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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Jul 26. 2023

[iid] HR은 시장변화의 선행지표인가 후행지표인가?

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CFO인 친구와 VC업계 투자 트렌드를 이야기하다 재밌는 화두를 나에게 던져 적어본다.


나의 여러 이직들은 이전에 쓴거처럼 conneting the dots라고 생각한다. 최종 선택만은 온전히 나의 영역이었지만 그전의 기회가 닿고 인연이 이어짐들은 다 내가 의도하기보단 내가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인연들로 이어졌었다. 항상 그렇지만 난 운이 좋았고 항상 주변에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래서 매순간 적어도 성격은 안좋아도(?) 일을 못한다는 이야기는 안듣게 하려고 최선을 다해왔다. (과거 컨트롤 대란 때 개코가 이센스에 대해 못된 놈이지만 못하는 놈은 아니다 했던 가사가 떠오르는...)


CFO 친구가 신기해했던 부분은 어떻게 그 타이밍들이 묘하게도 돈이 몰리는 산업 섹터를 시기에 맞게 따라서 이동하였냐는 것이다.

토스 이직 시점 : 핀테크가 주목되며 시장의 자금이 집중될 때

야놀자 이직 시점 : 레저/여행 산업이 주목되며 시장의 자금이 집중될 때

클래스101 이직 시점 : 콘텐츠 산업이 주목되며 시장의 자금이 집중될 때

휴이노 : 헬스케어 산업이 주목되며 시장의 자금이 집중될 때
(중간 잠시 블랭크로 대표되던 D2C 커머스 시기에도 커머스에도 잠깐 참여하기도 했지만)

※ 참고로 매시기마다 꼭 하나의 산업 섹션만 주목받는 것은 아니다. 그 당시 자금이 집중되고 유니콘이 된 다른 회사들/산업들도 많았다.


주식도 그렇듯이 산업영역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은 굉장히 많다. 정책/제도에서부터 원천 기술의 상용화 나아가 천재지변같은 코로나까지 다양하다. 이런 여러요소들로 인해 산업 섹터들은 우여곡절들을 겪는다. 그 트렌드를 따라 시장의 자금들도 이동한다. 한 때 정말 짧지만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같은 트렌드도 있었다. (AI, chat gpt는 아직은 ing기에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던 것은 항상 주목되었던 산업 섹터에 조인하여 흥망성쇠를 다 경험해볼 수 있었던 것이다. 공격적인 인재영입, 확장을 위한 M&A, 새로운 정책/제도 세팅 등 다른 산업 섹터에 있다면 못해볼 경험들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시장이 좋았다고해서 안일하거나 편하지는 않았다. HR은 물들어왔다고 마냥 노저으면 안된다. 그 독은 무조건 돌아오게 되어있다. 대표가 수용하느냐 안하느냐는 다른 범주지만 그에 대한 대비책과 시나리오가 다 필요하다. (일부 과거 회사들을 떠오르며 약간 마음이 아픈 곳도...)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는 어떻게 그렇게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을까에서 과연 나의 이직은 이 시장 변화의 선행지표일지 후행지표일지가 궁금해졌다.


사실 답은 너무 명확했다. 선행지표라고 하기엔 나는 너무도 미비한 존재이다. 이 큰 자본시장의 논리에서 일개 HR 리드/헤드의 영향력은 너무도 적다. (심지어 C레벨이었어도 그랬을 것 같다). 그렇다면 결국 후행지표인데 왜 자금이 몰림과 나의 채용이 연계될까?


나도 어느덧 경력이 쌓이고 걸어온 발자취들이 있다보니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역할 적으로도 보상적으로도! 그래서 왠만한 회사라면 나를 감당하기 어려운 것을 잘 알고 있다. 나를 감당한다면 일반적으로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거나 HR에 투자를 많이 하고 싶은 회사여야만 한다.


어느정도 규모가 되는 회사는 사실 안정화가 되어있을 가능성이 크기에 내가 덜 매력적으로 느끼기도 하고 회사에서도 나의 다이나믹을 부담스러워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닌 경우도 많고 실제로 재밌게 대화를 나눈 곳들도 많았다. 단지 일반화해서 설명할 뿐이다.


HR에 투자를 한다는 말은 세상의 기운이 몰려옴에 따라 본격적으로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와 같을 수 있다. HR에 대한 투자는 실제 인재 채용이 될 수도 있고 HR조직에 대한 역량 강화(리빌딩)이 될 수도 있다. HR에 대한 투자는 항상 비즈니스 전략을 실행하기 적어도 한두발짝 전에 진행되어야 한다. 이제 진짜 달려야하는데 그것을 담당할 사람이 없거나 파이프라인이 작동하지 않으면 다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사실 후행지표이지만 또다른 의미에선 선행지표의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 느껴진다. 시장의 자금을 앞서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HR은 비즈니스 전략을 실행함에 선제적 투자/대응을 해야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고 싶었던 이유는 나 짱이에요 나 커리어 대단해요가 아닌 이 흐름속에서 HR들은 어떤 의미이며 HRer로서 커리어는 어떻게 만들어갈까에 대해 이런 시각도 있다는 것을 공유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트렌드와 무관하게 한 회사에서 오랫동안 그 회사를 단단하게 성장시켜주는 HR도 너무 어렵고 또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트렌드를 의식하지 않고 내가 선택하여 그 회사를 키우는 HR도 너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시장과 트렌드에 대해 눈과 귀는 띄우되 내 선택이 그것에 이끌려가지는 않으려고 한다. 마지막 선택은 나의 영역이지만 그 전까지 나는 사실 시장, 회사 그리고 대표님들에 의해 선택되어지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이센스처럼 직원들에게 욕은 먹더라도 한 회사의 HR을 담당하는 역할로서 본분과 일을 못하진 않았기에 만들어왔던 나의 길들이 앞으로도 부디 잘 이어질 수 있기를 자그맣게 소망해본다.


#스타트업 #hr #이센스짱 #좌충우돌커리어 #사다리도정글짐도아닌범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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