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id 이드 Jun 02. 2024

[iid] 회사 성장 스테이지별 HR 쌓기

이드의 HR 개똥철학 시리즈

[Edited by iid the HRer]

※ 내가 쓰는 글들은 아주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지극히 개인적 의견이니 편하게 봐주면 좋겠다.




회사가 성장하며 단계단계마다 다양한 모습들이 나온다. 보통은 투자단계를 기준점으로 사용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는 대표의 (자의 혹은 타의에 따른) 성숙도에 따라 단계가 달라진다고 생각하긴 한다. 왜냐하면 회사는 분명 매출이든 투자든 그다음 단계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표의 마인드에서 본질적인 체제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시대/단계가 변한 것이 아니다. 그냥 여전히 같은 시대 내에서의 버전이 다를 뿐이다. 


예를 들어 투자도 받고 C레벨들도 들어오지만 여전히 의사결정방식이 동일하고 대표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는 (전문가가 아닌 상대적으로 정치전문가인) 고인물들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다면 이것은 시대가 변화한 것이 아니다. 삼국지에서도 동일하게 황제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인물이긴 한데 십상시에서 동탁으로 시스템적 변화는 명확하게 나타난다. 그 이후 삼국지의 본격 이야기가 시작되게 된다. 


그래도 대표 성숙도는 너무도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영역이라 투자 단계별 구분이 좀 더 통용적이기에 해당 개념을 차용해볼까 한다. 보통 시리즈별 HR을 구분하게 되면 어느 시점에 채용이 어떻게 되고 제도가 어떻게 되고 리더십/ 의사결정이 어떻게 되고 등등 개념이 있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정말 심플하게 집 짓기와 비교해 HR의 큰 시대적 컨셉만 적어볼까 한다. 




스테이지별 HR 특성을 잘 알면 나에게 적합한 스테이지를 알 수 있다. 당연히 회사가 성장하며 나 또한 각 단계마다 기여를 하고 최선을 다하겠지만 그와는 다른 전문성과 fit의 영역으로 이해해 보면 좋을 것 같다. 

 
① [ Seed ~ 시리즈 A ]

• 건물을 올리기 위한 땅을 정리하고 다지는 시기 아직 몇 층 짜리 건물을 올리지는 몰라 기초공사는 못하지만 그래도 당장 급한 대로 기초공사 없이 벽돌 쌓아서라도 구조들은 올리기 시작한다. 

 • 언젠가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 오면 기초공사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어느덧 쌓인 벽돌들이 꽤 많아지기도 한다. 이 시기에는 땅을 잘 다져놓고 확보만 잘해놔도 큰 성공이며 잘못된 벽돌들만 덜 쌓아도 다행이다. 

 • 잘 쌓는다는 개념이 없기에 그냥 열심히 오랫동안 쌓기만 해도 감사한 단계다.




② [ 시리즈 A ~ 시리즈 B ] 

 • 본격적으로 건물을 올리기 위해 기초공사를 시작한다. 땅을 다시 파고 기초 기둥들을 박고 단단하게 다져지도록 만든다. 

 • 앞 단계에서 땅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면 기초공사를 하며 땅 다지기도 다시 시작한다. 그에 따라 위에 쌓이는 것들은 잘 안 보이지만 땅밑/땅속에서의 작업들이 이루어진다. 

 • 제대로 공사가 시작되는 단계다 보니 진짜 공사를 하고 싶은 게 맞는지 제대로 건물을 쌓고 싶은 게 맞는지 그전의 편하게 살던 것에서의 변화를 진짜 하고 싶은 건지 건물주(대표)도 매일 혼란을 느낀다. 건물은 다른 큰 회사들처럼 쌓고 싶은데 불편하고 귀찮고 내 맘대로 못하는 것은 싫다. 기초공사를 어떻게 하면 피할지 편법 또한 계속 찾는다. 그러다 부실공사로 건물도 한 번씩 무너진다. 

 • 급한 대로 만들어뒀거나 쌓았던 구조물들을 다 철거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단단하게 많이 쌓여있거나 혹은 그 철거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그 조정 작업으로만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건물주에게 찾아가서 물어봐도 답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 기초공사가 진짜 맞냐고 기존 방식대로는 왜 안되냐고 그리고 다른 유명한 건축가들 의견은 들어봤냐고 그만큼 중요한 기초공사기에 여러 부차적인 이슈들이 발생한다. 다른 유명한 건축가는 기둥을 3개 박던데요 혹은 깊이를 이만큼만 하던데요. 혹은 지대 다지기 위해서 시멘트 대신 돌을 쓰던데요 등등 많은 기초공사를 지연하는 과정들이 있다.




③ [ 시리즈 B ~ 시리즈 C ]

 • 기초공사 작업 결과물을 바탕으로 실제 건물을 만들어나간다. 벽돌도 쌓고 벽들도 만들고 전기설비나 수도설비도 설치한다. 필요에 따라 가구들도 설치한다

 • ② 단계에서 이게 최선이냐 이게 정답이냐 등 여러 난관들을 뚫고 한 기초공사임에도 불구하고 ③ 단계에서도 어느 벽돌을 쓰냐 어느 자재를 쓰냐 이 방향이 맞냐 등 여러 설전들이 또 발생한다. ② 단계만큼 본질적이고 기초적인 영역은 아니지만 도리어 외부에 드러나고 장식요소들도 많고 옵션도 많은 만큼 의사결정을 진행함에 매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 그 공사를 담당하는 건축가가 가장 전문가임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은 취향과 자칭 전문가들이 난립하는 시기다. 

