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의 HR 커리어 성장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소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HR의 어려움 중에서 하나는 내가 열심히만 한다고 결과가 수학/과학처럼 딱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HR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이 필요할까? 시니어가 될수록 그리고 리더급이 될수록 나는 정무감각 (Political Sense)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라고 하면 대부분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다. 한정된 자원 안에서 좀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을 정치라고 보기 때문에 결국은 뭔가를 뺏고 뺏는 과정이며 그 과정에서 직접적인 대립 결투를 포함해 드러나지 않는 음모, 공작, 계략 등의 영역까지 포함된다고 일반적으로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정치적 센스는 앞의 직접적인 정치 활동과는 달리 그런 것들을 인지하거나 조직 내 권력&역학 관계 등을 파악하는 '센스'에 가깝다.
여담으로 조직 내에서 직접 정치를 하는 것은 본인이 원한다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HR이 정치를 하게 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정치활동은 결국은 뭔가를 얻기 위함이 크다. 그러려면 그것을 얻기 위한 기반 즉 중심이 필요하다. 영업 혹은 기술조직이라면 전반적인 회사 경영활동의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도 있다. 영업중심적 성장 혹은 제품중심적 성장같이.
하지만 HR이 그 헤게모니를 가져온다는 말은 사실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 HR 주도 성장, 말은 좋아 보이지만 채용? 그리고 HR제도? 조직문화? 무엇으로 과연 실질적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책임지기 어렵다. 물론 채용을 좋은 인재들로 적극적으로 하면 좋고 제도도 잘 정비되어 있으면 좋고 조직문화도 좋으면 좋다. 하지만 이는 결코 본질이 될 수 없다. 결국 돈이나 성장을 만들어오는 실질적 코어 조직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것을 잘되게 돕기 위해서 HR이 잘되어야 하는 것이다.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다 어느 순간 질(Quality)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할 때 HR 혹은 Finance에서 잠시 헤게모니를 가질 때도 있긴 하다. 하지만 이는 중간 체크단계에서의 검진 정도여야 하지 그 단계 자체가 또 다른 스테이지가 되게 되면 회사는 성장의 원동력을 잃기 쉽다. 왜냐하면 검증과 관리의 시스템에 갇히고 길어지다 보면 또 다른 성장을 만들기 위한 프런티어 정신 자체가 잃어버리기 쉽기 때문이다.
(불법은 아니라는 전제하에서) 매 스테이지 새로운 성장을 위해서는 내부에서도 기성 시스템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조직이어야 계속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진화할 수 있다.
나는 정치 센스는 HR이 아니더라도 어느 영역에서든 시니어가 되고 매니저가 될수록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HR 측면에서 그 정치 센스는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필요하며 또 어떤 식으로 발현되는지를 살펴볼까 한다.
단순히 조직 구조나 주요 의사결정자들의 프로필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그 속에서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고 흘러가는지에 대한 그림이다. 벡터와 스칼라로 비유하자면 단순히 1차원적으로 구성 그 자체를 보는 것이 스칼라 영역이라면 그 속에서 실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영향을 주는 지를 보는 것이 벡터 영역이다.
조직은 기계적, 단순히 물리적 존재가 아니며 유기적이며 화학적인 존재다. 일을 투입하면 이가 나오는 일차함수가 아니다. 수많은 변수들이 들어가서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안 되는 결과가 나오는 다차원 함수다. 심지어 그 안에는 여러 배경 등으로 인해 파악이 안 되는 블랙박스도 있다. 블랙박스가 존재한다고 이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 그 자체가 조직의 유기체성이기 때문에 그 조차도 인정하고 고려요소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에게 요청을 하는 대표의 진짜 속마음이 뭘까를 파악하는 것도 있겠지만 단순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에서 그 치지 않고 그 맥락과 배경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단순히 진짜 속마음 메시지를 파악하는 것은 의외로 어렵지 않을 수 있다. 대표들은 대체로 좋은 사람이고 싶어 하니 그러면 내가 대신해줬으면 하는 부정적 메시지가 진짜 속마음일 가능성이 있는데 이것은 50점 혹은 40점이다.
그 속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결국 그 속마음을 통해 무엇을 이루어내거나 바꾸고 싶은지가 핵심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대표의 성향부터 일련의 사건들, 그리고 진행과정에서의 수많은 고민들 등의 맥락이 필요하다. 우리는 결국 단순히 공지를 알리는 것이 아닌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러면 그 맥락을 고려해야 대표가 원하는 결과물을 가져올 수 있다. 그 맥락을 잘 파악하는 것은 단순히 심리술을 잘해서는 되지 않으며 해당 조직에 대한 많은 스터디와 사람들을 통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그 수많은 조각들이 모여 해당 조직에 대한 이해 그리고 자신만의 심층적 분석과 정치센스를 갖출 수 있다.
결국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어떻게든 문제 상황에서의 대척점을 풀고 그리고 전체 관점에서의 플러스를 만들어오는 것이다. HR담당자로서 내가 생각하는 해결 방식이 어쩌면 HR직무 철학과는 상충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선 나의 자존심에 상처를 줄 수 있다. 그리고 당장의 쉬운 해결책을 선택하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역할의 의미는 내가 매번 설전/논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진짜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가 100번 져도 되고 100번 무시당해도 된다. 회사차원에서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정치 센스는 더 넓은 관점에서의 대승적 이익을 종합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물론 그 속에서 나라는 개인은 포기해야 할 수 있다. 내가 기존 내 철학대로 못했거나 혹은 HR이 당연히 그래야 하는 방식으로 못했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해 낸 결과 자체가 사라지거나 폄하되지는 않는다.
