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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Jul 09. 2023

[iid] 스타트업 이직 시 포기해야할 것 3가지

이드의 동심파괴 현실잔혹 HR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지금은 워낙 대기업/스타트 업간 산업 장벽이 약해져서 이직도 활발하고 많은 인력들이 교류하고 있어 덜하지만 내가 야놀자에 있을 때까지만 해도 꽤 많은 대기업 지인들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에 대해 많이 물어봤었다. 

최초 토스 / 야놀자 때까지는 나는 내가 스타트업 이직을 해서 좋은지를 물어보면 좋은 점 51점 : 안 좋은 점 49점을 얘기했다. 요즘은 좋은 점 53점 : 안 좋은 점 47점 정도로 말한다.

그 말의 의미는 두가지가 있다. 
1. 사실 둘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스타트업이라고 너무 좋고 대기업이라고 너무 안 좋고 이런 것은 없다. 장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단점만 있는 것도 아닌 항목 단위로만 비교하면 비슷하다. (특히 요즘 스타트업의 생존위기가 대두되면서 더 그렇다)
2. 내가 플러스 포인트로 생각하는 점은 보상도 직책도 복지도 아니다. 지금의 나로서는 그냥 업무의 스타일/성향이 스타트업이 잘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스타트업에 이직할 때만 해도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HR은 매우 적었었다. (이 스토리는 나중에...아직도 작성하지 못한 다시쓰는 이력서 토스편에서 적어보려고 한다). 여러 직무들 중 아마도 HR이 기성산업군에서 스타트업으로 제일 마지막으로 이직한 직무가 아닐까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그 이유는 HR직무가 가장 유연하면서도 또 가장 보수적이어야 하는 굉장히 상반된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유연함도 더 많아 유연해져야 하고 그러면서도 기존 기업의 risk management도 더 완벽히 수행해야 한다.


개별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대하고 있기에 유연성이 필요할 듯 하지만 그러다 보면 서류하나에 규정하나에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게 되어 고용노동부에 지적을 받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비전/미션/컬처라는 측면에서는 다들 눈을 반짝이며 하나의 마음으로 사람들이 모이다가도 보상/복지 등의 이해관계에 엮이게 되면 금세 집단활동이 되기도 하며 사측/노측으로의 대립으로 격하되기도 한다. 기성 산업군은 이 모든 과정을 거친 뒤 HR 또한 규정과 시스템/ 프로세스의 형태로 발전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스타트업으로 이직한다는 의미는 무엇이고 일반 실무자는 도데체 어떤 세 가지를 포기/감당해야 하는 것일까




① 고용의 안정성

말 그대로다. 이는 단순히 근로기준법을 준수한다 아니다의 개념이 아니고 기존 고용안정성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에 가깝다. 


당연히 대한민국에서 노동법 (좀 더 특정해서 근로기준법, 나머지 두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은 사실 스타트업에서는 거의 해당하지 않기에)은 꼭 지켜야지만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 여담으로 최근 고용노동부에서도 사실상 어느 정도 배려(?)해주었던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더 많이 감독들을 돌고 있기도 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회사의 생존 vs 노동법의 준수에서 사실 전자가 아주 심각하게 타격받는 일이 없다 보니 생존에 지장 없는데 그냥 좀 더 악의적으로 후자를 잘 안 지킨다는 시각들이 있는데 반해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회사자체의 생존도 (특히 요즘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답보할 수 없는 영역이다 보니 생존 vs 노동법 준수에서 정말 전자 때문에 후자가 고민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도 그건 불법/위법이다.


고용안정성은 내가 이 회사를 어떤 심리적 / 계약적 / 물리적 /업무적 등등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다닐 수 있냐의 종합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 정말 회사가 하루하루 앞날을 예측하지 못해 월급을 주지 못해 고용관계를 정리해고를 통해 정리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 말해 대표의 방향성/전략, 회사의 일하는 방식, 컬처 등과 안 맞음이 고용안정성과 영향을 줄 수 있다. 회사/대표에 의해 넌 안 맞으니 나가라는 극단적이면서도 일상적인 경우들도 발생할 수 있지만 대표는 아무말을 안하지만 내가 더 못 다니겠다가 될 수도 있다.


