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 의사결정의 골든타임 : 맘편히 못 쉬는 이유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 상담 및 미팅 문의는 링크를 통해 확인 부탁드립니다. ( 신청 링크 )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스타트업들을 보면 재밌는 공통점이 있다. 직원들만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대표도 똑같이, 아니 더 워커홀릭이라는 거다. 그리고 이런 회사들은 결정이 정말 빠르다. 대기업처럼 일단 분석부터 2주 해보는 식이 아니다. 방향성 보이면 일단 해본다. 망하면 그때 가서 고치면 되니까.


내가 경험한 스타트업들도 이런 곳이 많았다. 어떤 곳은 오전에 아이디어 나온 게 오후에 이미 개발 착수했고, 또 어떤 곳은 경쟁사 움직임 보고 그날 저녁 바로 대응 전략 실행에 들어갔다. 이 속도감이 스타트업의 무기이기도 하니까.


근데 이런 회사에서 일하다 보면 묘한 습관이 생긴다. 자정 넘어서도 자연스럽게 슬랙이나 카톡을 확인하게 되고, 새벽에 잠깐 깨도 습관적으로 폰을 든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제일 먼저 하는 게 메일 확인이고. 비행기 타거나 해외 나가서 통신이 안 되면 이상하게 불안하다. 마치 중요한 전화를 놓친 것 같은 기분? 심지어 휴가 중에도 슬랙 알림 끄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주변에서는 좀 쉬라고 하는데, 정작 본인은 쉬고 싶어도 쉴 수가 없다. 그냥 휴대폰 중독, 일 중독이라고 치부하기엔 뭔가 다르다. 다른 조직 문화에서는 이렇게까지 안 그러니까. 칼퇴하는 회사 다니는 친구들 보면 퇴근 후엔 정말 일 생각 안 하고 사는데, 왜 나는 안 될까?




핵심은 바로 의사결정의 골든타임이다.

이런 빠른 조직은 판단도 빠르지만, 실행 결정은 더 빠르다. 좋다 싶으면 바로 움직인다. 문제는 그게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거다. 오전 10시 회의에서 나올 수도 있고, 밤 11시 슬랙 메시지로 날아올 수도 있다. 주말 아침 산책 중에 갑자기 전화 올 수도 있다. 실무자끼리도 그렇지만, 특히 대표나 경영진 레벨로 가면 이 골든타임은 정말 중요해진다. 그 순간 테이블에 없으면? 그냥 넘어간다.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보자. 대표가 밤 11시에 신규 사업 방향 A와 B 중에 뭐가 나을지 슬랙에 던진다. 마케팅 팀장은 즉시 B가 타겟 고객층이 더 명확하다고 답한다. 개발 팀장도 10분 내로 B가 기술 스택 재활용이 가능해서 2주 빠르다고 답한다. 근데 재무 팀장은 잠들어서 못 봤다. 다음날 아침 출근해서 보니 이미 B로 결정 나고 태스크포스팀까지 꾸려진 상태다. 재무 팀장은 알고 있었다. B안은 초기 투자비가 A의 두 배라는 걸. 현재 캐시 상황에서 B를 밀면 3개월 후 자금 압박이 올 수 있다는 걸. 근데 이미 늦었다. 이제 와서 사실 자금이 문제라고 하면 왜 어제 말 안 했냐는 말이 돌아온다.


물론 예외는 있다. 법률 리스크라든지, HR 이슈라든지, 재무적으로 크리티컬한 부분은 가끔 기다려주기도 한다. 근데 사실 그것도 자주 넘어간다. 왜냐고? 일단 해보고 문제 생기면 그때 되돌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스타트업 특유의 정신이다. 대표나 경영진 입장에선 그게 쉽게 느껴질 수 있다. 근데 각 영역 책임자들은 안다. 그게 절대 쉽지 않다는 걸. 그래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이 된다.


왜냐면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 타이밍에 끼어들어서 방향 틀려면 에너지 20 정도 든다. 밤 11시에 잠깐 이 부분 리스크가 있다고 한마디면 방향이 바뀐다. 근데 이미 실행된 걸 되돌리려면? 60은 든다. 개발 2주 진행된 걸 뒤집으려면 설득도 해야 하고, 이미 투입된 리소스 낭비도 감수해야 하고, 일정도 다시 짜야 한다. 리스크 터진 후 수습하고 롤백하려면? 200 넘게 든다. 법적 문제 터져서 변호사 선임하고, HR 이슈로 노동청 대응하고, 자금 문제로 긴급 투자 유치 뛰어다니는 상황이 되면 회사가 멈춘다. 당연히 20 투입할 때 막는 게 합리적이다. 그래서 모두가 골든타임에 목을 맨다.


