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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Aug 13. 2023

[iid] 슬프게도 C레벨 또한 월급쟁이입니다

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최근  C레벨 후배들과의 상담자리애서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내용을 정리해볼까 한다. 먼저 절대 스타트업에서의 C레벨들을 비하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이 아니며 개인적 견해일 뿐이다.


C레벨 후배들의 고민 내용을 단순화한다면 다음과 같다

"그래도 제가 C레벨인데 대표를 어떻게 변화시켜서 회사가 더 잘되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요? 다른 C레벨 혹은 직원들이 저에게 C레벨로서의 의무를 요청할 때마다 책임감을 느끼고 스스로 고민하게 되어요."


사실 너무도 정상적이고 맞는 말이다. 하지만.... 미안하지만 이드는 아름다운 이상 만을 말해주지 못한다.


두괄식으로 결론 먼저 말하면 난 그 후배들에게 (형식적이지 않은 진짜) 이사회에서 임명받거나 글로벌 대기업의 C레벨이 아니면 그냥 당신 또한 한 명의 월급쟁이라고 생각하고 부담을 가지지 말라고 한다.





스타트업 커리어에서 직접 창업을 하지 않고 가질 수 있는 최고 레벨은 C레벨이 아닐까 싶다.


C 레벨의 등장은 서양 이사회 중심의 회사 경영 시스템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서양도 한국처럼 직급/직책 개념이 있긴 하지만 최종 high-level에서는 이사회의 의사 결정이 기다리고 있다. 이사회에서는 회사를 유지가능하게 하는 이익 구조와 주주의 이익 극대화라는 어젠다를 함께 복합적으로 고려한다. 이사회는 어젠다들이 상충할 수도 있기에 지분/주식수를 기반으로 한 파워게임으로 조율된다. 그러다 보니 각 function별로 C레벨을 만들게 되어 각각의 영역에서 견제 혹은 보완하게 한다. (조직구조 관점 접근은 생략)


한국은 기존 대기업 성장 방식이 owner 형태다 보니 지분율이 많이 낮아진다 해도 오너는 오너다. 최근 몇몇 헤지펀드가 대기업을 견제하고 공격했지만 그래도 오너 체제는 굳건하다. 과연 그런 대기업 안에서 C레벨 포지션 혹은 계열사 사장 이더라도 월급쟁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웹툰 '재벌집 막내아들'보면 그런 모습이 여실히 잘 나타난다. 진양철 회장은 심지어 사장에게도 전보를 당일에 명령하면 아무 말없이 다들 따른다. 갑자기.... HMG시절의 스펙터클 했던 에피소드들이 떠오르긴 하지만 ;;;


참고로 여기서의 월급쟁이란 HR 계약형태 관점의 구분이 아닌 나의 고용주체나 의사결정자가 누구인지의 개념적 의미에 가깝다. 월급을 주는 계약을 제안한 대상이 이사회냐 혹은 오너인가, 그로 인해 난 누구에게 충성을 다해야 하는가!




자 이제 스타트업으로 돌아와 보자.


먼저 스타트업의 C레벨이 진짜 역량을 가지고 있냐 혹은 무슨 자격을 의미하냐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고 한다. 분명 스타트업에서도 C레벨에 대한 니즈가 있었을 것이고 현재도 사용하고 있음에 대해서는 사실이기 때문에 굳이 그 부분에 대해 내가 혼란을 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공식적으로는 C레벨을 경험하지 않았기에 그 부분을 내가 논평하는 것은 맞지 않고 주제넘는다고 생각한다. 단지 이 부분은 비판의 관점이 아닌 가끔 나에게 조언을 구하는 케이스를 기반으로 고민해 볼 포인트를 드리자면 'C레벨에 대해 그 회사에서 담고 싶은 의미'는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대표 직속의 각 function의 최고 책임자 (≒ Head/Lead) : 이 경우는 Head/ Lead와의 권한/책임 구분 기준을 고려해봐야 한다.

