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d] HR에서 On Time의 중요성과 어려움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by iid 이드

※ 내가 쓰는 글들은 개인적인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한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특정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도, 정답을 말하는 것도 아니니 가볍게 읽어주면 좋겠다. (문의 : AI 클론 채팅, 자문/컨설팅 문의 )


HR에서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많이 미뤄지는 것

HR을 하다 보면 왜 이게 이렇게까지 됐지라는 상황을 자주 마주친다. 거슬러 올라가면 거의 예외 없이 같은 지점에서 시작된다. 뭔가를 제때 하지 않은 것. 그게 전부다.


On time이라는 말이 단순히 약속 시간에 늦지 않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HR에서의 on time은 조금 더 넓은 의미다. 늦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이르지도 않게, 딱 맞는 시점에 필요한 메시지나 행동을 하는 것. 사실 이게 말은 쉬운데 실제로 하기가 어려운 이유는, 그 타이밍을 놓쳤을 때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기 때문이다. 오늘도 조용히 지나간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문제는 그 조용함이 누적된다는 것이고, 누적된 조용함은 어느 순간 갑자기 큰 소리로 터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의 작은 틈은 메우기 훨씬 어려워진다. 초기에는 가이드 한 마디로 충분했을 것들이, 시간이 쌓이면 정책을 뒤흔드는 이슈가 된다. 상처도 마찬가지다. 작을 때 건드리면 아물 텐데, 곪도록 두면 나중엔 상처 치료가 아니라 조직 전체를 수술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건 타이밍을 놓친 사람이 꼭 나쁜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대부분은 좋은 의도였다. 조금 더 두고 보면 나아지겠지, 지금 말을 꺼내면 관계가 불편해지지 않을까,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 좀 더 지켜보자. 다 이해가 되는 마음들이다. 그런데 그 이해되는 마음들이 모이면 on time을 놓치게 되고, on time을 놓친 결과는 의도와 무관하게 현실로 나타난다. 그래서 on time은 단순한 타이밍 문제가 아니라 조직에 생기는 거의 모든 오해와 갈등의 시작점이다.




제때를 놓치면 생기는 두 가지 균열


① 정책 위반: 제도가 무너지는 건 규칙 문제가 아니라 타이밍 문제다

정책이 새로 만들어졌을 때, 안 지키는 사람은 처음엔 소수다. 이때 공식적인 메시지를 주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심각하게 야단치는 게 아니라, 이건 이렇게 하는 거라고 짚어주는 수준이면 된다. 그 메시지를 받은 사람도 크게 억울해하지 않고, 주변 동료들도 자연스럽게 그 기준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시점의 메시지는 규칙을 어겼다는 제재가 아니라 우리는 이걸 그냥 넘기지 않는다는 신호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 초기 메시지를 어떤 형태로 줄지도 중요하다. 무조건 공식 문서나 경고장일 필요는 없다. 상황에 따라 팀장을 통한 구두 전달이 맞을 수도 있고, HR이 직접 캐주얼한 톤으로 확인하는 게 맞을 수도 있다. 핵심은 형태가 아니라 타이밍과 명확함이다. 이건 이렇게 해야 하고, 앞으로도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것을 당사자가 인지했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인지 여부는 가급적 확인하고 기록해두는 게 나중을 위해 낫다.


문제는 이 타이밍을 넘기는 데서 시작된다. 주저하다 보면 안 지켜도 뭐라 안 하는구나라는 인식이 조용히 퍼진다. 그다음부터가 복잡해진다. 뒤늦게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면 왜 그때는 괜찮고 지금은 안 되냐는 반발이 나오고, 사람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거냐는 의심이 붙는다. 결국 특정 사건이나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 자체가 문제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연차 자유사용제나 유연근무제, 재택근무처럼 공들여 만든 제도들이 흐지부지되거나 폐지되는 결말로 이어진다.


작은 불편함을 피하려다 결국 제도 전체를 잃는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는다는 말이 있는데, HR에서 on time을 놓치면 가래도 모자라서 결국 둑방을 새로 짓는 수준의 공사가 된다. 더 안타까운 건 그 둑방을 짓고 나서도 왜 이렇게 됐지 하고 의아해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미 몇 달 전, 아니 몇 년 전에 그 시작점이 있었는데.