앞에도 말했듯이 시니어가 될수록, 그리고 리더가 될수록 필요한 능력이라는 말은 사실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난 결국 문제를 해결해 내기 위해서 의사결정자 혹은 그 상황자체를 설득하고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위해서는 의외로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고 기다림도 필요하고 때에 따라선 장기적인 설계도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단기적인 손해를 일부러 가져가기도 해야 한다.
대표마다 대표가 중요하게 생각하거나 예민하게 생각하는 역린은 꼭 존재한다. 그 역린의 종류는 매우 다양할 수 있다.
▶ (능력이 부족한) 코파운더일 수도 있고 : 능력이 부족하더라도 나랑 같이 창업했기에 나에게 반대만 안 한다면 나의 분신과도 같은 코파운더인데 챙겨줘야 해!
▶ (능력이 부족한) 초기직원일수도 있고 : 회사가 유명하지 않았을 때부터 나를 믿고 열심히 일한 직원인데 이 로열티는 다른 어떤 능력치보다도 중요해!
▶ 개별 직원들의 보상 책정일 수도 있고 : 나만이 직원들을 정확히 객관적으로 평가하며 보상 수준을 과하게도 부족하지도 않게 아슬아슬하게 딱 맞게 책정할 수 있어
▶ 고객의 니즈일 수도 있고 : 내가 어떻게 이 서비스를 키워왔는데 내가 제일 업/고객에 대해서 잘 알아
▶ 브랜딩일 수도 있고 : 내가 그래도 브랜드재능은 천부적이라 창업할 수 있었어
▶ HR 철학일 수도 있고 : 사실 내가 HR 마스터야. 내가 HR철학을 잘 세웠기에 직원들은 다들 몰입하고 지금까지 회사가 성장했어!!
▶ 비용집행일 수 있고 : 내가 어떻게 투자받아왔고 혹은 비즈니스로 번 돈인데 이렇게 허투루 써!!
▶ 직접 영입한 고문 혹은 임원일 수 있고 : 아니 카카오 고문님이/ 아마존 출신 CTO가 그렇다고 했는데 그건 무조건 믿고 따라야 해!!
▶ 오피스 인테리어일 수 있고 : 내가 직원들이 일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인테리어는 진짜 완벽하게 했다. 이 상태를 잘 유지하기 위해 관리 잘해야 해!!
▶ 투자 유치일 수 있고 : 내가 IR을 잘해서 이렇게 투자를 받아온 거야. 투자사 대응은 나만이 제대로 가능하며 내가 하면 다 해결되!!
이 외에도 사실 역린이 될 수 있는 요소는 너무 많다. 문제는 이런 역린을 빨리 잘 캐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역린은 매우 다양하며 아니 이런 역린도 있어 같은 것도 있다. 그 역린을 건드리면 사실 아무리 일을 잘하고 논리가 탄탄하다 해도 그냥 사실 실패라고 봐야 한다. 역린은 논리의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측면에서 히팅포인트도 있을 수 있다. 이는 사실 대표가 좋아하는 영역에 가까울 수 있는데 어떤 영역에서 대표를 잘 만족시켜 주면 쉽게 납득하냐가 될 수 있다.
▶ 대표에 대한 칭찬을 할 수도 있고
▶ 데이터 기반으로 뭔가 분석한 자료를 보여줄 수도 있고
▶ 뭔가 있어 보이는 프레임워크를 쓸 수도 있고
▶ 실제 고객들의 voc를 바당으로 할 수도 있고
▶ 대표가 좋아하는 직원/경영진의 동의를 얻어올 수도 있고
▶ 대표의 워너비 회사들의 레퍼런스를 가져올 수도 있고
하지만 히팅포인트는 알면 좋은 것이지만 매번 사용해서는 안된다. 매번 사용하게 되면 그것은 히팅포인트가 되지 못하고 어느 순간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의사결정이나 논의에서 감초 정도로만 대표가 좋아하는 방향으로 조금 양념 치는 정도로만 사용해야 한다.
먼저 조직의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들어가 보아야 한다.(들어가 본다는 의미는 단순히 멀리서 텍스트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닌 실제 그 구성원들의 이야기나 조직의 상황을 본다는 의미다). 그런데 멀리서 봤을 땐 단순히 해결할 수 있겠다 생각했던 것이 안에 들어가 보니 굉장히 많은 요소들의 복합체이며 여기엔 대표이사부터 다른 조직까지 다 엮여있다. 물리 외과 수술처럼 단순히 적출하거나 약물치료로 접근하다면 단기적으로 해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본질적으론 해결되지 않을뿐더러 다른 영역으로 전이되거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의 디테일한 솔루션 사례는 별도 케이스 사례 글로 쓸 예정이지만 일단 대략적으로 써보면 이런 고민들을 할 수 있다.
이 문제 상황에 대한 정의와 규명부터 다시 접근해야 한다. 이 문제를 무슨 문제로 정의할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규모와 심각도로 정의할지에 따라 문제 성격 자체는 매우 달라진다.
문제의 심각도는 다차원적으로 봐야 한다. 과연 회사 전체 조직은 이 문제가 심각한지, 대표는 이것을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는지, 그 심각도가 단기적 일지 장기적 일지 그리고 내부에서 그칠지 외부로 확산할지
해결을 한다했을 때 어느 정도 규모까지 접근할지. 일단 일시봉합 후 2차 진행을 계획할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상처가 좀 더 곪아서 더 터져서 진짜 깊이 본격적으로 해결하게 관망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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