대표/회사의 일방적 결정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 더 스타트업의 특수성 관점에서 보려고 한다. 다른 글에서도 말했듯이 시스템/프로세스가 고도화된 기성 기업들은 개별 사람 (대표 포함)들의 개성이 직접적으로 발현되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스타트업들은 그런 개성들이 회사의 직접적 경쟁력이자 핵심 역량이 되기도 한다. 물론 어느 정도 성장 이후엔 당연히 그 개성들이 도리어 장애요인이 되어 시스템/프로세스화가 되어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그 개성과의 충돌 혹은 맞지 않음이 있다면 이는 사실 양쪽에 스트레스이자 고통으로 작용한다. 시스템/프로세스 혹은 규칙 등을 기대할 순 있다. 하지만 조직의 고도화/성숙화는 인위적으로 작동시키기 어렵다. 어느 정도 씨앗은 뿌리되 조직과 구성원 그리고 환경 등이 무르익어야 가능하다. (*이 글도 작성 예정)


고용이 유지된다 해도 안정성이 의미가 없어지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안 맞다가 단순 성격적 영역으로 시작할 수 있더라도 모든 영역에서 안 맞음이 되면 사실 업무 자체의 진행이 회사 측 혹은 나 개인적으로도 너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번외) HR직무로 약간 특화시키면 회사에 따라 COO나 CFO 밑에 배치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대표 직속으로 활동한다. 대표의 철학/방향성을 조직버전으로 실현시키는 역할을 하는 HR이 대표와 '맞지 않음'이 발생하면 사실상 모든 업무에서의 팔다리가 잘린 셈이 된다. 단순 오퍼레이션업무를 한다고 해도 그 운영업무의 방향성/기준/프로세스도 결국은 대표가 생각을 가지고 의견을 주기 때문이다. HR은 사실상 '맞지 않음'에 의해 고용의 안정성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직무기도 한다. 다시 말하지만 불법/위법은 당연히 하면 안 되기에 그것까지 맞추어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심화편이야기이긴 한데 시니어가 될수록 나의 의사결정/성과들은 매번 나의 reputation이 되기에 한번 한번이 매년 평가와 같다고 생각해야한다. 기회는 사실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한 회사내에서도 한번의 실패가 수습할 정도의 스타트업에는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시니어/리더에 좀 더 특화된 너무 무섭고 매서운 이야기라 이 이야기에서는 언급만 하겠다. 




② 시스템 / 프로세스의 부재

①번에서 시스템/프로세스가 없기에 고용안정성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②번에서 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그 자체의 의미보단 수준의 차이로 말하고 싶다. 


이 글의 전제는 기성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는 전제하에서 가정해보겠다. 삼성 / 현대차 / SK / LG와 같은 4대 대기업 출신이 이직을 한다면 일단 본인들이 일했던 시스템과 너무 다르다 느낄 것이다. 스타트업에도 나름의 프로세스나 원칙은 있겠지만 정말 도미노처럼 딱 하나의 블록만 쓰러뜨려도 두두두두 다 연속으로 쓰러지는 것을 수년간 경험했던 이가 스타트업의 프로세스를 경험한다면 도미노 하나하나를 수동으로 다 쓰러뜨려야 할 뿐만 아니라 매번 위치를 조정해줘야 한다 느낄 것이다.


익숙함이 다 사라질 것이다. 규칙은 다 새로 만들어줘야 한다. 내가 겪었던 시스템/프로세스는 사실 과거 선배들의 수많은 노고와 역사로 이루어진 것이라는 것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소위 오퍼레이션의 고도화로 이루어진 편리함은 사실 엄청난 밑작업들이 쌓여야지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일례로 왜 그런지 모르지만 최근 몇 개의 회사 연속으로 내가 입사한 뒤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전사 좌석 배치도를 항상 만들어왔다. 하나하나 표크기를 재서 다 수작업으로 해야 하는 작업인데 사실 굉장히 수고스럽고 귀찮다. 근데 만들면 편하다. 이 역할을 HR리드/헤드가 하는 것이 어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필요하면 필요함을 인식한 사람이 그냥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창고정리를 급하게 해야 할 때 박스들을 나르고 회사 화장실이 막혔을 때 뚫어뻥으로 뚫는 것도 그것이 당장 일어난 문제이고 일반적 프랙티스가 없는 상황에서는 그냥 하면 되기 때문에 그냥 하는 것이다.