② 개인 피드백: 말 못 한 평가는 결국 배신감이 된다

정책 차원보다 더 자주, 더 개인적으로 아프게 터지는 게 개인 단위의 피드백이다. 대부분의 구성원은 본인이 꽤 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내가 받는 것에 비해서라는 주관적 판단이지만, 어쨌든 그 기준으로 나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데 회사나 리더가 보는 기준은 다르다. 회사는 결국 사업을 하는 주체이기 때문에 성과 기준이 중심축이 될 수밖에 없고, 그 기준은 사업 방향이 바뀌면 같이 바뀐다. 스타트업이라면 특히 더 그렇다. 시리즈 A와 시리즈 B에서 같은 사람에게 기대하는 것이 같을 리 없다.


여기서 피드백의 역할이 시작된다. 구성원이 회사의 눈높이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걸 감지했을 때, 그걸 제때 전달하는 것. 이건 꼭 성장을 위한 것도, 긍정적이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거창하게 피드백이라고 부르기 어색하면 평가라고 해도 되고, 평가라고 하면 너무 딱딱하게 느껴지면 그냥 기준 맞추기라고 해도 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 네가 생각하는 것 사이에 간격이 생겼으니 같이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그걸 프로세스가 없어서 못 했든, 리더가 착한 사람 콤플렉스 때문에 차마 말을 못 했든, 결과는 비슷하다. 나중에 인사 결정이 내려졌을 때 당사자는 청천벽력처럼 받아들인다. 그동안 아무 말 없었으니 잘하고 있는 줄 알았다는 반응이 나오고, 그게 배신감이 된다. 그리고 그 배신감은 대부분 사실이다. 실제로 아무 말이 없었으니까. 선의로 참고 기다렸던 것이 당사자에게는 묵시적 합격 신호로 읽힌 것이다.


그래서 나는 컨설팅할 때 1년 단위 평가는 너무 길다고 말한다. 최소 반기는 해야 그 간극을 현실적으로 줄일 수 있다. 더 자주 하면 좋겠지만 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으니, 큰 사이클은 반기로 돌리더라도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1:1 미팅은 가능한 자주 하길 권한다.


1:1 미팅에서 on time 피드백이 가능하려면 몇 가지가 필요하다. 미팅 자체가 평가의 자리가 아니라 서로 보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라는 인식이 먼저다. 그래야 리더도 부담 없이 지금 이 부분이 좀 다르게 보인다고 꺼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대화는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대화는 했는데 기록이 없으면 나중에 말했다 안 했다의 싸움이 된다. 간단한 메모나 공유 문서라도 남겨두는 게 훨씬 낫다. 마지막으로 리더 혼자 알아서 하라고 두면 안 된다. HR이 미팅 주기와 기본 질문 틀 정도는 제공해줘야 리더들이 일관되게 실행할 수 있다. 크고 무거운 평가보다 짧고 가벼운 대화가 훨씬 강력할 때가 많은데, 그 가벼운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HR의 몫이다.




그러면 왜 다들 알면서도 미룰까


자정을 기다리는 유형: 기다림에 명분을 붙인 것

가장 흔한 패턴이다. 조금 있으면 본인도 알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 그런데 그 정도로 자정이 될 수준이라면 애초에 문제가 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on time이 필요한 상황은 대체로 스스로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자정작용을 기다리는 건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에 명분을 붙인 것에 가깝다. 이 유형에게 필요한 건 기다림을 멈추게 하는 외부 트리거다. HR이 주기적으로 이슈를 점검하고 리더에게 지금 이 부분 어떻게 되고 있어요를 먼저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자정 대기 모드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


혼자 배신감을 쌓는 유형: 말 없는 결론은 벼락이 된다

이만큼 해줬는데 왜 이러나 싶은 감정이 쌓이고, 말은 안 하고 실망만 누적된다. 이미 내면에선 결론이 나버린 상태에서 그 배신감이 어느 임계점을 넘으면 처벌이나 정리의 형태로 갑자기 터진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맥락 없이 벼락을 맞는 것이다. 정작 대표는 참고 참다가 결단을 내린 것이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아무 신호도 없었다. 그 간극이 가장 큰 조직 내 불신의 씨앗이 된다. 이 유형은 HR이 대표나 리더의 감정 상태를 먼저 읽어야 한다. 혼자 쌓고 있는 걸 발견했다면, 그 감정이 터지기 전에 지금 이 부분을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먼저 꺼내줘야 한다. HR이 그 대화의 물꼬를 트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누군가 대신 말해주길 바라는 유형: 침묵의 공모

