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리어 성장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주변 후배분들이 이제 나이가 어리지 않아서일까 묘하게 결혼 고민을 나에게 많이 상담을 한다. 올해에만 4명 정도였다. 오해할까봐 얘기하면 결혼생활의 애환보다는 결혼 자체에 대한 고민이다.
사실 나도 그 마음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주변에서 그런 것으로 고민하고 힘들어하는 케이스들도 많이 보고 또 그것으로 해체된 가정들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고민은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절대 아니고 극히 소수의 사람들이 대상이라는 것을 미리 공유한다. 왜냐하면 얼마나 성공하려고 결혼까지 안 하려고 하나 혹은 얼마나 회사일을 하길래 그러냐고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도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질문에 사실 어떤 내용을 넣어도 동일한 범주의 고민이 아닐까 생각한다.
난 일에 올인하고 성공하고 싶은데 ____________________?
- 애완동물 키워도 될까요?
- 연애해도 될까요?
- 취미생활/동호회 가입해도 될까요?
- 건강을 위해 운동 열심히 해도 될까요?
- 꾸미는 것에 관심 많은데 옷 사도 될까요?
- 친구들과 시간 보내도 될까요?
- 고향의 부모님에게 자주 내려가도 될까요?
물론 조금 더 결혼이라는 의미는 개인의 취향에 비하면 더 무게감이 있을 순 있다. 나 혼자만의 영역이 아닌 배우자라는 존재가 있고 사회적 status 변화 영역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본질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질문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만약 듣는 사람이 대기업이나 어느 정도 안정적인 규모의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이런 고민이 의아할 수 있다. 여담이지만 과거에는 대기업/기성기업에서도 이런 고민들이 없지는 않았다. 나이가 드러나는 게..... 싫지만 과거 한국드라마에 보면 회사입사해서 자기는 꼭 임원이 되기 위해 결혼을 안 하고 일에만 매진하겠다는 그런 캐릭터들도 꽤 있었다. (참고로 결혼하기 위해서는 현실적 경제적 여건 때문에 힘들어요의 고민과는 이 고민은 다르다)
그렇다면 왜 굳이 스타트업에서만 이런 고민들이 있을까?
스타트업은 필연적으로 구성원의 몰입과 헌신을 요구한다. 그 말은 절대적 시간뿐만 아니라 에너지/희생 또한 요구한다. 좋은 말로 인재밀도 조금 다른 표현으로는 빡심으로 대표되는 회사들이 있긴 하지만 그 외 수많은 스타트업들도 모두 구성원이 회사에 몰입해서 회사와 본인이 하나가 되어 회사일에만 하루종일 신경 써주길 (마음속에서만) 대표님들은 바란다. 출근과 퇴근 시간이 있지만 업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회사 이슈가 생기면 해결해 주길 바라고, 회사 연락이나 일들에 대해서도 레이더를 켜놓고 파악하고 있길 바란다. 그리고 회사 근무시간에만 성장과 전략에 대해 고민하기엔 시간이 짧으니 근무시간 외에도 대표처럼 같이 고민해 주고 생각해 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대표이사는 그렇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흠... 이 발언이 hr로서 말하는 것이 맞을지 아닐지는 고민되긴 하지만.... 구성원들은 이래야 되는 것으로 교육되고 학습된다.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그것이 스타트업의 Grit으로 오해된다.
hr은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여러 액션을 한다. 자발적으로 하게 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선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래야만 한다라고 일방적으로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은 우리가 어릴 적 부모님에게서 공부 열심히 해야 하고 좋은 대학가야한다를 별도 설명 없이 성경의 절대진리인양 이야기 듣는 것과 동일하다. (농담으로 단톡방이나 블라인드에서는 스타트업 hr 핵심 역량이 '프로파간다' 라고도 한다.)
결국 구성원들이 스스로 선택을 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무조건 그래야 한다는 이 세상에 없다. 심지어 법으로 처벌받음을 알려줘도 결국 다른 선택을 해서 처벌받는 사람도 존재한다. 스타트업에서 상대적으로 그렇게 일을 한다면 (회사에 따라 다르지만) 잘한다고 인정받거나 대표가 좋아한다라고 알려줘야 한다. 그냥 스타트업이란 무작정 그래야 한다기보단.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본인은 자신의 가치 우선순위에 따라 성공과 다른 가치들과 비교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진정 내가 원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어떤 가치를 포기할 수 있고 그것들을 어떤 우선순위로 분류하고 어떻게 성취할 것인지 스! 스!로! 고민해야 한다.