너무 사소한 예를 들었지만 일반적 업무 영역도 동일하다. 사업계획을 예로 들어보자. 연간 사업계획이 있으면 좋다. 그에 맞춰 여러 가지 cash flow도 고민할 수 있고 인력계획도 세울 수 있다. 그리고 추가 투자 혹은 사업 확장 등을 시기에 맞춰 준비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기성기업에서의 생각이다. 

그러면 이것을 스타트업에서 시행한다 했을 때의 예상 상황들을 고려해 보겠다. 

일단, 매월 상황이 변경되고 외부 변수들이 수도 없이 발생하는데 년간 사업계획이 무슨 의미냐는 말이 가장 먼저 나올 수 있다. 

다음으로 사건 하나 터지면 대규모 단체 퇴사들이 이루어지고 채용도 아직 회사 네이밍 파워가 약한데 언제 들어올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인력계획 자체가 무슨 의미냐. 그냥 상시 매일매일 채용 모드로 해야지

cash flow 좋다. 근데 당장 회사 내부에서 회계 처리 중심으로 급하게 운영하고 있는데 BM도 언제 피버팅 할 줄 모르는데 비용항목이나 프로젝션을 만들 수가 있나. 근데 그것이 없으면 예산이나 비용 계획 관리 가능한 것인가

사실 위의 3개는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고 실제 진행과정에서는 수 없는 장애들이 발생할 수 있다.


위 예시는 사업계획을 세우면 안 된다가 아니다. 사업계획이라는 (사실 엄청 큰 어젠다이긴 하지만) 기성기업에서는 익숙한 한 프로세스 진행을 위해서도 사실은 선행적으로 진행해야 할 너무도 많은 사전 작업들과 인프라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③ 상식의 부재/상실

상식! 내가 가장 많이 쓰는 단어 중 하나이자 이직할 때마다 내가 가장 크게 느끼는 단어이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신이 사는 세계가 있다. 그 세계를 구성하는 배경이 경제력이 될 수도 있고 학벌이 될 수도 있고 집안이 될 수도 있다. 굳이 그 세계를 이루는 이유를 사회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나는 그 세계관이 가지는 의미를 말하려고 한다. 한 세계관 안의 구성원들은 보통 공통의 상식을 공유한다. 그 상식은 사실 절대적이지 않다. 지극히 상대적이며 개별적이다. 속해있는 집단이 바뀜에 따라 그 세계관은 매우 달라진다. 하지만 내가 기존에 있었던 조직 내부가 너무 공고하고 완전해 보일수록 그 세계관은 절대적인 상식으로 여겨질 수 있다. 즉 우리 집단에 국한하는 것이 아닌 '인간이라면 누구나'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것을 보통 개인들은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기성기업들은 공채나 어느 정도 표준화된 채용 절차를 통해 비슷한 상식 수준의 사람들을 신입으로 채용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은 인터뷰 채용이라는 프로세스가 있지만 그 관점이 다르다. 굳이 일부 예시를 든다면 대기업들은 시스템/프로세스가 갖추어져 있기에 내부 육성이 가능한 구조라 기본 역량과 인성을 중심으로 보게 된다.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내부 육성보단 바로 전략투입감을 원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능력을 더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다. 물론 태도나 인성/컬처를 보긴 하지만 대기업의 신입부터 임원까지의 육성을 고려하는 관점과는 다르다. 당장의 업무를 진행하며 잘 맞냐가 더 포커스 되지 않나 싶다. 그러다 보니 세계관에 대해 싱크를 하기는 어렵다. 일을 할 때 어떤 스타일인지 어떤 가치를 우선하는지는 당장의 업무 진행에 크리티컬 하니 고려되지만 여기서 말하는 상식(세계관)의 영역까지는 어렵다.