 • 건물의 기초공사도 분명 최초 건물의 구조/디자인을 고려해서 지었기에 그 방향대로 가는 것이 정확하고 맞지만 기초공사 이후 기둥에 대한 무한 신뢰만을 바탕으로 (안 무너지겠지 하고) 구조/디자인이 마구 변경되기도 한다. 4층을 계획했다가 5층으로 증축되기도 하고 2층까지 짓다가 갑자기 벽을 다시 허물고 다른 스타일로 또 쌓아보기도 한다. 

 • 중간중간 새롭게 입사하는 경영진 등 의사결정자들의 한마디 한마디에 따라 건물 컨셉이 왔다 갔다 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앞단계의 기초공사를 튼튼히 했다면 건물이 당장 무너질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주아주 특이한 경우는 기둥이 미관에 좋지 않다고 뽑자는 경우도 발생한다.




④ [ 시리즈 C ~ 시리즈 D ]

 • 건물의 전체적인 외형을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유지보수개선작업을 진행한다. 

 • 이때부터는 사실 건물의 큰 틀을 변경하기는 어렵다. 고생해서 만든 건물을 어떻게든 잘 운영/관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나름의 시스템/프로세스도 더 고도화하고 동선의 최적화 매뉴얼의 최적화 등도 진행한다. 건축 구조 전문가보다는 관리를 매끄럽게 그리고 능숙하게 돌릴 전문가가 필요하다.

 • 가끔 청소를 기능 영역단위로 할지 관리 구역 단위로 할지 어느 것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고민으로 리소스를 낭비하기도 한다. 아직은 청소 영역까지 그런 고민을 할 만큼 건물이 크거나 가치가 높지 않다. 건물 그 자체를 바꾸지 못하니 엉뚱한 영역에서 리소스가 낭비되거나 개인들의 성과를 만들려고 신경 쓰게 된다. 

 •  인테리어에 굳이 과하게 비용을 쓰기도 고민하는데 그럴 바에는 돈을 더 아껴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인프라에 투자해야 한다. 




⑤ [ 시리즈 D 이후 ]

 단순히 내가 사용하기 위해 유지보수 관점이 아닌 다른 사람이 써도 될 수 있도록 표준화/체계화/프로세스화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사용하는 관점에선 이슈 없었지만 일부 영역의 구조를 뜯어고치기도 하고 배관공사를 다시 하기도 한다. 

  이제는 그 회사 구성원만의 건물이 아니게 된다. 건물 외관/내관/구조/ 안정성 등등을 내부 인원 외 외부에도 보여주고 검증받게 된다. 예전에 쉽게 했던 의사결정들도 이제는 단순히 프로세스 이상의 검증과 검토가 이루어진다. 

  이제는 진짜 외부의 건물들과 동일한 기준과 눈높이로 판단하고 대해야 하며 기준 또한 그렇게 운영되어야 한다. 이 건물에 외부 인원이 들어올 수도 있고 우리가 건물을 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드는 두 번째 단계(시리즈 A ~ 시리즈 B)를 가장 좋아한다. 


왜냐하면 이때부터가 사실상 진짜 건물을 올리는 시점이기도 하며 이때 어떻게 기둥을 박느냐에 따라 이후의 모든 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초공사란 그전 막 쌓던 시기와 다르게 본격적인 시스템/체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경험이 많이 있다면 이후 단계들에서의 변동사항이나 이슈사항까지 고려하여 기초공사를 계획하고 진행해야 한다. 그래서 HR과 사람/조직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이 매우 필요한 난이도가 높은 시기이다. 그래서 좋아한다. 


또한 담당자 장에서는 이 시기가 조직/경영 체계 변화 관점에서는 가장 힘들 때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도 많고 일도 많고 하지만 쌓여가지는 않고 굉장히 쉽지 않은 시기다. 그리고 대표와의 갈등, 기존 체제/멤버들과의 갈등 등등 수많은 갈등이 있지만 결국 주어진 기초공사를 완성해야 하는 시기이다. 보통 두 번째 단계에서부터 경험 많고 실력 있는 HR리더들을 채용하게 되는데 대부분 이 시기를 잘 견디지 못한다. 그만큼 실력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멘탈적으로도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그래서 이드는 좋아한다. 


이렇게 고생하는 것을 좋아하면 왜 ① 단계는 선호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 시기에 내가 가더라도 할 영역은 있지만 아직 땅도 다지지 않은 시기에서 나의 전문성이나 가치를 회사에서 낭비하고 제대로 쓰지 못하게 된다. 기초공사랑 땅다지기를 같이 할 수 있지만 적어도 건물 지을지 말지는 결정해야 하고 그리고 땅을 다지며 기반을 만들어놔야 기초공사부터 시작할 자금이나 리소스를 확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조언은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잘 타이르는 경우가 많다. 

매거진의 이전글 [iid] 유행이 아닌 효과성을 내는 HRBP가 되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