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2023년은 참 힘든 시기이다. 스타트업은 특히나 그렇지만 스타트업이 아니라도 일반 기업들도 다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문득 이 시기의 HR에 대해 고민을 하며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땅에 발을 딛고 걷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걸어가며 내 고개가 땅을 바라보고만 있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바라봐야 할지 알 수 없다. 발은 땅에 딛지만 눈과 머리는 내가 향해야 할 곳을 향해야 한다.
땅에 발을 딛고 서있음 그리고 걸어 나감을 알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 더 장기적이고 조금 더 이상적인 이야기들이 너무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발딛음을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혹은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제대로 서거나 걷지 못한 채로 고개만 높은 곳을 바라보는 형태가 될 수 있다.
'뛰어난 인재는 단순 보상으로 유인되지 않고 회사와의 비전 얼라인, 그리고 그들이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음에 대한 인정, 자아성휘 등의 내적 보상이 중요하다'는 너무도 Talent Management 관점에서는 정답인 이야기가 있다. 나는 이 말이 틀렸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단지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실제로 HR을 하는 사람이 접하는 구성원들 중에 이 멘트에 해당되는 인원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20% 미만이 아닐까 싶다. 이미 Exit을 했거나 파이어족이거나 집에 재산이 많거나 막 졸업한 책임질 게 없는 분들은 빼고 ㅎㅎ
생계란 단어는 참 냉혹하다. '생계'는 '살림을 살아 나갈 방도. 또는 현재 살림을 살아가고 있는 형편'을 의미한다. 우리가 일을 함에는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아주 기본적인 / 기초적인 단계에서는 생계란 것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일을 통해 얻게 되는 보상을 통해 우리는 먹을 것을 구하고 지낼 곳을 구하며 입을 것을 구한다. 또한 사람과의 관계에서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며 또한 여러 가지 책임을 다해가며 살아갈 수 있게 해 준다.
생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보상이 필요할까? 정답은 없다고 생각한다.
2008~2009년 : 미국의 45만 명의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분석해 연봉 상승에 따른 행복감의 상승은 한화로 약 8400만 원(7만 5000달러)까지임을 발견했다. 삶의 행복감이 8400만 원 이상의 연봉에 비례하지 않는데 반해, 삶의 만족감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고 밝혔다.
2018년 : '일상의 행복'을 느끼는 시작점은 한화로 약 6700만 원~ 8400만 원(6만~7만 5000달러)였고, 삶의 행복도는 한화로 약 1억 600만 원(9만 5000달러)에서 가장 높았다. 이후 행복감은 소득과 별개 거나 오히려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의 행복이 감소하는 이유로 그들은 "고소득 연봉자일수록 근무시간, 근무량, 책임이 많아지지만, 그 연봉을 즐길 여유가 줄어 행복감이 감소하는 것"이라 밝혔다.
2023년 : 카너먼은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 '행복감은 소득과 함께 커지만, 연봉 6~9만 달러가 되면 정점을 찍는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연구에선 다른 결과를 내놨다. 카너먼 연구팀에 따르면 연봉 10만 달러 이상 50만 달러 미만을 버는 미국인의 행복감은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커졌다. 다만 카너먼 연구팀은 소득이 전반적인 행복감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 요인에 비해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의 연구결과들은 한창 인간의 동기부여/행복을 위해서는 어떤 요인들이 중요하며 보상은 어느 정도 선에서 한계효용을 가질까를 얘기할 때 주로 거론되었던 내용들이다. 하지만 해당 설문조사는 행복의 만족도와 그 설문에 참여한 사람의 보상 수준을 물어보는 사실 굉장히 단순한 설문조사로 확인된다.
그 사람이 연봉이 6000만 원이지만 아래 사항들의 여부는 고려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결혼 혹은 책임져야 할 가정이 있는지
몸은 건강한지
서울에 자가 아파트가 있는지
차는 있는지
자산이 10억이 있는지
그렇다 삶의 무게, 그리고 생계란 이런 것들이다. 매슬로우가 말했듯이 아무리 상위의 욕구들이 숭고하고 가치 있다 하더라도 하위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위 욕구로의 발전은 힘들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저런 연구가 유행했던 시점에는 단순 Salary관점의 보상 외 Stock Option이라는 카드가 있었다. 물론 내가 같이 동참하는 회사와 서비스가 세상에 기여하고 좋은 영향력을 미치고 너무 의미 있다. 하지만 내가 당장 잘 데가 없고 가족들이 굶고 있다면 무슨 의미인가.