심야의 의사결정

또 하나 중요한 건, 대표나 경영진의 일과다. 낮에는 회의, 외부 미팅, 급한 불 끄기로 정신이 없다. 오전엔 투자자 미팅, 점심엔 파트너사 미팅, 오후엔 내부 주간 회의, 그 사이사이 터지는 급한 이슈들. 정작 제대로 생각할 시간은 밤에야 온다. 모두 퇴근하고 조용해진 밤 10시, 11시, 새벽 1시... 그때 집중해서 중요한 결정들을 내린다. 전략 방향, 신규 사업, 조직 개편, 주요 채용... 깊이 생각해야 할 것들은 다 이 시간대에 정리된다. 그리고 그 생각이 정리되면 바로 실행하고 싶어진다. 내일까지 기다리면 또 다른 급한 일이 터져서 묻힐 게 뻔하니까.


그래서 밤 11시에 슬랙에 메시지가 날아온다. 새벽 1시에 메일이 온다. 주말 아침에 전화가 온다. 대표 입장에서는 드디어 생각할 시간이 생겨서 빨리 진행하고 싶은 건데, 받는 입장에서는 또 야근에 또 주말이 없어지는 거다. 이게 대표의 어쩔 수 없는 하루 사이클이다. 내일 낮에 생각해달라고 부탁하기엔, 매일매일 터지는 일들과 쌓여가는 결정 사항들이 너무 많다. 내일 낮에도 또 회의 4개가 잡혀 있고, 또 급한 불이 터질 테니까. 그러니 지금 이 생각이 정리된 타이밍에 해치우고 싶은 거다.


결국 대표, 경영진과 일하는 사람들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연락 놓쳐서도 안 되고, 의사결정 테이블에서 빠져서도 안 되고, 관련 아젠다는 항상 머릿속에 준비돼 있어야 한다. 휴가 가서도 폰 끄지 못하고, 주말에도 슬랙 확인하고, 새벽에 깨서도 메일 보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럼 평생 이렇게 잠도 못 자고 불안해하며 살아야 하냐고?

당연히 아니다. 이걸 평생 유지하면 몸 망가진다. 번아웃 오고, 가정 무너지고, 결국 회사도 떠나게 된다. 실제로 빠른 성장 스타트업일수록 핵심 인력 이탈률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물론 현대차는 정몽구 전 회장 시절까지 부회장급 회의를 매일 새벽 5~6시에 했다고는 하지만... 쉽지 않다. 그리고 그런 조직에서도 실제로는 많은 임원들이 건강 문제를 겪었고, 가족과의 시간을 포기해야 했다. 성공은 했을지 몰라도, 그게 지속 가능한 방식인지는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방식이 조직 전체를 소진시킨다는 거다. 초기 멤버 5명이 이렇게 달릴 때는 괜찮다. 모두가 창업 멤버고, 스톡옵션도 많고, 열정도 넘친다. 근데 회사가 50명, 100명으로 커지면? 모든 사람이 그 강도를 견딜 수 없다. 중간에 합류한 사람들은 이러려고 이직한 게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고, 결국 떠난다.




프로세스라는 이름의 여유

의사결정 골든타임이 수시로 나타나고, 그 순간의 발언으로 방향이 확 바뀐다는 건, 사실 아직 회사가 덜 잡혔다는 신호일 수 있다. 대기업처럼 회의록 3장, 사전 안건 검토 2주 이런 걸 하자는 게 아니다. 그런 건 스타트업의 속도를 죽인다.


적어도 연 단위, 짧게는 분기나 월 단위로 주요 업무들이 패턴화되고 안정화돼야 한다는 거다. 이번 달 셋째 주쯤 되면 이 결정이 필요하겠구나 정도는 예측 가능해야 한다. 그러면 관련 부서들이 미리 데이터 모으고, 옵션 정리하고, 리스크 체크할 시간이 생긴다. 밤 11시에 갑자기 내일까지 정리해달라는 게 아니라.


예를 들어 매달 말일에는 월간 성과 리뷰를 하고, 분기 초에는 분기 전략 회의를 한다는 게 정해져 있으면 어떨까? 각 팀은 그 타이밍에 맞춰 데이터를 준비하고, 필요한 의사결정 안건을 미리 정리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골든타임이 아니라, 예정된 골든타임이 되는 거다.


왜 여유가 없을까

그런데 오늘 당장 결정 안 해도 되는 여유는 왜 생기지 않는 걸까? 스타트업에서 내일 하면 되지 않냐고 말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다.


