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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Mar 17. 2024

[iid] HR 시대력이 쌓여야 스테이지가 바뀝니다.

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최근 읽은 판타지 웹소설에는 '시대력'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어떤 한 시대의 절정기에는 '시대력'이라는 것이 있고 그것이 소진되거나 혹은 과하게 모여 터지게 되면 그 다음 시대로 넘어간다는 개념이다. 


스타트업에 있다보면 종종 스테이지 혹은 시기/시대로 구분을 하여 이야기를 한다. 대체로는 제일 일반적인 투자 단계에 따라 시리즈 A 단계냐 시리즈 B 단계냐 등으로 회사의 상황을 구분 짓는다. 해당 단계별에서의 구분 정의는 너무 일반적이라서 그 부분은 굳이 이드가 설명해주지 않아도 인터넷에서 충분히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HR 관점에서 한 회사의 스테이지 구분은 투자 단계와는 꼭 맞지 않은 것 같다. HR관점에서의 시대는 인위적인 구분 잣대로 형성되지 않을 뿐더러 그렇게 했을 경우 부작용이 발생한다.




[회사의 시대 구분]

보통 우리는 일반적인 회사의 시대 구분을 할 때 다양한 구분점들을 가지고 바라본다. 

 대표 이사 (오너 or 전문경영인 등)

 주요 경영진 (최근 외부 영입 인력 등)

 비즈니스 모델 (+ 신사업)

 경영 전략 (타겟 시장, 가격/제품/고객 전략 등)

 브랜딩 (로고 / 캠페인 / 모델 등)

 HR 전략/정책

 사옥의 위치

 경영지표 수준 (재무재표 포함)


다양한 관점드을 가지고 바라보는 이유는 그 하나하나가 회사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것을 많이 경험해왔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더라도 결국 그 요소로 인해 회사가 망하기 직전까지의 타격을 줬다면 그 요소는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도 학습되어왔다




그러면 스타트업은 어떤 구분점들을 가지고 사람들이 시대 구분을 할까


 대표이사 ( + 대표이사 자체의 변화)
 
 - 대표이사는 창업자인지, 회사경험이 있는지
  - 대표이사는 창업이후 몇년을 경영하였는지
  - 대표이사의 성격/성향이 창업초기와 비교해서 변화였는지

  - 장사/사업이 아닌 진짜 경영자로서의 진화를 했거나 하려고 하는지

 코파운더 & C-Level

  - C-level이 단순히 창업을 같이 한 멤버인지 or 회사의 성장에 따라 영입된 인력인지

  - 영입되었다면 적어도 어느 스테이지까지는 갈 수 있는 멤버일지

  - 핵심 C-level은 자기 사람으로 임명한지 아니면 정말 전문성을 기반하여 임명한지

  - 단순히 권한만 누리거나 단순 네트워크가 좋아서가 아닌 전문성과 책임을 오롯이 가지는 인물들인지

 오피스 위치 : 간혹 오피스를 구분하여 OO시기로 구분하기도 한다

 초기 멤버

  - 초기 멤버들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직에 남아있는지

  - 초기 멤버들이 얼마나 회사에 남아있는지 

  - 초기 멤버들의 역량에 대해서 회사차원에서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되었는

 조직문화

  - 대표 중심의 조직문화인지 (= 자기가 하고 싶은 조직문화인지)

  - 구성원과 회사를 고려한 밸런스있는 조직문화인지 

  - 조직문화의 변경이 얼마나 그리고 어떤 계기로 있었는지

 의사결정체계 

  - 대표가 아직도 스스로의 경험/전문성/지능에 근거해 의사결정을 하는지

  - 공식 프로세스/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닌 특정 사람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지

  - 의사결정이 상황/기분에 따라 쉽게 번복되거나 철회되는지

  - 여전히 회사 경영 시스템을 실험의 대상으로 보는지

 HR 정책

  - 채용의 최종 결정, 보상 책정의 최종 결정을 여전히 대표가 직접 하는지

  - 조직 / 인력에 대해서 조직장이 아닌 대표의 의견을 따르는지

  - 보상에 대해서도 제도/정책을 따르기보단 기본과 본인의 선호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지

  - 구성원의 보상이란 결국 해당 가족의 생계와 직결되는 무게감을 알고 결정하는지

  - 제도/정책을 만드는 것이 진짜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싶은건지 아니면 남들이 다 하니깐 하는건지

  - 제도/정책을 만들면 그 의미와 무게감을 위해서라도 대표 본인부터 지키는지

 평균 보상 수준 

  - 회사 성장 수준에 걸맞는 직원들의 보상수준을 만드는지

  - 시장 우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적절한 보상 테이블이나 정책을 만들었는지