너무 추상적이지 않을까 해서 정말 생활면에서의 상식의 충돌 예시를 몇 가지 제공해볼까 한다. 참고로 앞에서 말한대로 세계관들은 상대적이고 개별적인 것일뿐 틀린 것은 없다. 단지 개인의 관점에선 나와 다른 세계관을 틀리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이 세계관이기 때문이다. (회사관점에서는 맞지 않음/틀림/징계 경우는 있다)

식대 무제한 : 일반 기성 기업을 경험한 이들은 식대는 한 끼 그래도 15,000원이면 넉넉하지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직원들을 믿고 무제한이라는 말을 믿고 어떤 이들은 오마카세를 가는 경우도 있다. 

장비 지원 :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최신식 장비를 직원이 원하는 대로 지원해준다고 한다. 이때 전제는 '업무에 필요한'이 중요한 것인데 가끔은 '직원이 원하는'에 집중한 나머지 문서 작업이 많고 한글을 써야 하는 지극히 윈도즈 노트북을 써야 하는 직무도 최신식 CTO 맥북프로를 신청한다. 그리고 업무용 윈도즈 노트북 추가 신청을 한다. 

휴가 무제한 : 법정 휴가 일수에 따라 본인의 생활을 맞춰 지내는 것보다 그에 대한 제약 없이 본인이 성과를 가장 잘 낼 수 있도록 휴가에 대해 자율권을 맡긴다고 하였는데 역시 여기도 전제는 '성과를 잘 내는데'인데 그러려면 사실 가장 최소요건은 자신의 기본 일은 다 해야 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무제한 휴가가 성과에 대한 책임가 없이 자신의 즐거운 일상만을 위함으로 이용되어 여행/휴식 등 한 달에도 며칠씩 쉬다 보니 결국 본인의 업무도 다 해내지 못해 동료들에게 전가가 된다. 

수평적 조직문화 : 업무에 대해서는 각각의 담당자가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직책에 너무 위축되지 않고 자유롭게 의견을 내어 조직의 성장을 효율적으로 한다는 취지인데... 기존 수직적 관계가 너무 폐쇄적이다 보니 의견들이 묵살되고 빠른 외부환경에도 대응이 어렵고 창의성들도 제한되는 그런 이유들로 나온 건데 이 것이 오해가 되어 (때에 따라서 대표까지 포함해서) 모두가 다 동등하고 모두가 다 민주적이고 모두가 다 설득되어야지만 일한다고 생각한다.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라는 거지 일은 일이다. 그리고 권한을 위임한다는 말은 단순 권리만 준 것이 아닌 책임까지 다 준 것이다. 가끔 자기에게 위임된 권리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요구하고 심지어 대표에게 까지 직언을 하지만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자기는 임원이나 리더만큼 돈도 안 주면서 왜 책임을 묻냐는 사람들도 있다. 

신사업 아이디어 : 회사 내에서의 신사업이란 단순 개인 한둘의 좋은 아이디어에 진행되는 조별활동이 아니다.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는 엄연한 경영활동이다. 스타트업의 MVP, 혹은 애자일 방법론 등을 통해 자신의 경험/생각에 따른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기성 기업군을 예로 든다면 사업을 새로 진출한다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다. 시장/고객/경쟁사뿐만 아니라 내부의 역량/시너지 요소 등 고려를 넘어서 심도 있게 분석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기성 기업군 처럼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회사의 자원을 쓴다는 의미는 이해한 채로 아이디어와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Cash Flow : 회사의 돈이란 생명과 같다. 돈이 없으면 직원들을 고용할 수도 없고 업체에 대금도 지급할 수 없고 사무실 임대료도 낼 수 없고 마케팅/영업활동도 할 수 없고 회사가 망한다. 비록 자신의 경영활동으로 만든 돈이든, 투자를 통해 만든 돈이든 그 돈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하지만 코인 투자 신드롬 때처럼 이 돈이 돈같이 안 느껴지다 보니 몇십억, 몇백억 투자가 들어오다 보니 당장 내 월급, 당장 보이기 좋은 복지, 당장 좋아 보이는 사무실 등에 쓰게 된다. 현재 그 여파로 힘들어하는 여러 회사들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긴 한다.