첫째는 경쟁 불안이다. 우리가 오늘 안 하면 경쟁사가 먼저 한다는 강박. 시장이 빠르게 움직이니까, 하루라도 늦으면 기회를 놓친다는 느낌. 실제로 그런 경우도 있긴 하다. 근데 냉정히 보면, 대부분의 결정이 오늘과 내일을 가르는 건 아니다. 하루 이틀 차이로 시장을 놓치는 경우보다, 급하게 결정해서 잘못된 방향으로 달리는 경우가 훨씬 많다.


둘째는 백로그의 압박이다.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이거라도 빨리 처리해야 다음 걸 할 수 있다는 생각. 그래서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채 일단 결정하고 넘어간다. 근데 이게 악순환이다. 급하게 결정한 것들이 나중에 문제가 되어 다시 돌아오니까. 결국 백로그는 줄지 않고 계속 쌓인다.


셋째는 조직 여력의 문제다. 팀이 항상 100% 이상 돌아가고 있으면, 뭔가를 더 깊이 검토할 사람이 없다. 모두가 자기 일로 바쁘니까. 그래서 대표나 경영진이 혼자 밤에 고민하고 결정하는 거다. 팀한테 이거 한번 분석해보라고 하려면 최소 며칠은 기다려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없으니까.


넷째는 현금 흐름의 압박이다. 특히 자금 사정이 빠듯한 스타트업은 매달, 매주가 중요하다. 이번 달 안에 매출을 만들어야 하고, 다음 투자 유치 전까지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결정이 급해진다. 천천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가 물리적으로 없는 거다.


여유가 생긴다는 것

그럼 오늘 당장 안 해도 되는 여유가 생긴다는 건 뭘 의미할까? 하루 이틀 더 들여다보고, 놓친 리스크 없는지 체크하고, 더 나은 방법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는 거다.


일단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는 뜻이다. 매출이 예측 가능해지고, 현금 흐름이 안정적이고, 핵심 프로세스가 돌아가고 있다는 거다. 이번 달 망하면 어쩌나 수준이 아니라 최소 6개월은 버틸 수 있는 정도는 돼야 여유가 생긴다. 그래야 오늘 결정 안 해도 내일 해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또한 팀의 역량이 올라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대표 혼자 모든 걸 판단하는 게 아니라, 각 영역에 믿을 만한 리더가 있고, 그들이 1차 검토를 해줄 수 있다는 거다. 이거 법적으로 괜찮은지 법무팀 확인해보고, 재무적 타당성 분석 좀 하고,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CTO 의견 들어보는 식으로 분산해서 검토할 수 있으면, 결정의 질은 높아지고 대표의 부담은 줄어든다.


그리고 무엇보다, 회사가 반응이 아닌 계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매일 터지는 불만 끄느라 바쁜 게 아니라, 이번 분기엔 이걸 할 거라는 로드맵이 있고, 그걸 따라 움직이는 거다. 물론 예상 못한 일은 계속 생긴다. 근데 그게 전체 업무의 80%를 차지하는 게 아니라 20% 정도만 차지한다. 나머지 80%는 계획된 일을 진행한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결정이 줄어들고, 여유가 생긴다. 이 여유는 회사 전체 퍼포먼스가 올라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원들이 항상 급한 불만 끄느라 정신없는 게 아니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돌아간다는 거니까.


신뢰의 시작

그러면 대표나 경영진도 내가 지금 안 보면 다 놓치는 거 아닌가 하는 불안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다. 팀을 믿을 수 있게 되는 거다.


이게 사실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겪는 가장 큰 스트레스가 바로 이 통제 불안이다. 내가 모든 걸 다 챙기지 않으면, 뭔가 잘못될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모든 슬랙 채널에 들어가 있고, 모든 회의에 참석하고, 모든 결정에 관여한다.근데 이게 악순환이다. 대표가 모든 걸 다 보니까, 팀은 스스로 판단하지 않게 된다. 어차피 대표님이 결정하실 건데 왜 내가 고민하냐는 거다. 그러면 대표는 더 많은 걸 직접 봐야 하고, 더 불안해진다.


반대로 팀에게 권한과 여유를 주면? 처음엔 실수도 한다. 대표가 봤으면 안 했을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근데 그게 반복되면서 팀이 성장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책임지는 법을 배운다. 신뢰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작은 권한부터 위임하고, 실수해도 질책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게 기다려주는 시간이 쌓여야 한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오늘 당장 안 해도 되는 여유를 만드는 것이다.




