 관심이 있는지 메시지를 보내면 대부분 무시당한다. 시간과 에너지만 낭비하고 멘탈만 갉아먹히게 된다.


만약 아웃바운드를 꼭 해야겠다면, 타겟을 잘 잡아야 한다. 탑티어에 다니는 시니어 MD에게 연락하지 말아야 한다. 대신 세컨드 티어, 서드 티어 뷰티 커머스에 다니는 사람들이나, 브랜드사에서 일하는데 커머스로 넘어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제일 중요한 건 회사를 성장시키는 것

지금까지 얘기한 모든 방법들은 사실 미봉책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진짜 해결책은 하나뿐이다. 대표와 비즈니스 팀은 무조건 회사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게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다. 회사가 성장하면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들이 온다. 월 거래액이 1억에서 5억으로, 5억에서 10억으로 늘어나면 사람들이 알아서 관심을 갖는다. 시리즈 A 투자를 받으면 뉴스에 나고,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지원자가 늘어난다.


앞에서 말한 모든 방법들 - 회사 분석, 게임 이론, 내부 추천, 채용 브랜딩 - 이것들은 모두 HR 담당자가 성장을 위해 열심히 소모하면서 대응하는 방법들이다. 성장하기 위한 단기 수혈이고, 일종의 몸빵이다. 이렇게라도 해서 당장 필요한 사람들을 데려와서, 그 사람들이 일해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그 성장이 다시 더 좋은 사람들을 데려오는 선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회사가 성장하지 않으면 아무리 HR 담당자가 열심히 해도 소용없다. 좋은 사람을 데려와도 회사가 성장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금방 떠난다. 그리고 그곳이 별로였다는 소문을 내고 간다. 그럼 다음 채용은 더 어려워진다. 악순환이다.


그래서 대표가 제일 중요하다. 대표가 비즈니스를 잘 만들어야 한다. 좋은 브랜드를 소싱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마케팅 효율을 올리고, 매출을 늘리고, 투자를 유치하는 것. 이것이 되면 채용도 자연스럽게 잘된다.


그리고 성장하기까지는 물론이고, 성장한 이후에도 영입된 사람들이 평생 다닐 것이라는 기대는 버려야 한다.이게 현실이다. 냉혹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도 자신의 몸값과 커리어를 높이려고 온 것이다. 우리도 회사를 성장시키려고 뽑는 것이고. 서로의 니즈가 만족하는 영역까지만 함께하다가 결국 이별하는 게 고용관계의 본질이다. 그게 배신도 아니고 잘못도 아니다. 그냥 비즈니스다. 우리 회사에서 2년 일하면서 MD로 성장하고, 그 경력을 가지고 더 큰 회사로 가는 것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아쉽지만, 그 사람 입장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그것을 붙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 대신 그 사람이 떠나도 회사가 돌아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떠나는 사람에게도 좋게 보내줘야 한다. 2년 동안 고생했고 새로운 곳에서도 잘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하면, 그 사람이 나중에 또 좋은 사람을 추천해줄 수도 있고, 업계에서 우리 회사를 좋게 얘기해줄 수도 있다. 괜히 배신감을 느끼고 붙잡으려다가 험악하게 헤어지면 그 사람이 업계에서 안 좋게 얘기하고, 채용은 더 어려워진다. 감상적으로 접근하면 지친다. 쿨하게, 현실적으로 가야 한다. 고용관계는 비즈니스 관계다. 서로 윈윈하는 기간 동안 함께하고, 그 기간이 끝나면 좋게 헤어지는 것이다. 그게 건강한 관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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