경력/경험을 존중해 붙이는 타이틀 : 명예직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잘 고려해야 한다.

담당 조직의 복잡성/중요성/규모를 고려 : 회사 성장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어느 시점에서 어느 정도 임팩트를 기반으로 C레벨을 명칭 할지.

코파운더이기 때문에 각 담당 역할을 존중 : 이 어젠다는 추후 다른 C레벨 영입 혹은 변경 시 고민이 필요하다.

※ '회사 성장 단계에 따른 조직/역할 구조', '이드는 어떤 커리어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왜 C레벨 안 하나요?'는 추후 작성 예정


고민을 상담하는 후배들에겐 먼저 대표가 가지고 있는 지분 규모를 물어본다. 정말 지분이 너무 희석되어서 최악의 경우 표싸움이 이루어져 힘을 못 발휘할 정도가 아니라면 그냥 그 회사에서는 대표가 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대표들이 C레벨을 배려하는 것은 존중의 영역이다. 실제 그만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거나 혹은 그만큼의 존중을 줘야 하는 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에 대한 더 큰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대표란 존재는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시스템 속의 존재이다. 그 말은 어떤 의사결정도 할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어느 날 자신(?)의 회사를 더 성장시키고 자신을 잘 보좌하기 위해 뽑은 C레벨들이 자기에게 비판만 하고 반대의견만 낸다면.... 사실 스타트업의 대표는 모든 C레벨을 다 교체할 수 있다.


일부 투자사들이 이슈를 제기할 순 있다. 하지만 투자사들 또한 유의미한 행동력을 가질만큼의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혹은 후속 라운드에서의 유리한 포지션을 가져가기 위해 굳이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C레벨에게 영입 시 어느 정도 지분을 준다고 해도 코파운더가 아닌 다음에야 의사결정을 뒤엎을 수 있는 지분을 주기 어렵다. 그리고 대표 지분은 항상 대표 + 코파운더 + 투자사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맘 편할 수 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투자사들은 대표에게 우호지분이 되기 쉽다. 그들이 나빠서가 아니다. 그들도 이익을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차라리 대표가 왕이라는 현실이 맞다고 인정한다면 투자사 등 관계자들은 대표에게 지분이 집중되어 관리라도 잘되게 하는 것이 낫다는 관점을 가지기도 한다. 그래서 초기 라운드에서부터 투자사들은 코파운더 지분 정리를 제안하기도 한다.. 아니할 수 있다. (내 개인적 관점이다)


C레벨은 회사/대표가 그 개인에게 주는 존중의 표현으로 생각하고 스스로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또 한 명의 직원으로 생각하는 것이 좋다고 난 조언한다. 만약 다른 누군가가 C레벨인데 왜 이렇게 놔두냐라고 묻는다면 그 다른 이는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책임을 넘기는 비겁한 사람이다. C레벨로서 그러면 뭘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차라리 해당 function의 최고 직책자로서 대표/회사의 의사 결정 자체를 바꾸기보단 그것을 좀 더 현실적으로 , 좀 더 리스크가 없게, 잘되게 고민하고 만드는 역할을 하라고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대표는 바뀌지 않는다. 어떤 좋은 코치 어떤 좋은 자문/고문이 붙는다 해도 바뀌지 않는다. 심지어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투자사 이야기도 잘 듣지 않는다. 그 단단함이 회사의 성공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켜본 경우들을 볼 때 대표가 바뀔 때는 스스로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할 때뿐이다. 좀 더 정확히 바뀌지 않으면 안 되겠다 인식할 때뿐이다. 그런 경우는 사실 잘 없기는 하지만 정말 큰 어떤 문제상황으로 인해서든 혹은 회사가 너무 커져서 이제는 본인의 체면을 위해서든 혹은 회사를 위해서든 주변을 의식해야 할 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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