의사결정 여유만들기 가이드


첫째, 의사결정 타이밍을 구조화하라

모든 결정을 즉석에서 내릴 필요는 없다.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의사결정 타이밍을 나눠보자.

진짜 급한 것 (고객 장애, 중대 리스크 등): 즉시 결정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 (신규 사업, 조직 개편 등): 주간 경영진 회의에서

정기적 결정 (성과 평가, 예산 집행 등): 월간/분기 회의에서

이렇게 나누면 팀원들이 언제 어떤 안건이 논의될지 예측 가능해진다. 준비할 시간이 생긴다. 밤 11시 슬랙 폭탄이 줄어든다.


둘째, 비동기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어라

모든 메시지에 즉답할 필요는 없다. 물론 진짜 긴급한 건 전화하면 된다. 근데 대부분은 그 정도는 아니다. 슬랙 메시지는 24시간 내 답변이라는 룰을 만들어보자. 밤 11시에 온 메시지라도 다음날 오전까지 답하면 된다. 주말 메시지는 월요일에 답해도 된다. 이게 조직 문화로 자리 잡으면, 모두가 조금 더 숨 쉴 수 있다.


셋째, 의사결정 권한을 위임하라

대표가 모든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 각 영역 리더들이 일정 범위 내에서 결정할 수 있게 권한을 주자. 마케팅 예산 월 500만원까지는 CMO가 결정하고, 개발 우선순위는 CTO가 최종 결정하고, 채용은 각 팀장이 1차 결정 후 대표 승인을 받는 식으로. 이렇게 하면 대표가 모든 골든타임에 있을 필요가 없어진다. 물론 처음엔 불안하다. 내가 안 보면 잘못된 결정 내리는 거 아닐까? 근데 경험상, 생각보다 팀은 잘한다. 오히려 권한을 주면 더 책임감 있게 움직인다. 그리고 설사 잘못된 결정이 나와도, 그게 회사 망할 정도는 아니다. 배우는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넷째,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라

많은 경우, 밤새 슬랙 확인하는 이유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뭔가 결정되는 거 아닐까 하는 불안감 때문이다.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되면 이 불안이 줄어든다. 주간 전사 메일로 이번 주 주요 결정 사항을 공유하자. 노션이나 컨플루언스에 의사결정 로그를 남기자. 언제, 무엇을, 왜, 누가 결정했는지 기록하는 거다. 그러면 놓친 사람도 나중에 따라잡을 수 있다.


다섯째, 대표/경영진의 루틴을 조정하라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이거다. 대표가 밤에만 생각하는 패턴을 바꿔야 한다. 오전 시간에 전략 타임을 블록으로 잡아보자. 회의 안 잡고, 방해 안 받고, 2시간 집중해서 생각하는 시간. 밤에 하던 걸 이 시간에 하는 거다. 그러면 결정도 낮 시간에 나오고, 팀원들도 정상 근무 시간에 대응할 수 있다. 물론 쉽지 않다. 낮엔 계속 급한 일이 터지니까. 근데 그게 바로 문제다. 급한 일에 계속 끌려다니면, 중요한 일은 밤에나 할 수밖에 없다. 의도적으로 중요한 일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속도 만들기

물론 스타트업은 변수가 많고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게 맞다. 경쟁사보다 빨라야 하고, 시장 변화에 즉각 대응해야 한다. 이 속도를 포기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그 속도가 지속 가능해야 한다는 거다. 6개월 전력 질주하고 모두 번아웃으로 쓰러지는 속도가 아니라, 3년 5년 꾸준히 달릴 수 있는 속도 말이다. 마라톤 선수들도 페이스 조절한다. 처음부터 전력 질주하면 10km도 못 가서 쓰러진다. 적절한 속도를 유지하며 42.195km를 완주하는 게 목표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안정화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도 필수다. 직원 10명일 때는 모두가 대표와 직접 소통하며 즉흥적으로 움직여도 된다. 근데 50명, 100명 되면? 최소한의 구조와 프로세스가 없으면 혼란만 가중된다. 결국 적절한 프로세스는 속도를 죽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지속 가능한 속도를 만드는 장치다. 빠르되 예측 가능하게, 유연하되 완전히 무질서하지 않게.


당신의 팀이 밤 11시에도 슬랙을 확인하고 있다면, 그게 정말 필요해서인지 한 번 돌아봐야 한다. 그게 진짜 회사를 살리는 방법인지, 아니면 회사와 사람을 동시에 태우는 방법인지.

매거진의 이전글[iid] 네임밸류 없는 작은 회사의 채용 생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