대표나 회사가 알면서도 놔두고 있다는 걸 인지한 동료들 사이에서 먼저 나서는 사람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 암묵적 방관 뒤에 내가 모르는 사연이나 관계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한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 결국 모두가 알고 있고, 아무도 말하지 않고, 시간만 흐르는 상황이 된다. 그리고 그 침묵이 길어질수록 나중에 누가 말을 꺼냈을 때의 파장은 더 커진다. 이 경우는 결국 HR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없다. 대표나 리더가 못 하는 말을 HR이 구조 뒤에서 전달하는 방식, 예를 들어 전사 공지나 정책 재안내의 형태로 메시지를 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리고 가장 솔직한 이유: 그냥 무섭다

말을 꺼냈을 때 생길 갈등이 두렵다는 것. 관계가 불편해지고,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잘못하면 이슈가 커질 것 같은 불안. 다 이해가 된다. 근데 이게 사실 가장 정직한 이유인 동시에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앞의 세 유형은 어떻게든 구조나 외부 개입으로 풀 수 있는데, 이건 결국 말을 꺼내는 사람의 내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의 세 유형은 어떻게든 구조나 외부 개입으로 풀 수 있는데, 이건 결국 말을 꺼내는 사람의 내면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On time, 정서보단 합리성이 먼저다


사실 on time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의 문제다

on time을 감정이나 용기의 영역으로 접근하면 늘 무겁다. 말을 꺼내야 한다는 압박, 상대방의 반응이 두려운 감정, 관계가 틀어질 것 같은 불안. 이게 다 정서의 영역이다. 그런데 on time을 합리적 계산의 문제로 바꿔서 보면 조금 달라진다.


지금 이 불편한 대화를 하는 비용과, 이걸 안 했을 때 나중에 치러야 할 비용을 단순하게 비교해보는 것이다. 지금 드는 비용은 어색한 10분짜리 대화, 잠깐의 불편한 분위기, 혹시 모를 반발에 대응하는 에너지 정도다. 반면 이걸 미뤘을 때 나중에 치러야 할 비용은 제도의 폐지, 신뢰의 붕괴, 소송 리스크, 팀 전체의 사기 저하, 그리고 결국 사람을 잃는 것이다. 계산해보지 않아도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 선택인지는 안다.


결국 on time은 아이러니하게도 지극히 합리적인 선택이다. 착해서 참는 게 아니라, 나중에 더 힘든 상황을 막기 위해 지금 하는 것이다. 감정적으로 힘들어서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 때, 이게 수학 문제라고 생각하면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그렇게 프레임을 바꾸면 on time은 용감한 행동이 아니라 현명한 선택이 된다.


결국 on time은 구조의 문제다

그런데 이 계산을 매번 개인이 스스로 해야 한다면, on time은 여전히 용감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 된다. 그래서 HR의 역할이 필요하다.


HR은 그 불편한 대화를 구조화하고, 타이밍을 설계하고, 메시지 전달의 맥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리더 혼자 알아서 잘 해주길 기대하는 게 아니라, 언제 어떻게 어떤 수준의 피드백을 해야 하는지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반기 평가 사이클, 1:1 미팅 가이드, 초기 정책 위반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 이것들이 다 on time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다. HR이 이 계산을 조직 안에서 미리 설계해두면, 개인이 매번 용기를 짜낼 필요가 없어진다.


제때 말하는 게 관계를 해치는 게 아니라 관계를 지키는 것이라는 걸 조직 전체가 경험으로 알게 되면, on time의 문화가 생긴다. 그 경험은 누군가 먼저 해보는 것에서 시작되고, 그 첫 번째 역할은 대부분 HR의 몫이다. 늦지도 빠르지도 않게. 그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HR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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