그것을 상쇄하기 위해서 실리콘밸리에는 주식위주의 보상이 있었다. 당장은 현금성 보상을 (상대적으로) 덜 원한다 해도 내가 몰입하고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성장하고 대박이 된다면 Stock Option의 대박 보상이 따라오게 된다. 이는 실리콘밸리에서 유효한 이야기이며 한국에서도 겨울이 오기 전 몇몇 회사에 한해서 존재했던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겨울이 오면서 많은 것들을 바꾼 것들 중 하나는 미래에 대한 약속에 대한 책임을 자본시장에서 책임져주기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IPO를 하지 않게 되면 현금화가 어렵게 된 점
자사주를 취득했지만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악화로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몇몇 사례(카카오 계열사, 크래프톤, 쏘카 등)
추가 투자 라운드를 유치하며 밸류가 예전처럼 급격히 상승하지 못하여 그 과정에서 투자 라운드에서 현금화 room을 만들기 어려워진 점
평균 회사들의 근속이 2년 정도인데 Stock Option의 베스팅은 3~4년인 점
이런 달콤한 약속이 아니더라도 생계는 냉혹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먹고 살기를 걱정하며 일을 하고 있다. 그들에게 비전과 일의 의미, 사회에의 기여 등을 말하기는 사실 힘들 수 있다. 물론 그분들도 백분 당장의 배고픔을 양해하고 동참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모든 이가 숭고하기를 바라고 모든 이가 창업자의 비전을 동일하게 동참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욕심이다.
HR은 기본적으로 대중을 고려하여 설계되어야 한다.
대중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사람에 대한 고민의 시작점을 어느 정도 현실적으로 시작해야 한다이지 그것을 한계로 규정지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현실에도 없는 아름다운 이상만을 말하는 것은 결국 현장과 떨어지게 된다. HR이 정치와 유사하다 했던 말 또한 동일하다. 여전히 대한민국 국민의 대부분은 서민이다. 정치를 하는 사람이 서민의 생활을 모르고 정책을 만들고 운영한다면 그 사람은 점점 서민과 멀어지고 결국 신뢰를 잃게 된다.
그러면 다시 돌아와서 어떤 유인/동기부여를 통해 사람을 채용하거나 유지해야 할까?
사실 이 질문은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람에 대한 접근을 할 때 진짜 현실 생활을 기반으로 했는지 실제 대부분의 일반 사람을 기반으로 했는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가 맞다고 생각한다.
기본적 생계를 위해 보상이란 영역은 무시할 수 없다. 회사가 힘들어서 월급이 밀린 상황에서 어떤 동기부여를 하더라도 그것이 먹히긴 어렵다. 그럴 때는 회사가 안 망할 거고 어떻게든 이 액션을 통해 다시 자금을 만들어 구성원들에게 그 이상의 보답을 하겠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가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는지를 솔직하고 계속 알려줘야 한다.
아주 상식적인 접근만 하면 된다.
이 상식적 접근이 때로는 형이하학적이거나 혹은 뭔가 너무 가치지향적이 아니라고 거부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그 접근은 공상이 될 뿐이다. 상식적 접근을 부끄러워하거나 질 낮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다. 상식적 접근이 가장 어려운 것이며 그 상식적 접근을 통해 해결하고 개선하는 것이 가장 실효성을 가진다. 아름답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 이것이 더 중요하다.
돈을 무조건 많이 주라는 이야기도 아니다. 단지 상대방에게 당신이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비전과 미션을 공감하지 못하는 스타트업에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다라는 접근만 하지 않으면 된다. 그냥 솔직하게 보상에 대해 시각과 눈높이가 다르다 하면 된다. 그 부분을 다른 가치를 사용하고 포장하게 되면 이는 또 다른 스타트업 가스라이팅이 돼버릴 수 있다. 왜 당신은 내적보상을 중시하는 숭고하고 뛰어난 인재같이 생각하지 못하나요? 그 이야기도 생계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떨친 후에야 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