위의 예시들은 살짝 꼰대로 보일 수도 있긴 하지만 아주 대표적 세계관들의 차이다. 앞에도 말했지만 마치 나쁜 세계관인 것처럼 쓰였지만 이건 지극히 필자인 이드의 관점에서 봤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맞지 않다 생각하지만 그것 또한 어떤 세계에서는 상식으로 통할 수 있고 또한 그것으로 성공논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가끔 슈퍼스타가 되는 회사들은 사실 기성 세계관에서 탈피했기에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은 나도 공감한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드물게 나오는 슈퍼스타란 점 또한 인정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3가지 요소 중 가장 크리티컬 한 요소는 '고용의 보장성' 보다도 '상식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다른 앞의 두 요소는 내가 노력을 할 수 있다. 그냥 직장인으로서 월급에 대한 책임 그리고 이직에 대한 받아들임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상식의 부재는 내가 한평생 살아온 세계 자체를 변경하거나 부정해야지만 가능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했던 내 주변 인연을 볼 때 적응 과정에서도 3번을 제일 힘들어했던 것 같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해가 안 된다" 이 멘트에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이 부분은 이해의 영역이 아니라 인정의 영역이기에 그냥 수용해야 한다 뿐이다. 결국 이 또한 선택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대기업이 Digital Transformation을 하려고 하고 스타트업스럽게 변경하려고 해도 안 되는 이유가 난 이 부분에도 꽤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스타트업의 세계관을  꼭 받아들여지거나 기성 세계관이 변화되어야 하는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기성 기업이 절대 틀렸거나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본인의 선택인 것이다. 나는 헤겔의 정반합 논리를 좋아한다. IT가 심화되고 외부 환경 변화가 빠르고 다양해짐에 따라, 인프라기반에서 개별 개발자들의 생산성이 영향에 커짐에 따라, 탑다운의 waterfall 방식의 업무 방식이 한계가 있음에 따라 다른 형태의 상식이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 스타트업들조차 매크로 경제환경에 따라 한계를 보이며 현재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다시 정반에서 합으로 와야 하는 단계이다. 그렇기에 무조건 새로운 상식이 정답이 아닌 것이다. 물론 정과 반의 각각의 장/단점을 고려해 개량 개선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 무조건 정/반의 관계에서 바뀌어야 한다는 아니다.




종종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여러 스타트업을 거치면서 다른 스타트업들보다 특이한 세계관들을 겪고 인정하면서 나의 기존 세계관이 이제는 오롯이 존재할 수 있을까 고민도 든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네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 니체, 선악의 저편-


새로운 세계가 괴물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저 그 정도의 변화라는 말이다. 이제는 내가 과거에 속해있던 세계관의 사람들도 나를 보고 다르다 느낄 정도로 나는 변함을 인정한다. 종종 초기 단계의 창업자나 팀들을 미팅할 기회가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나는 어색하지 않음에 끝나고 가끔 기시감을 느낄 때가 있다. 내 팀원 혹은 동료들이 아직 스타트업에 적응이 덜 되어있을 때 나의 피드백을 들으면 가끔 어색해하는 것도 알고 있다. "왜 이드는 대기업출신임에도 체계가 없는 것일까 아니면 막하는 것일까" 하지만 그 또한 다 예상하고 그럴 수밖에 그렇게 얘기하는 것임을 변명 같지만 써본다. 그런 분들 중 어느 정도 이제 좀 다른 상식을 경험해보고 난 뒤라면 나를 이해하긴 하였다. 


앞에도 말했지만 마지막 첨언으로 HR에 조금 더 특화해서 얘기한다면 HR만은 '상식의 부재'도 힘들지만 '고용의 안정성'또한 직업관/가치관을 매우 위협할 수 있음을 주변 사례들을 보며 한번 더 얘기한다. 스타트업은 대표로서 모든 것이 답변할 수 있듯이 대표 그 자체이다. 대표와 가장 밀접하게 일하며 그의 생각/방향성을 구현하는 역할인 HR은 단순히 대표랑 안 맞아서 힘들어서 퇴사해야겠다의 영역이 아닐 수 있다. HR이 사람을 대상으로 하고 좀 더 정책/제도적 역할을 담당하기에 노동/근로 자체의 의미와 보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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