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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id 이드 Mar 18. 2024

[iid] 대기업에서는 무슨 HR 커리어가 좋나요?

이드의 HR 커피챗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매번 너무 긴 글만을 작성하다보니 나 스스로도 너무 무거워지는 것 같아 일상에서의 가벼운 이야기는 짧게 공유할까 한다.


우리나라 대기업에서 HR을 하고 있는 후배를 오랜만에 만났다. 후배는 나와는 다른 커리어트랙을 선택했고 그에 따른 고민을 상담하였다. 대기업이라는 기성회사 영역에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HR 직무를 하는 것이 좋을지 물어보았다.


먼저 어디로 이직하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단 이직시장에 잘 팔리는 HR직무와 회사내부에서 잘 팔리는 HR직무는 매우 다르다.


회사 내부에서는 인력운영과 조직관리가 가장 좋은 코스라고 생각한다.


• 왜냐하면 주요 인력들의 보임과 이동을 가장 맨먼저 알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파워 부서이기 떄문이다. 의사결정은 경영진이 하지만 경영진이 보는 보고서의 단어 하나, 문장 한줄은 담당 부서에서 작성하기 때문이다. 왜곡은 하지 않지만 의도는 충분히 반영 가능하다. 마치 물이 반이나 남은 것과 반밖에 없다는 것처럼.


• 내부에서 주요 핵심 사람들의 프로파일과 히스토리를 가장 많이 알 수 있다. 회사의 역사를 알게되는 것고 같다. 이후 누군가가 조직이나 사람에 대해 묻는다면 그 사람에게 묻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사실 경쟁력이 높지 않다. 


물론 인력운영/조직관리를 하면서 그런 생각의 프레임이나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높아질 수 있지만 결국 그 사람의 전문성은 바로 그 회사의 내부 정보일 뿐이다.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면 그 가치있는 정보는 사실 무의미하게 바뀌어버린다. 새로운 회사에서는 새로운 사람들의 역사가 또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시 0부터 익혀야하는 것이다.




그러면 외부에서 경쟁력있는 직무는 무엇일까? 아이러니하게도 GHR과 인사행정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인사기획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사기획은 차라리 외부 HR컨설팅 출신이 100배 더 나을 것이다. 그리고 인사기획은 사실 제도에 대한 전문성이라기보단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제정의를 명확히 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GHR이 잘 팔리는 이유는 대기업만큼 해외법인 관리가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며 많은 리소스가 지원된 곳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기업이기 때문에 해외법인에 대해 해당 국가/도시에서도 굉장히 호의적이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준다. (실제 업무에서는 험난할 지언정) 사실 엄청 시설과 여건이 잘 갖추어진 곳에서 스터디하며 연습해볼 수 있는 직무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아니라면 무조건 GHR은 맨땅에서 헤딩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적어도 실제 GHR 경험을 대기업에서 했다고 한다면 다른 HR 영역처럼 시스템 / 프로세스 겉핡기가 아닌 실제 운영경험을 가질 수 있다. 왜냐하면 대기업에도 GHR담당자는 많지 않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세계 수십개 해외법인을 몇명의 담당자가 권역별로 담당하고 있다.


• 다음으로 인사행정이 잘 팔리는 이유는 제도의 근간이 되는 문서/정책/서류를 다 다루기 때문이다. 동일한 대기업을 가지 않는다면 어떤 형태로든 행정적 보완이 필요하다. 모든 영역이 완벽한 곳은 없을 뿐더러 환경과 정책이 바뀌면 정책들도 다 변경되어야 한다. 같은 대기업이더라도 각 대기업마다의 인더스트리 차별성과 특색들이 있다보니 강단점은 동일하게 존재한다. 인사의 시작은 누군가는 채용이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서에서부터 시작한다. 근로계약서부터 시작이다. 아주 최소한의 요소더라하더라도 HR에서는 정책과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야 월급부터도 줄 수 있다. 페이롤도 앞단의 행정사항들이 제대로 되어 있어야 급여를 줄 수 있다.


이 두 직무는 슬프게도 내부에서는 사실 파워부서가 아닐 수 있다. 


왜냐하면 결국 핵심인사는 국내 본사에서 임원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해외주재원도 물론 좋은 코스지만 주재기간이 끝나고 돌아온다면 그때는 어떤 상황이 될지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4~5년이면 많은 것들이 바뀌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인사행정 또한 모든 업무의 기반이지만 모두가 할 수 있다 생각하기에 아무도 하고 싶어하지 않고 어떠한 권력도 주어지지 않는다.




앞에도 말했지만 본인은 커리어 방향을 어떻게 정하냐에 따라 매우 다른 그림이 그려질 수 있다. 그리고 각각의 방향에 따라 커리어 트랙 또한 꽤 길게 빌드업해야할 수도 있다.


후배가 대기업내에서의 고민을 이야기했기 때문에 굳이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은 말해주지 않았다. 스타트업은 직무 구분 영역이 아닌 마인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상식을 내려놓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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