이제 여기쯤 오게 되면 이드는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가. 아니 HR로서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해도 된다고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의 시작 배경이 후배들의 상담에서부터 시작되었기에 사실 회사관점이 아닌 개인관점에서 썼기 때문에 조금 다를 수도 있다고는 생각한다.
그래도 개인의 가치 우선순위는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단기적/장기적으로 모두 당사자나 회사에게 옳다.
선택의 시작점은 회사를 선택할 때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선택하려는 회사의 컬처/인재상을 듣고 본인의 가치와 맞지 않다면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 맞다. 만약 본인이 선택했다면 그 회사의 컬처/인재상을 존중하고 따르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적어도 회사 안에서라도)
그리고 회사에 들어간 뒤에도 내가 단순히 지금의 역할을 기여하는 것만으로 만족한다면 상관없지만 내가 더 성장/성공을 하고 싶다면 회사/대표가 원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모든 선택은 개인에 의해 이루어지며 책임 또한 개인이 지는 것이다. 단, 나의 선택일 뿐인데 왜 회사에서 평가를 안 좋게 주고 회사 컬처에 맞지 않냐고 푸시를 한다는 말은 떼쓰기에 그칠 수 있다. 본인이 이미 회사를 선택할 때 이 회사가 어떤지 이미 알고 선택한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말한 그 속에서 더! 더! 더! 성장을 하는 측면에서 더 할 수 있냐 없냐의 관점이다.
평가에서 Meet expectations라는 표현은 사실 평균이 아니다. 나에게 기대되는 바들을 모두 만족시킨다는 말이다. 사실 성장과 변화가 다양한 스타트업에서 저 등급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내가 회사에서 일을 어느 정도하고 있냐의 의미도 회사가 성장하고 나의 역할/기대도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기존 수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사실 meet이 아니다. 계속 나의 기대를 못 달성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리더 측면에서는 이 기댓값이 변화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당연히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회사의 컬처/인재상/인정받음에 대한 기준이나 관점 제시 없이 스타트업은 이래야 한다!라는 막연한 추상적인 선언과 교육은 이제 더 이상 약빨이 먹히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건 low-level의 동기부여방법일 뿐이다. 어느 순간 그렇게 교육받은 구성원들이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소피의 세계'의 소피처럼 지각이 생긴다면 그것은 회사와 조직에는 더 큰 부작용으로 돌아온다. 인간을 존중하라는 것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다 해주라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자유의지에 따라 최소한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권은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결혼 이야기로 돌아와서
인생은 어느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 내가 창업을 하지 않는 다음에야, 심지어 파운더로 참여한다 해도 (이제는 한 번의 엑싯으로 평생 파이어족... 쉽지 않다) 분명 다음, 또 그다음의 커리어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은퇴 이후의 생활도 고민해야 한다.
내 주변엔 결혼한 심지어 워킹맘인 여자 대표님들도 많이 계시다. 앞에서 성공과 결혼에 대한 고민 측면에서 본다면 정말 이 분들은 초인이다. (실제로도 대단하다고 난 생각한다)
다 각자의 상황들은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의 취향/가치의 영역이 아닌 상대방(파트너)이 필요한 관계들(연애, 결혼, 동업 등)에서는 둘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합의가 중요하다. 결혼의 형태와 방식도 매우 다양하다. 어떤 부부는 서로 다른 국가에서 일을 하며 일 년에 몇 번 못 만나지만 행복한 부부도 있다.
내가 성공을 위해서 결혼을 고민하고 있다면 그 가치관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는 상대방과 먼저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맞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 상대방이 결여된 결혼자체의 영역을 고민하고 있다면 이런 분은 결혼을 안 하는 것도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성공하고 싶고 몰입하고 싶은데 내가 사랑하는 상대방도 소중하다면 그것의 공존방안을 서로 이야기를 하며 만들어보는 것이 또 하나의 사랑이 아닐까 싶다. 물론 결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그 소통과정이 있는 상태에서 결렬이 이루어져야 한다.
(농담 버전) 아니면 정말 정말 정말 성공해서 아주아주 부자가 되어서 그때 한번 여유 있게 연애/결혼을 하겠다고 한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그런 경우가 없지는 않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