  - 그에 맞는 회사 내부의 전체적인 시스템/프로세스를 구축하였는지

 사업계획 여부

  - 년간 계획을 집행하며 적어도 전략/분석/계획을 세우는지

  - 그 계획이 단순히 숫자 채우기가 아닌 진짜 살림살이를 위한 준비임을 알고 중요성을 인지하는지

  - 이제는 인력/자금 등 회사의 자산을 즉흥적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지




[시대력은 개인이 만들 수 없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HR을 포함한 경력직 시니어들은 자신이 합류함으로써 회사의 시대를 변화시켜야 한다고 또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들 또한 그 시대를 바꾸고 싶어하며 요구한다. 하지만 시대는 그런 이유와 요소들로 바뀌지 않는다. 시대력이 절정에 달해서 결국 폭발해야지만 시대는 바뀐다. 정확히는 바뀌도록 요구되어진다. 즉 단순히 되면 좋겠다가 아닌 그럴 수 밖에 없다라는 절박함과 당위성이 매우 쌓여야 한다. 


시대가 바뀐다는 것은 새로운 좋은 것도 발생하겠지만 기존에 익숙했던 관행들은 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어느 대표가 어느순간부터 자신이 매번 관여하던 의사결정을 이제 하지 않고 기다리거나 지켜봄을 좋아할까. 어느 직원이 이때까지 편하게 대표를 찾아가서 말하거나 요청하던 것을 공식 프로세스나 절차를 지키는 것을 좋아할까. 


항상 시대의 변화란 많은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자발적으로 그것을 도래하지 못한다. 결국 외부의 큰 압력이나 혹은 내부의 큰 이슈로 결국 시대가 변화되게 된다. 과거의 시대체제로는 새로운 회사를 대응할 수 없기에 새로운 시대를 인정하게 된다. 슬프게도 직전까지의 시기는 너무도 힘들다. 끝까지 안 바뀌려는 현 시대의 저항과 새로운 시대로의 요청은 수없이 다양하게 갈등을 일으킨다. 


이드는 운이 좋게도 그런 시대의 변화를 꽤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과거 회사들도 주로 항상 변곡점의 시기들에 입사를 했을 뿐만 아니라 그 안에서도 여러 변화를 또 진행할 수 있었다. 내가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회사/직원들도 그 변곡점에서는 매우 많은 갈등과 이슈들이 발생할 것을 알기에 그것을 해결할 이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드 또한 그 시대력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는 없다. 단지 그 과정에서 미리 준비하고 대비하며 적어도 어느순간의 시대 폭발을 큰 이슈없이 하도록 노력할 뿐이다. 


시대가 변화한 뒤는 신기하게도 모두의 혼란이 존재한다. 

영진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모두 해당 회사에서는 안 가봤던 단계이기 때문에 그때부터 이 길이 맞을지에 대한 끝없는 혼란과 고민이 또다시 시작된다. 그 전 시대의 성공방정식처럼 지금 시대의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야만 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때가 가장 수많은 사파들이 많이 나타난다. 그 시기 대부분의 경력직 리더들이 많이 영입되고 대표이사에게도 많은 외부 의견/조언들이 들려오며 혼란이 시작된다. 


하지만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야지만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헤게모니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 이슈들은 아이러니하게도 HR에서 많이 떠안게 되지만 시대력이란 항상 스타트업 시장에서 보면서도 신기하고 경이로운 현상이다. 사람은 바뀌지만 회사가 바뀐다는 것에 대한 시대의 요구가 대표, 경영진, 구성원 모두에게 다른 자세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자세를 맞추지 못하면 새로운 시대에서는 그냥 바로 결격사항이 된다. 시대에서는 보이거나 숨겨질 있었지만 시대에서는 자체가 즉각적인 장애요소로 작용한다. 




'시대력'이란 개념이 철학적이기도 하고 또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결론은 회사의 진화는 수많은 요소들이 극한에 요구에 따라 이루어진다. 리더들은 본인이 시대를 바꾸지 못함에 좌절할 필요도 없고 구시대에 매몰될 필요도 없다. 이미 그런 리더들이 영입되었거나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새로운 시대로의 준비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를 인위적으로 만들 순 없지만 좀 더 유도하고 자극할 순 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항상 새로운 시대가 바뀌게 될 때는 왕조가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사상의 유입도 필요했다. 새로운 사상이란 지금의 혼란을 극복할 솔루션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 솔루션들이 각 영역에서의 임시방편이 아닌 전체 국가/회사차원의 한 철학으로 나타나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 속 시대들 또한 누군가가 대신 정해주거나 구분해주지 않는다. 결국 내부에서부터 그 분기점을 설정하고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극한의 갈등과 혼란 속에서 결국 한 시대가 보이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그 시대를 경험하다보니 그 전 시대와는 달라진 것을 알게된다. 


스타트업의 체질 개선이라는 단어 자체에 너무 매몰되지 않아도 된다. 이미 각자의 영역에서 계속 개선해 나가고 있다보면 결국 그 하나하나의 노력들이 회사 전체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필요한 것은 인내심과 체력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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